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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운영자 2020.02.10 10:24:34
조회 185 추천 1 댓글 0
어제는 먼 친척이 되는 화가의 전시회에 조용히 다녀왔다. 혜화동의 골목 안에 있는 화랑은 적막했다. 나는 그림자같이 그 안에 들어가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을 보았다. 그는 수묵으로 북한산의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그리기도 하고 물이 흐르는 계곡의 정자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쉬는 등산객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그는 명문 미대를 나온 학력이 없었다. 이력서에 쓸 만한 학력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그림에 대한 정열은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이었다. 소년 시절 그는 박물관에 가서 조선의 화가 안견이나 김홍도, 장승업 등의 그림을 몇 시간이나 보면서 혼자 그들의 화풍을 익혔다. 임시직으로 잠시 일을 하면서 생계비를 벌던 그는 장년의 세월에도 지리산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살아있는 바위와 물 그리고 소나무를 스쳐 가는 바람과 대화를 하면서 그 모습들을 그의 화첩에 담곤 했다. 그는 사진을 찍어 그걸 화실에서 그리는 건 싫다고 했다. 바위와 물을 오랜 시간 마주하면서 그 미세한 부분까지 영혼에 집어넣은 후 그걸 화폭 위에 다시 꺼내놓으려고 했다. 일생을 그는 영혼의 화폭에 싱그러운 안개가 감도는 자연을 담아왔다. 그의 화폭의 여백의 부분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존재와 평생 교류하며 사는 것 같았다. 오십대 중반쯤 나는 ‘다석 일지’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쓴 류영모 선생은 학교 선생도 하고 작은 사업도 하다가 북한산의 물가에 집을 얻고는 그 후부터 성경을 읽는 것으로 노년을 보냈다. 그는 일지형식으로 자신의 명상록을 썼다. 그가 쓴 ‘다석 일지’를 보면 그의 영은 순간 순간 하나님의 영과 소통하면서 받아들인 말을 쓴 것 같았다. 그의 이상은 톨스토이의 성 농부였다. 농기구를 손게 들고 밭에서 일하며 믿음을 가진 그런 모습이었다. 화가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노동을 하면서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까. 나는 그의 책을 읽고 천안의 산자락에 묻혀있는 그의 앞에 꽃 한 송이가 담긴 화분을 가져다 놓은 적이 있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세상의 우여곡절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인간은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은 세상의 물결을 따라 흘러갔다. 부자가 되기 위해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 명예를 얻기 위해 꿀 한 방울에 수많은 벌레가 모여드는 것 같이 사람들은 들끓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행복을 원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 정도 희망한 목표액에 도달하면 행복 할 것이라고 생각 했다. 어떤 자리에 오르면 그때는 만족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여러 사람의 박수를 받는 순간 마약에 취한 듯 황홀해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있었다. 내면의 산을 올라가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세속의 잡다한 일들을 떨쳐 버리고 하나님과 교제할 시간을 갖는데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행복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세상의 불행은 행복해지려고 하는데서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서 행복하려고 하지 말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역설이기도 했다. 그들은 세상에서 오히려 미움을 받으려고 했다. 오해받기를 원하고 박해받기를 각오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행복 해 지고 있었다. 젊은 시절 깊은 산속의 암자 뒷방에서 나는 꿈을 꾸었다. 검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되는 꿈이었다. 시간의 강물을 흘러 장년이 되면서 꿈이 바뀌었다. 죽은 물고기는 세상의 물결을 따라 흐르지만 살아있는 물고기는 흐름을 거스르게 되어 있다. 지구별로 여행을 온 나의 영혼이라면 화려한 이 별의 곳곳을 돌아다녀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학을 사랑하고 예술을 접하며 풍성하게 살고 싶었다. 지금은 노년이 되어 영원의 거대한 바다를 앞에 두고 물가의 소년 같은 두려운 마음이 되어 있다. 봄날 저녁 와글와글 떠드는 논의 개구리소리 같은 세상의 갑론을박을 모두 떨쳐 버리고 하나님을 만나는 기쁨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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