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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65 - 강만길의 논리

운영자 2019.07.01 10:28:05
조회 97 추천 0 댓글 0
친일마녀사냥


65


강만길의 논리


그들의 바위처럼 굳은 사관(史觀)을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대통령에게 역사바로잡기를 건의해 위원회를 조직하고 친일파 척결이론을 제시한 사람은 역사학자 강만길(姜萬吉) 교수였다. 위원회의 중심을 관통하는 이론을 알려면 그의 논문들을 보라고 했다. 강만길 교수의 논문과 시론들을 모아놓은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라는 책과 <20세기 우리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구해 읽었다. 강만길 교수가 주장하는 핵심내용은 대충 이랬다. 



◆◇◆



한반도의 근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한제국의 체제를 청산해 인민주권에 의한 근대국민국가를 수립해야 했다. 한반도가 일제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 원인은 중국의 신해혁명같은 혁명에 실패했기 때문이고 그 배경에는 혁명을 할 수 있는 노농계급의 정치적 성장이 늦었기 때문이다. 식민지배의 피해는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그 훈련을 쌓을 기회를 박탈당했다. 경제적으로는 민족자본의 축적에 의한 자율적 산업혁명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사회적으로는 민족분열의 소지가 생겨나고 계급적 대립이 깊어졌다. 문화적으로는 민족성과 주체성과 자존심을 훼손당했다. 

일제시대 주민들이 해야 할 최고의 역사적 과제는 민족해방운동이었다. 어디서건 민족해방운동군을 양성해 모국을 점령하고 있는 적군과 싸워 항복을 받는 일이었다. 일제시대 만들어진 조선혁명학교는 의열단 계통의 공산주의자들이 중국정부의 도움을 받아 설립한 혁명기지였다. 혁명학교의 방침은 노동자계급의 프롤레타리아혁명이었다. 

조선의 농민은 미약한 세력이지만 노동계급의 동맹군으로서 계급혁명에 동원할 가능성이 있었다. 민족주의자는 프롤레타리아계급혁명 단계에 도달하면 완전히 반동세력이 되지만 민족해방까지는 완전히 악수할 수 있는 전투적 혁명층이며 버릴 수 없는 분자다. 소시민계급은 혁명의 최후 단계까지 투쟁적 역할을 다할 중요성을 가지는 계급이다. 

총독부 관리층은 몸은 조선인이지만 정신은 완전히 일본 자본가와 제국주의화한 계급으로 혁명에 대한 적이다. 경성방직의 김연수 같은 토착 부르주아에 대해서는 조선독립의 단계까지는 놔두지만 진정한 조선의 계급적 혁명에 도달했을 때에는 완전한 반동적인 적이다. 전체 지주의 토지를 몰수해야 한다는 게 혁명의 방향이다. 노농계급을 혁명의 주체로 하고, 시민계급과 노농계급이 통일전선을 이루어 투쟁을 해야 했다. 

3·1운동 이후 민족운동 세력이 좌우익으로 분리되어 어느 쪽도 민족해방운동을 수행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김구 주석이 민족해방운동전선에서 활동하면서 좌익세력과 통일전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가 외세에 의해 해방됐다. 20세기의 가장 역사적인 사건은 러시아 혁명의 성공이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 소련연방 하나밖에 없던 사회주의 국가가 전쟁이 끝나면서 동유럽지역과 중국, 베트남, 북한 그리고 쿠바까지 혁명에 성공했다.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하지 않고 소련과 했다면 좌익민족해방운동세력이 소련군과 연합해 조선을 해방시킬 가능성이 있었다. 

이승만과 국내 지주세력의 핵심인 한국 민주당이 반탁노선에 합류함으로써 우익의 반탁노선과 좌익의 찬탁노선이 극명하게 대립했다. 신탁통치를 5년 동안 받았다면 그후 통일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있었다. 이승만과 한민당 세력이 할 수 있었던 일은 단독선거로 분단국가를 만들어 한쪽 정권이라도 쥐는 길이었다. 임시정부가 그 정통성을 포기하고 과감히 신탁통치에 응했으면 민족분단도 막고 김구 선생의 암살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승만의 대한민국은 국내 지주세력과 친일관료를 바탕으로 성립된 정권이다. 그러나 김일성 정권은 동북항일연군에서 투쟁했던 세력과 중국 팔로군과 함께 일본군과 싸웠던 조선의용군 세력을 중심으로 성립된 역사적 정통성이 강한 정권이다. 미국에 의한 남한정권의 수립 자체가 한반도 주민들의 혁명적 운동을 방해한 것이다. 민족해방이 혁명적 방법으로 달성되지 않음으로써 식민지 시기에 양성된 반민족세력은 온존한 채로 오히려 정치세력으로 재생됐다. 

