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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137 - 李文烈의 분노

운영자 2019.11.25 11:14:53
조회 102 추천 0 댓글 0
친일마녀사냥


137


李文烈의 분노


2010년 2월23일 오후 2시30분. 나는 서울 시청 옆의 프레지던트 호텔 거피숍에 앉아 있었다. 갈색의 벽과 의자들이 고풍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나는 작가 이문열(李文烈) 씨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가는 그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였다. 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우직하고 두툼한 인상의 이문열 씨였다. 비둘기색 싱글에 하얀 와이셔츠를 받쳐 입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단번에 본론을 꺼냈다. 

“저는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어떤 의견을 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그래도 침묵하는 다수 속에 상당수는 저를 지지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위로를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저는 이제 침묵하는 대중을 그들과 공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길가에서 얻어터질 때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두들 신나게 구경만 하면 그게 뭡니까? 그들은 단순히 구경꾼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과 공범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패배하고 한쪽으로 내쳐져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새로 책 한 권을 냈어요. 그런데 일주일 정도 잘 팔리더니 갑자기 매상(賣上)이 뚝 끊어지는 거예요. 출판사 사장에게 알아봤더니 ‘내 책은 절대 사서 읽지 말라’고 인터넷 속의 안티세력이 계속 글을 올리더라는 겁니다. 그게 네티즌한테 먹혀들어가고 말이죠. 지금은 대형 인터넷서점이 매상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정체 모를 몇 명이 올리는, 나를 매도하는 그 글을 독자들이 받아주는 거예요.”

칼럼 등을 통해 진솔한 의견을 피력했다가 고난을 당한 그가 계속했다. 

“얼치기 좌파들이 있어요. 제대로 이론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남을 공격하는 소수의 무리들이죠. 예를 들면 개량한복을 입고 콧수염에 꽁지머리를 한 그런 부류들이죠. 그런 세력이 제가 글을 쓰면 고소를 하고 그게 무혐의 처리되면 다시 문장의 형식을 바꾸어 또 고소를 하고 그렇게 해요. 엄청나게 에너지를 빼앗기는 일이죠. 

한번은 여주 검찰청으로 소환되어 갔어요. 젊은 검사 앞 철의자에 앉았습니다. 고소를 했다는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빈정거리면서 놀리는 겁니다. 제가 대꾸하지 않고 참고 있다가 나중에 ‘그런 소리 말라’고 벌컥 화를 냈어요. 그랬더니 앞에 앉아 있던 새파란 젊은 검사가 ‘당신들 싸우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내가 언제 싸웠다고? 검사의 그 말이 훨씬 더 모멸감을 주더라구요. 

엄(嚴) 변호사가 지금 하는 친일파 문제만 해도 그래요. 이게 인터넷 포퓰리즘의 위력입니다. 진실이 어떻건 상관없어요. 거기서 친일파라고 하면 아니더라도 그렇게 되는 겁니다. 인터넷이 쌍방향이라고 하지만 절대 아니에요. 허상을 만들어 인간들을 무참히 공격하고 죽여버리고 있어요. 

뽀빠이 이상용씨가 그렇죠. 10년 전쯤 심장재단의 비리에 연루된 것 같은 얘기가 돌았어요. 실제 그렇지 않은데도 연예인으로서의 그의 생명은 끊어졌죠. 최근에야 한 프로그램을 맡은 것 같던데. 자살한 최진실 씨만 해도 그래요. 네티즌들이 영화계의 깔개라고 별별 모욕적인 글들을 다 올렸죠. 그러다 나중에는 사채(私債)에 연루된 것같이 모략하는 글을 쓰니까 그걸 이기지 못하고 마지막에 자살까지 한 거 아닙니까? 포퓰리즘은 진실하고는 상관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조선 왕은 일본 황족이 되고 거대한 재산을 소유했어요. 그렇다면 조선의 왕실도 부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인데요. 북한정권은 조선왕조를 부인하고 그 자리에 김일성을 앉혔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더 깊은 역사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덧붙였다. 

“한일합방 전에 손병희(孫秉熙) 선생이 일본군에 50만 원을 헌금한 사실을 압니까? 지금 같으면 500억 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인데 동학군이 구한말에 일어난 의병들을 없앤 거 아세요? 이 나라의 좌파들은 동학을 혁명이라고 하면서 동학군이 의병들을 제압한 건 침묵하고 있어요.”

어느덧 얘기한 지 두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가 됐다. 그가 내게 명함을 주면서 말했다.

“앞으로는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교환합시다. 그러다 만날 필요가 있으면 만나서 얘기하구요. 그리고 저는 30분 후 대학총장들 앞에서 강연할 일이 있어서 여기서 준비하다 갈랍니다.”

그는 양복 안쪽에서 강연할 내용을 메모한 걸 꺼내 조용히 공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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