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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든 변호사 부인

운영자 2021.04.05 1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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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든 변호사 부인




이천삼년 십일월 십이일의 일기장을 우연히 보았다. 나는 내용증명으로 온 협박장을 받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변호를 맡았던 내가 법정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불성실로 피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적 피해에 대해 거액의 위자료를 청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난감했다. 법정에 가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협박장을 보낸 그녀는 지방 도시의 변호사의 부인이었다. 그녀의 법률상담을 했었다.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같았다. 어느 날 그녀는 밤에 남편의 사무실로 몰래 들어가 진행 중인 사건기록들을 차에 싣고 가 모두 불태워버렸다. 자기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 파렴치한 행동이었다. 판사 출신 남편의 사건기록에는 수 많은 사람들의 귀중한 증거가 들어있었다. 그녀는 한밤중에 잠자는 남편을 칼로 찌르려다가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그리고 오히려 남편이 자신을 해쳤다고 모략을 하기도 했다. 악령이 그녀의 영혼을 지배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녀의 사건을 맡았다가는 언제 증오의 과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은 발견이었다.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달래서 사정이 있어서 사건을 맡는 것이 곤란하다고 하면서 다른 실력 있는 변호사에게 가보라고 사양했다.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도중에 변호사가 사건을 그만두면 재판장이나 판사들이 나쁘게 볼 우려가 있으니까 서류상으로는 계속 변호를 하는 것 같이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판사를 하는 걸 봐서 알아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후 법정에 나가지 않았다. 그녀의 간절한 사정을 들어준 게 화근이었다. 그녀는 내가 자신의 법정에 한 번도 나가지 않은 악덕 변호사로 만들어 거액을 청구한 것이다. 법률사무소를 하다보면 그런 악령이 든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녀의 덫에 걸려 그후 이 년간 고생을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형태로 고소전을 벌인 것 같았다. 그녀가 마침내 법정구속이 되어 감옥으로 가는 바람에 나는 그녀의 덫에서 간신히 풀려나올 수 있었다. 몇 년 후 변호사인 그녀의 남편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이렇게 솔직히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내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판사 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것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변호사 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편이 아무리 밉다고 해도 수 많은 사람들의 증거가 든 기록을 불 싸질러 버린다는 걸 보통사람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여자였습니다. 저도 칼에 찔렸으니까요. 제가 가진 전 재산을 주고 집을 나왔습니다. 여행용 가방에 속옷 몇벌 챙긴 게 전부였으니까요. 그 가방을 들고 친구집 구석방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자면서 하나님 고맙습니다.하고 기도를 했다니까요. 우리는 만나지 말아야 할 부부였습니다.”

한 종교단체를 이끄는 교주한테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인간의 마음에는 수 많은 귀신들이 들어와 살기도 하고 동시에 인간의 내면은 귀신들이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는 내용이었다. 귀신도 여러 종류라고 했다. 선한 귀신도 있는가 하면 원망이나 한을 가지고 원신이나 척신도 있다고 했다. 그런 원신이나 척신이 내면에 들어가 있으면 인간은 온갖 나쁜 짓 잔인한 짓을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부인인 그녀의 속에는 그런 악령이 들어있다고 해석 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든지 부유한 환경 속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사 출신인 남편이 칼을 맞을 정도로 나쁜 것 같지도 않았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영이 비둘기 같은 모습으로 예수에게 내려오는 장면이 있다. 예수는 자신이 말하는 게 아니라 속에 있는 하나님의 영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을 가지고 있던 제자들도 성령의 불길에 접촉하자 그때부터 진정한 사도가 됐다. 인간의 이성보다 더 강하게 인간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악령에 잡혀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짓을 하는 지 모른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마귀 수를 쓰다가 지옥으로 가는 것 같다. 그들이 가는 세상 속의 지옥이 감옥이기도 했다. 예수의 영이 그들의 악령을 쫓아내 주었으면 할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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