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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는 검사
이번에는 재판장이 변호사를 보면서 최종확인했다.
“낸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회사로부터 받은 사람들이 명단을 증거로 제출하셨는데 그게 맞습니까?”
“맞습니다. 방청석에 앉아 있는 피해자 대표라고 하는 서상태만 하더라도 육백만원을 내고 삼억원을 가져간 사람입니다. 실제로 활동성이 강한 회원들은 자기가 낸 돈보다 훨씬 많은 수당을 받아간 게 사실입니다.”
“더 많이 받아갔다면 결국 사기피해자는 아니군요,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서 염출한 겁니까? 어떻게 운영 하길래 그런 돈이 나오죠?”
“조직을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결국 하위조직이 낸 돈으로 메꾼다? 그럼 그 하위조직은 어떻게 돈을 줍니까?”
재판장이 핵심을 찔렀다. 변호사가 멈칫했다. 재판장은 앞에 서 있는 주기도를 보면서 “직접 대답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계열회사를 만들어 직접 아주 저렴하게 생산을 합니다. 또 은행으로 치면 휴면계좌 비슷하게 틈새매출과 초과미달매출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걸 수당으로 돌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케팅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주기도가 대답했다. 검사가 일어나 맞받아쳤다.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휴면계좌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습니다. 피고인은 이 자리에서 재판장도 속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주기도는 상당비율의 회원이 오히려 이익을 봤다고 숫자를 제시하고 있는데 검찰이 조사한 바로는 구십일퍼센트가 집을 담보로 사채를 얻어 돈을 댄 사람입니다.”
재판장이 검사에게 다시 물었다.
“검찰 측은 주기도가 사리사욕을 위해 회사에서 돈을 빼냈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수백억이상 개인적으로 착복을 했습니다.”
“그게 로비자금으로 들어갔다고 판단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본인이 입을 열지 않고 증거가 없어 기소를 못했을 뿐입니다.”
이번에는 재판장이 주기도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주기도씨 그에 대해 얘기할게 있어요?”
“모두 회사를 위해 썼습니다.”
“회사가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는데 그래도 굴러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극복할 수 있는 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근거는요? 물론 주기도의 강한 의지나 낙관적인 감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건 감정에 불과한 거 아닙니까?”
“저는 회원들에게 틀림없이 보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잠시 영업이 중단된 것, 전산이 중단된 사태 임원의 장난으로 납품업자들이 잠시 물품공급을 단절시킨 일련의 사고가 원인이 됐을 뿐입니다.”
“그런 문제점은 어느 기업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걸 극복하지 못했다는 건 결국 기업의 체질이 워낙 약했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에도 중병이 걸린 셈 아닌가요?”
재판장의 생각이 나타나고 있었다. 검사가 바로 그 말을 받아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주기도가 제시한 모델은 겉모습뿐이고 초창기부터 그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주기도는 회원들이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점수만 늘였다가 그걸 무의미하게 만든 거죠, 점수대로라면 매일 수백억의 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당을 이익의 범위 내에서 주겠다는 것도 사실은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재판장이 주기도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 검찰이 한 기소의 맥락을 보면 고금리를 주는 것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새로 유인한 사람들이 낸 돈을 나누어 먹는 겁니다. 모두에게 돌아갈 기본재원은 없습니다. 결국은 홀로 가는 자전거 같이 어느 순간 넘어지게 되어 있죠, 그렇다면 스스로 알면서 시간 연장만을 할 뿐이라고 추측이 되고 주기도피고인은 그런 생각을 했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물론 재판장님의 말씀은 맞습니다. 기존다단계는 거의 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릅니다. 생필품 같은 상품을 창출해서 회원들이 계속적으로 재 구매 하게 만드는 겁니다. 자전거로 치면 페달을 계속 돌리는 동력을 마련하는 거죠. 기존 회원들에게서도 이익이 계속 나오고 신규회원들에게서도 재원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걸 굴리는 겁니다.”
이번에는 재판장이 검사를 보면서 물었다.
“검찰의 시각은 어떤 게 사기라는 겁니까? 마케팅의 모델 자체가 사기입니까? 현실이 마케팅 모델대로 될 수 없기 때문에 사기입니까?”
“마케팅 모델대로 되면 도박이고 그게 아니면 사기입니다.”
