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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운영자 2010.10.11 16:49:18
조회 414 추천 2 댓글 0

    외국기업이 독점하는 영화필름에 문제가 있었다. 그걸 사용한 감독이 소송을 걸었다. 필름 때문에 영화를 망쳐버렸다. 그러나 입증이 막연했다. 국내에서 필름의 하자를 감정할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외국에 보내 비싼 감정료를 낼 능력은 더더구나 없었다. 막강한 자본력의 외국기업은 로펌변호사를 고용해 밀어 부쳤다. 국내영화인들이 할 수 있는 건 고작 몇 명이 피켓을 들고 불매운동을 거론하는 정도였다. 불평등한 싸움이었다. 

    굳이 국수주의적 사고를 가질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한국인 국제변호사가 공격하는 모습은 마치 점령군 장교 같은 느낌이었다. 로스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FTA가 타결되어 이제 변호사의 업무도 더욱 국제화, 전문화해야 할 시기가 됐다. 연 3천5백 명의 변호사를 배출하자는 로스쿨법안의 통과가 눈앞에 닥쳤다. 토스토예프스키는 변호사를 고용된 양심이라고 했다. 자본주의의 첨병이라고 비난하는 소리도 있다. 개인적으로 변호사 등록을 한지 22년이 지났다. 

    요즈음은 가급적 뱃지를 떼고 다닌다. 사람들의 눈길에서 적의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내남없이 변호사들이 사회적 의무를 경시한 업보인지도 모른다. 예전에도 악덕변호사가 있었다. 그러나 숫자가 늘어나면 나쁜 건 더 빨리 증식하게 되어 있다. 매년 천명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다. 벌써 조폭 보스의 집사변호사가 나타났다. 악덕 기업인의 심복변호사도 있다. 아예 납치를 주도한 범죄변호사는 구속되기도 했다. 그들은 사회적 흉기였다. 변호사는 억울한 문제를 법의 제단위에 올려놓는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고소를 주도하고 소송을 좌우하는 주역이다. 

    변호사생활은 수도사 같은 자기와의 투쟁이 없으면 바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기게 된다. 지식보다 깨끗한 양심과 맑은 영혼이 중요하다. 개업초기였다. 밀수꾼 기업사장이 거액을 주면서 사건을 의뢰했다. 자재부장을 희생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시켜 달라고 했다. 자재부장은 평생 그를 위해 공헌한 충신이었다. 감옥 안에서도 그가 구해줄 걸 믿고 있었다. 그 밀수꾼 사장을 비호하는 건 범죄였다. 돈을 돌려줘야 했다. 사무실 유지가 힘들던 그 시절 손안에 들어온 거액을 반환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저명인사의 강간사건에서 피해자편에 선 적이 있었다. 상대방 변호사가 몰래 찾아왔었다. 무죄가 되게 협조해주면 큰 돈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다. 직업적 동료를 뜯어먹는 변호사도 경험했다. 고관 부인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었다. 멋모르고 변호사선임계를 제출했었다. 그녀는 핸드백에 넣어 다니는 수 억 원의 수표를 과시했다. 어느 날 그녀는 악랄한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만들어 와 남편을 파멸시켜 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모략의 천재였다. 거절했다. 재판 중이던 그녀는 당황해서 변호사 선임계 만은 그냥 법원에 놔 둬 달라고 했다. 변호사가 갑자기 그만두면 재판장이 나쁘게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정을 들어주었다. 일년 후 소장이 날아왔다. 난 사건을 맡고 법정에 한번도 나타나지 않은 악덕변호사가 되어버렸다. 그 여자는 젊은 변호사를 사서 나를 피고로 만들어 괴롭혔다. 문제는 그녀의 변호사였다. 

    조금만 세심히 보면 금세 진실을 알 수 있는데도 선배변호사의 등에 비수를 찔러 넣었다. 그 변호사는 돈만 되면 어떤 일이라도 할 것 같았다. 로스쿨을 가고 싶다는 한 학생으로부터 솔직한 얘기를 들었다. 국제관계 변호사가 되어 호화빌라와 스포츠카를 얻고 싶은 게 꿈이라고 했다. 변호사가 타락하면 법의 창녀다. 창녀는 몸만 망치지만 변호사는 그 영혼까지 더럽힌다. 사법시험이건 로스쿨이건 그건 목적이 아니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다. 중요한건 소명을 가진 인간을 골라 잘 교육시켜 명품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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