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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의 이면

운영자 2020.06.15 10:00:37
조회 196 추천 2 댓글 0
몇 년 전 일이다. 삼십대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와 이렇게 호소했다.

“돼지를 키우던 아버지가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다가 농약을 먹고 목숨을 끊으셨어요.”

청년의 말을 들으니까 그 얼마 전 보았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한 영상이 떠올랐다. 겨울인데도 송전탑이 설 자리에 토굴 움막이 만들어지고 마을 노인들이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 청년은 말을 계속했다. 

“환경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송전탑이 지나가면 마을 사람들이 다들 암에 걸려 죽는다고 했어요. 마을 사람들이 그 얘기를 듣고 화가 났죠. 그 사람들이 송전탑 밑에 토굴을 파게하고 할머니들이 거기 가서 지켜야 한다고 했어요. 마을 꼬마들에게는 피켓을 들게 하고 경찰버스가 와도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요. 매일 농성장에 나가던 아버지는 말이 없는 순박한 분이었어요. 그냥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농약을 마신 거예요.”

그들의 위선적인 내막이었다. 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시청 앞에 아버지 분향소를 차리고 싸움을 확대했죠. 나보고 기자회견을 하는 데 와서 말하라고 했어요. 내가 주저하니까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거예요.”

청년은 순간 울컥하는 표정이었다.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대책위를 만든다면서 활동비를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저에게 아버지 장례식과 합의에 관한 전권을 달라고 하면서 위임장에 도장을 찍으라는 겁니다. 그 얼마 후 운동가라는 사람들이 농성장 텐트 뒤쪽에서 싱글거리면서 돈을 세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니까 그 사람들은 송전탑엔 아무 관심도 없고 저희 마을을 도와준 것도 없어요.”

이 사회에 기생충 같은 타락한 가짜 시민운동가들의 모습이었다. 또 다른 절규를 들은 적도 있었다. 한 여성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아버지는 6.25 때 부두노동자부터 시작해서 평생 먹지 않고 입지 않고 수백억을 벌었어요.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전 재산을 기부해 재단이 만들어졌죠. 시민운동으로 유명한 분이 이사장으로 들어왔어요. 일류호텔에서 화려한 이사회가 열리고 알맹이가 없었어요. 아버지의 기부 정신이 실종된 걸 느꼈어요. 재단은 퇴직한 사람들이 월급 받아먹는 자리로 변했구요.” 

기부자인 그 노인에 대한 작은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크리스마스 무렵 낡은 외투에 쭈그러든 중절모를 쓴 노인이 사랑의 냄비에 몰래 일억 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넣고 사라진 미담이었다. 그 노인은 죽을 때도 전 재산을 기부했다. 찾아온 딸은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시장바닥에 버려진 배추 잎을 주워 청계천변의 판자 집으로 가져가 된장 한 숟가락을 넣고 국을 끓여 보리밥과 함께 먹던 분이예요. 평생 검소하게 살았어요. 시민운동가라는 분이 아버지를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진실이 없는 위선적인 시민운동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건 적이 있었다. 탐욕과 명예욕 그리고 권력욕이 그들을 변질시켰다. 역 앞에서 무료급식을 하면서 유명해진 한 운동가는 내게 이런 말을 솔직히 해 준 적이 있다. 

“역 앞 광장에서 노숙자에게 무료급식을 하다 보면 감동한 시민들이 조용히 다가와서 현찰을 쥐어 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건 회계장부에 쓰지 않고 써 버려도 아무도 몰라요. 그 돈을 보고 탐을 내어 달려드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기부금과 국가지원금들도 허술한 구멍만 생기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명해진다는 건 그들에게 독이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이 국회의원이나 시장이 된 후에는 권력의지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시민운동을 했다는 국회의원당선자 윤미향에 대한 보도가 불쾌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이제 밀과 가라지를 구별할 때다. 가라지를 모아 불태워버릴 때가 온 것 같다. 국가지원금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일원 한 푼까지 철저히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수사기관은 그들의 지능범죄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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