검사가 대답했다. 그때 김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재판장님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논점이 그렇다면 검사는 왜 특정연도 특정 시점만 사기로 기소하고 왜 평소의 마케팅들은 기소하지 않았는지 물어봐 주십쇼, 일심에서 검사는 방문판매법위반으로 기소했다가 무죄가 나올 것 같으니까 변론이 종결한 후에 갑자기 공소장을 변경하고 죄명도 바꿨습니다. 또 평소의 사업들을 기소했다가 그걸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검사가 정확한 논점을 제시하지 않으니까 변론도 혼란스럽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변호사가 가세했다.
“재판장님 검사가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때 방청석의 검사파들 속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거짓말은 검사가 하는 게 아닙니다. 변호사가 하지”
법정이 술렁거렸다. 잠시 후 재판장은 주기도를 보고 물었다.
“주기도 피고인은 지금도 마케팅구조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제대로 된 마케팅 구조라고 하더라도 이행과정이 정확히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기준이나 판매기법이 하위사업자에게 정확히 알려지고 그대로 됐다고 생각합니까?”
“혹 투기성이나 사해행위가 될까봐 항상 주의를 주곤 했습니다. 그래도 변칙을 하는 사람은 생깁니다. 징계도 주고 자격정지도 시켰었습니다.”
“사람들이 무수히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부동산을 담보로 사채까지 얻어서 회사로 덤벼들었는데 사기로 몰릴 수 있다고 생각은 안 해 봤어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세 군데의 변호사와 세무사에게 검증을 의뢰했습니다. 마케팅의 모델은 이미 검증이 된 것이었습니다. 이백만원 어치 물건을 구입했다고 반드시 삼백만원을 준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삼백만원까지 줄 수도 있고 그 기간이 십년이 걸릴 수도 있었습니다. 이익이 나는 걸 전제조건으로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동안 법에서 문제 삼는 것은 사기가 아니고 모두 방문판매법이었습니다. 그에 위반되는 게 없었습니다. 저는 사기로 기소될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마케팅 플랜 자체는 사기가 아닌 것 같은데 검찰측 의견은 어떻습니까?”
“말은 그렇지만 현실화 될 수 없기 때문에----”
검사가 논리에 밀리고 있었다. 재판장이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런 말 자체는 성립할 수 있잖아요? 주기도의 얘기 자체가 사기는 아니잖아요?”
재판장이 이번에는 주기도에게 방향을 바꾸어 물었다.
“에이유의 상품중 일반소비자에게도 알려진 인기상품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직접 생산한 치약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습니다. 비누와 라면도 있었습니다. 인기상품 목록을 제출하겠습니다.”
재판장은 그 자리에 와 있던 에이유의 임원이었던 피해자 대표중 한 사람을 보면서 물었다.
“그쪽은 주회장과 나누어 강연도 했죠?”
“그렇습니다.”
“어떤 신분이고 위치였습니까?”
“저는 기업경영을 하는 주회장의 입장이 아니고 전국 삼십 오만명의 일반회원을 대표해서 회사경영진을 대하는 노조위원장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각 지역마다 저 같은 회원대표가 추천되어 중앙의 본사에 올라오게 됩니다. 제가 강연을 할 때는 주회장과는 다릅니다. 회원의 입장이니까요, 여러분들이 잘 보시고 망할 회사인지 아닌지 잘 판단해서 결정하십시요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수당을 받을 점수가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분류하자면 피해자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도 검사는 저를 사기범의 공범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사편이 된 사람 중에는 엄청난 이익을 얻고 전혀 손해가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검사 말을 잘 들으면 피해자고 안 듣고 사실대로 말하면 사기피고인이 되는 건 불공평 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재판은 이쯤으로 마치고 이틀 후에 결심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측은 최종 의견을 진술할 준비를 해 주세요, 그리고 주기도피고인도 마지막으로 할 말을 정리해서 그날 하기 바랍니다.”
재판장과 판사들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주기도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방청석 쪽에서 우렁찬 목소리들이 들렸다.
“회장님 힘내세요”
그 모습을 보는 검사에게 한 남자가 소리쳤다.
“검사 당신이 피고인 자리에 앉아야 맞아, 이 나쁜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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