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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79 - 애국심에 호소한 광고

운영자 2019.07.29 10:25:45
조회 71 추천 0 댓글 0
친일마녀사냥


79


애국심에 호소한 광고


1930년 5월29일 경성방직 중역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한 임원이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

“과거 수년간의 숫자를 보면 조선에서의 면포(綿布) 소비액은 1년에 6600만 원(圓)을 넘어선 반면 조선 내 생산액은 겨우 2200만 원밖에 안되고 그 차액은 수입품으로 메워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판매실적은 비교적 순조롭고 게다가 매년 수요에 대해 재고가 부족한 사태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회사의 생산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황으로 건물과 설비에 드는 비용이 20퍼센트나 내려갔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공장을 확대할 호기(好機)입니다.”

경제현실에 대한 다른 해석이었다. 취체역 박용희(朴容喜)가 나서서 의견을 제시했다. 

“설비자금은 이번에는 조선식산은행에서 융자받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만은행장은 거액의 자금을 일본 본국의 회사에 비정상적으로 대출해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그에 비해 조선식산은행장인 일본인 아루가는 원칙에 충실한 인물입니다. 경기나 정권에 영향을 받는 성품이 아니라고 합니다. 대부담당 과장에게 사전에 은행의 의사를 타진해 봤는데 행장의 결제가 날 게 틀림없답니다.” 

“은행대출은 결정적인 사항인데 아루가 행장이 과연 믿을 만할까요?”

이강현(李康賢)이 회의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취체역 박용희가 바로 이렇게 설명했다.

“얼마 전 우리 조선 기업인들이 은행들의 차별대우에 불평하고 조선인 회사에 대해 금융을 촉진해 달라고 총독부에 청원서를 제출했었습니다. 식산은행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습니다. 식산은행의 은행장인 ‘아루가 미쓰토요’는 특이한 인물입니다. 조선에서 세무감독국의 관료로 시작한 사람입니다. 관세과장을 거쳐 총독부 재무국의 금융과장을 지냈습니다. 공직을 떠나 새로 설립된 식산은행에 이사로 참여했고, 식산은행장 미시마 타로의 후임으로 뽑혔습니다. 

은행 내에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이 100엔을 받으면 조선인들은 60엔을 받았습니다. 아루가는 은행 내에서 조선인 직원과 일본인 직원 간의 급여, 경비계산, 승진 등에서 차별을 철폐했습니다. 능력본위로 해야 한다는 거죠. 아루가는 조선인 기업인들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경주 崔부자댁의 채무도 과감히 면제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해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전국적인 연쇄점 사업을 하겠다는 박흥식(朴興植)에게 거액의 대출을 해준 사람입니다. 아루가는 우리 경성방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성방직의 배경과 재무상황을 잘 알고 건전한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인들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더불어 발전시키는 것이 일본에게 더 이롭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중역들의 얘기를 들은 김연수(金秊洙) 사장이 결론 내렸다.

“영등포 공장 서쪽에 새 공장건물을 증축하고 첨단 장비를 수입하기로 합시다.”

경방은 닛폰 기계공업주식회사, 노사와 기계주식회사, 밧다이 무역주식회사, 오니시 상점주식회사들과 거래를 트고 스위스제 방추(紡錘) 2만1600추를 도입해서 설치했다. 일본의 기계회사들은 경성방직에 다투어서 좋은 조건들을 제시했다. 대금 지불은 10년이나 그 이상으로 분할 상환하는 걸 허용했고, 연간 상환액은 7.4퍼센트 정도였다. 해방 무렵 경방(京紡)은 도요타의 기계값 40퍼센트가량이 아직 채무로 남아 있을 정도였다. 일본의 기계회사들을 경쟁시키고 또 스위스에까지 구입선을 트자 경방은 주문이 소액이라 하더라도 일본의 공급자들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았다. 

