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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공무원

운영자 2010.09.14 14:23:13
조회 661 추천 0 댓글 5


    한 변호사가 똑같은 범죄사실을 세 가지 형태의 문장으로 쓴 고소장을 제출해 보았다. 범죄 사실은 간단했다. 건물 관리인이 받아 보관하던 소유자의 보증금을 부동산투기에 써 버린 업무상횡령사건이었다.‘억울하게 돈을 떼였으니 받아 달라’는 고소장을 본 형사는 화를 내면서 그 서류를 되돌렸다. 

    법률용어를 약간만 섞은 다음 고소장은 기각됐다.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법적 평가까지 한 고소장은 바로 기소됐다. 문장에 따라 천지차이였다. 고소장 문장 때문에 거꾸로 무고범이 되는 경우도 봤다. 여론 조사를 위해 다가간 여자를 술기운 있는 남자가 뿌리치다가 팔꿈치가 그 여자의 입에 맞았다. 피도 나지 않았고 아무 외상은 없었다. 여자는 현장에서 웃음으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모멸감을 참을 수 없었다. 여자는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요청했다. 의사는 턱관절이 비정상인 걸 발견하고 6개월짜리 진단서를 발부했다. 여자는 진단서와 함께 고소장을 제출했다. 담당사법공무원은 단번에 그 여자를 의심했다. 6개월의 진단이 나왔다는 여자가 멀쩡했다. 비명을 지르거나 쓰러진 적도 없다고 여자 스스로 말했다. 불려온 남자는 옷깃도 스친 적이 없다고 했다. 목격자도 없었다. 여자는 졸지에 자해 공갈단 유사한 무고범이 되어 버렸다. 단순폭행의 전치 일주일정도의 상해인데 고소장 문장과 진단서를 너무 과장해서 죄가 된다는 것이다. 

    사법공무원은 알맹이인 사실보다 포장만 너무 치중한다. 고소내용은 감정이 섞이고 과장도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일반진단서와 상해진단서가 다른 것도 모른다. 사법공무원은 그런 걸 감안하고 거품을 없앤 핵심사실에 법을 적용해야 맞다. 그래야 법의 정신에도 맞고 생사람 잡는 일도 없다. 왜 고소문장에만 연연하는지 물어보았다. 한 검찰수사관은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아서 고소장만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한다고 했다. 민사소송하고 이제 똑같다는 것이다. 결국 수사관은 없어지고 모두 게으른 판사노릇만 한다. 몇 명의 사법공무원에게 왜 그 직업을 선택했느냐고 물어봤다. ‘갑의 위치’이기 때문에 한다고 솔직히 대답들을 했다. 아무리 잘난 척 하던 사람들도 조사하는 자기들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격 없는 말단 권력은 우쭐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고심해서 작성한 두꺼운 고소장을 보고 한 검찰서기가 “이 따위로 쓰면 검찰총장이 부탁해도 안 봐”라고 내뱉었다. 또 한 형사는 입회를 하러간 변호사에게 “너는 공부 잘해서 변호사가 됐지만 난 못해서 형사가 됐어, 변호사가 옆에 있으면 조서를 나쁘게 쓰고 없어져 주면 잘 해 줄 거야”라고 했다. 저질의 핫바리 완장들이었다. 한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들은 이런 사실도 있다. 그를 연행하던 수사관은 가는 곳이 대통령도 혼이 난 무서운 방이라고 겁을 주었다. 그가 음침한 복도를 지나 조사실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방안에 있던 수사관이 그를 힐끗 보면서 “밖에 나갔다 들어 오시죠”라고 말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수사관은 독기 품은 눈길로 그를 보면서 “다시 나갔다 들어오쇼”라고 위압적으로 내뱉었다. 그가 영문을 모르고 당황해서 다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이 새꺄 기어서 들어오지 누가 서서 오라고 했어?”


    젊은 수사관의 잔인한 명령이었다. 넥타이를 맨 채 바닥을 기는 순간 노년에 들어선 기업의 임원은 지나온 모든 삶이 와르르 무너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건 매보다 독한 정신적 테러였다. 증거도 없다. 고소도 못한다. 다 끼리끼리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그런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고문기술자일수록 상관에게는 입에 혀 같은 존재다. 위에서는 알 수가 없다. 새 정부가 공권력을 확립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저질의 사법 공무원부터 솎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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