구한말 시대부터 친일세력은 3단계로 확대되었다. 첫 단계는 한일합방 때의 고급관료와 이씨왕조 왕족 중심으로 형성된 친일파고, 두 번째 단계는 3·1운동 후 일제의 문화정치 아래서 노농계급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자산계급, 지식인, 종교인 중심으로 친일파가 확대되고, 1930년대 이후의 세 번째 단계는 특히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시기에 자산계급, 지식인, 종교인 중심으로 확대됐다. 

친일의 논리는 즉시독립불가론, 참정권 및 자치권 획득론, 제한적 민족문화 보존론이었다. 마지막은 철저한 황국신민화에 의한 차별탈피론이었다. 민족주의 세력의 주장들은 거의 다 反민족적 논리였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시기 민중들도 저항을 못 하고 일방적 전쟁협력만이 강요되는 상황에 놓였다. 또한 해방구가 없어서 해방운동 세력과 민중세계가 연결점을 가지기 어려웠다. 

그 때문에 해방 후 反민족 세력의 숙청 및 민족해방운동 세력과 민중세계의 유기적 결합이 어려웠다. 일제 시 자산계급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친일적·反민족적 정치세력이 양성됐고, 민족해방이 혁명적 방법으로 달성되지 않음으로써 反민족 세력은 오히려 해방 후 정치세력으로 재생됐다. 경제 분야에서도 민족자본의 성장이 철저히 봉쇄된 채 일부 反민족적 예속자본만이 남았을 뿐이다. 

민족분열의 원인은 미·소의 분할점령보다 일제시대 형성된 反민족적 정치경제세력이 일제 패퇴 때까지 온존하는 바람에 해방 후 그들의 세력이 오히려 다시 살아나 민족분열의 원인이 됐다. 현재의 분단 자체는 식민지배의 미청산 상태다. 박정희 같은 일본군 장교 출신, 신현확 같은 관료 출신, 그리고 김연수 같은 일제시대 지주와 자본가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다. 러시아가 동아시아문제에 개입하는 핑계를 주지 않기 위해 미군이 동아시아에서 철수해야 했다. 6·25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닌 통일전쟁이었다. 역사적·민족적 처지 및 지정학적 위치상으로 분단되어서는 안 될 조건이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같이 살아온 한민족 사회가 한때의 악운과 실수로 부자연스럽게 분단된 상황이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비록 전쟁의 방법으로라도 통일하려 했던 불가피한 전쟁이었다. 1950년도 시점에서 통일이 현실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침이냐 북침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6·25전쟁을 침략전쟁에서 통일전쟁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이 북쪽 김일성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전쟁을 유발했다는 설도 있다. 미국이 북쪽의 전쟁개시 일자까지 정확히 알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 남은 무기를 소비하기 위해 전쟁을 유발했다는 미국 정보계통 종사자의 회고록도 있다. 객관적 입장에서의 한국은 휴전선 이남을 가리키는 명칭이지 한반도 전체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38도선 이북지역도 영토에 포함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객관적 역사적 사실이 못 된다. 한반도의 남반부는 자본주의 체제가 정착해 가고, 북반부는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한반도의 남북대립 현실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남북의 어느 한쪽에 정당성을 두는 역사인식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舊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의 1970년대 유신통치는 조선총독의 1910년대 무단통치에 비유할 만한 것이다. 5·16혁명 이후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외채자본주의의 일정한 발달에 도취해 안주하는 역사인식을 경계하고 분단국가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짐으로써 자본주의는 건방져 지면서 신자유주의가 되었다.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도 와해되어 새로운 세계체제가 성립될 것이다. 

역사학이 무엇을 할 것인가. 1980년대 들어서면서 민중사관이 대두됐다. 민중은 단위계급이라기보다 계급 연합적 개념이다. 역사이해에서 계급문제를 앞세울 것인가 민족문제를 앞세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사회주의 체제가 와해됐다고 하더라도 혁명적 방법은 21세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무산계급의 만민평등사회로 가는 사회주의가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역사학의 목적은 우리 시대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反민족적·反역사적 분단시대임을 인식해야 한다.



◆◇◆



강철 같은 그들의 역사관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런 역사관을 가진 조사관이나 위원회라면 이미 신현확(申鉉確) 전 총리나 김연수 회장 같이 역사적으로 찍힌 사람은 설령 예수라 해도 부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나는 현실에서 그들의 변호를 맡은 담당변호사였다. 인터넷에서 나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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