예를 들면 경방은 마쓰이상점으로부터 단 한 개의 부품을 구입한 적도 있었다. 부품 값이 70엔에 불과했지만 이 주문도 2년 후부터 8.8퍼센트씩 할부로 지급되었다. 동시에 경방은 스기하라상점으로부터 단지 120엔짜리 물품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후 8년간 6개월마다 3~5엔을 지급했다. 경성방직은 직기(織機) 448대로 조선에서 최대의 방직회사가 되었다.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계들이 설치되면서 여공(女工)들은 같은 시간에 종전의 두 배가 되는 직물을 짤 수 있게 됐다. 영등포의 공장 증설공사와 함께 스위스의 슐처사 제품인 발전기를 도입해 자가(自家)발전으로 기계들을 가동시켰다. 경성전기회사에 지불해 왔던 비싼 전기료를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경성방직은 직포(織布) 19만9000필을 생산했고, 판매면에서 창립 후 처음으로 20만 필이라는 대량판매의 실적을 올렸다. 경제공황의 여파로 임금을 20퍼센트 삭감하는 게 노동계의 일반적 동향이었다. 48퍼센트를 육박하는 노동비용의 감축은 경쟁력을 비약시킬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경성방직은 신제품 ‘불로초(不老草)’를 개발했다. 신제품은 기존의 태극성(太極星)보다 올이 굵고 값은 저렴했다. 불로초가 신의주와 의주, 그리고 만포진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어서 국경지대에서 대량 주문이 들어왔다. 영세 상인들이 불로초 광목을 등짐으로 지고 만주로 중국으로 보따리 장사를 하러 가기 때문이었다. 만주사람들이 불로초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경성방직은 만주시장에 눈길을 돌렸다. 만주인들이 불로초를 좋아하는 이유는 먼저 상표가 자기네 제품같이 친근했기 때문이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의 도교(道敎) 의식이 있는 중국인들은 진시황 시절부터 불로초를 구하려고 동남동녀(童男童女)를 조선에 보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올이 두꺼워 중국인의 취향에도 맞았다. 경성방직이 일본기업을 제치고 조선시장을 점유할 기회가 왔다. 독특한 시리즈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동아일보 광고는 이랬다. 

‘조선인의 일용품은 거의 전부가 수입품입니다. 이 때문에 조선인은 빈궁의 도가 점차 더해지고 수입품 중 하나인 의류직물의 매년 수입액이 5000만 원 이외다. 얼마나 무서운 거액입니까? 이것을 조로 환산하면 500여만 석이요, 매호에 평균분해하면 한 집당 20원이나 됩니다. 이런 거액의 부(富)가 오직 직물만으로 연연(年年)히 해외로 나가는 것을 생각할 때 조선의 빈궁할 것이 당연하고 전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무서운 수입을 방지하고 자급자족할까? 그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 자본으로 우리 기술로 우리가 쓸 것을 제조하고, 우리는 우리가 제조한 것을 쓰자는, 그것뿐입니다. 회사가 우리의 경영으로 일어나서 광목을 제조하는 것은 진실로 이를 위함이니 외형은 비록 영리사업이나 경영자 측면에서 보면 조선인 산업의 만회를 위하는 고충에서 출발한 것이외다. 아직 본사의 제조능력이 1일 200필, 1년에 7만~8만 필에 불과하지만 면직물 全 수입량의 40분의 1은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동포들께서 일심으로 저희 광목을 애호하시고 협보(挾輔)하시면 우리 기업은 자라나서 매년 80만 필, 800만 필을 생산한다면 수입방지뿐 아니라 도리어 해외시장에 수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동포제위의 애호와 협조에 달렸습니다. 애용하시고 선전해 주십시오.’

민족의식을 자극하고 있었다. 시리즈 광고는 이렇게 계속됐다. 

‘용감히 수입품을 당해내는 토산광목 백의동포의 힘 있는 후원에 의하여 이에 첩보를 돌릴 날이 박근(迫近)하였다. 더욱 사랑하시오! 모두 태극성 편이 되시오!!’

또다른 광고는 이랬다.

‘조선광목을 입으시는 것

조선광목을 파시는 것

이것이 개인적으로나 민족적으로 

이익이 되고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경방의 좋은 광목을 사랑해 입으시오. 파시오.

경성방직주식회사.’

경성방직은 끊임없이 광고를 했다. 

‘2000만 동포에게 추천함. 조선과 조선사람에게 그 무슨 시설이 긴급치 아니하며, 그 무슨 단결이 필요치 아니하겠습니까만 그중에서도 가장 긴급한 것은 생산시설이며, 가장 필요한 단결은 자작자급의 정신을 함양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미운동이 있은 후도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먼저 교육을 보급시키자, 토산물을 장려하자, 산업을 진흥시키자고 우렁차게 부르짖었습니다. 교육도 물론 긴급하고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경제력으로 쇠멸(衰滅)을 당하여 먹을 것 없고 입을 것이 없는 것처럼 긴급치 못합니다. 생산공업이 없이 남의 것만 쓴다 하면 우리는 많지 못한 것이나마 모두 남에게 빼앗기어 필경에는 우리의 장래가 어찌 될 것입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보다도 생산기관의 시설과 자족자급의 정신함양이 가장 중요하고 또 긴급합니다. 이것이 곧 우리를 먹이는 것이요, 또 우리를 살게 하는 다만 한 가지의 곧은 길입니다. 이런 의미 아래 십수 년 전에 경성방직주식회사는 조선광목을 제조하여 종류 많은 외래품과 용감히 싸우며 <우리살림 우리의 것으로>라는 표어 아래에 꾸준히 분투하여 나왔습니다. 

만천하 동포 형제여.

우리의 생산공업과 경제의 회복을 위하여 의복의 일부분일망정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량 견실한 실용적인 경방제품 조선광목을 쓰시도록 일치단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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