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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흔적을 찾아서(1)

운영자 2021.01.25 09: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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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흔적을 찾아서(1)



나는 나이 사십부터 오십대 중반까지 여행을 많이 했다. 작심을 하고 세계를 떠돌아 다녔다.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이나 ‘나나’라는 소설을 읽고 그 주인공들을 찾아서 파리의 뒷골목을 걸어 다니기도 했다. 삼십대 중반부터 칠십 고개에 다다른 지금까지 성경을 읽었다. 성경은 배의 바닥짐처럼 나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성경 속의 장소들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걷는 것도 좋았다. 인생의 되새김질을 하듯 일기를 들추다가 이천팔년 스산한 겨울 추위가 닥치던 십일월경 예루살렘 주변을 서성이던 나를 발견했다. 그 당시의 상황으로 들어가 보았다.



좌석에 붙어 있는 안내판에서 비행기 고도가 오천미터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이제 십 여분 후면 텔아비브의 벤구리 공항으로 비행기가 착륙한다. 비행기 안은 적막하다. 젯트 엔진 소리만 ‘쏴아’하고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 같다. 비행기 창은 어둠으로 먹물같이 검다. 그 창에 나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창문이 거울이 되어 돋보기를 쓴 나의 모습을 비치고 있다. 출발 할 때 만났던 장모는 나를 보고 왠 흰머리가 그렇게 많냐고 했다. 이윽고 비행기가 밤하늘에서 커다란 새 같이 내려와 미끄러지듯 활주로에 앉았다. 나는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와 버스를 탔다. 예루살렘까지는 버스로 사십분 가량 가야 했다. 버스의 앞에 붙은 디지털 시계의 숫자판이 밤 열한시 삼십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책으로만 보던 성경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 었다.



다음날 나는 성서고고학자 고양주씨와 함께 감람산 중턱쯤에 있었다.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수없이 걸어서 넘나들던 장소였다. 그 길들은 매끈하게 도로포장이 되어 수 많은 차들이 오가고 있었다. 제일 먼저 내가 찾아간 곳은 예수가 부활 후 하늘로 올라가기 직전 제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던 장소였다. 건너편 아래로 예루살렘의 성벽이 보이고 그 안 쪽으로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돔이 시야에 들어왔다. 부근에는 가난한 아랍인들이 사는 바라크 집들이 보였다. 창문은 유리 대신 빛바랜 천으로 막아 놓았다. 이층의 베란다에는 빨아서 줄에 걸쳐놓은 카핏들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예수님이 승천했다는 성스러운 자리 부근에 빨래줄이 걸려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옆에 있던 성서고고학자 고양주씨가 말했다.

“예루살렘 성이 보이는 여기의 반대편 쪽에 베다니가 있죠. 예수가 사랑하던 마르다와 마리아자매 그리고 나사로의 집이 있었던 곳이죠. 예수님은 감람산과 예루살렘을 왔다갔다 하셨죠. 우리가 걷는 이 도로가 예수님이 걸으셨던 길이라고 우리 성서 고고학자들은 추정합니다.”

예수님이 걸었던 길을 나는 실제로 한발 한발 밟고 있었다. 우리는 길을 걷다가 한 교회 앞에 섰다. 성서고고학자인 고양주씨가 입을 열었다.

“예수는 당시 이 감람산을 오르내리다가 강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이 있으면 들어가 쉬었죠. 그 쉬는 동안에 제자들의 질문을 받고 주기도문을 얘기해 줬죠. 그 동굴 위에 주기도문 교회가 세워진 겁니다.”

잠시 후 우리는 예수가 아픈 다리를 쉬던 동굴을 둘러보고 있었다. 백이십삼개국의 언어로 된 주기도문이 벽에 걸려있었다. 언어는 달라도 그 내용은 하나였다. 마찬가지로 수만가지 예배방식이 있어도 모시는 하나님은 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나는 겟세마네 동산에 서 있었다. 녹회색의 잎들로 무성한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들어차 있었다. 예수가 피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는 바위로 갔다. 흰색이 드문드문 섞인 갈색의 돌이었다. 주어진 고통의 잔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게 해달라는 절실한 눈물이 떨어진 그 자리에는 눈물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중세만 해도 신도들의 평생 소원은 성지순례를 한 번 해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원을 이루고 있음에 감사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선택의 길이 있는 것 같다. 사무실에서 비즈니스에 열중할 수도 있다. 세상적인 성공을 위해 열심히 뛸 수도 있다. 그러나 ‘천로역정’속의 주인공이나 ‘신곡’을 쓴 단테같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진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가기 전에 서 있었다는 그 자리에서 파란 하늘을 지나가는 하얀 구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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