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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창녀와 성녀

운영자 2017.05.15 10:26:14
조회 232 추천 2 댓글 2
법의 창녀와 성녀

  

구치소에서 유명한 브로커를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수많은 판검사와 인연을 맺고 로비를 하다가 걸려들어 감옥에 들어온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도중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검사와 판사를 마취시키는 금전의 액수는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었다.

“만약 뇌물을 좋아하는 판사라 돈을 먹이고 풀려난다면 얼마까지 쓸 용의가 있어요?”

그들 사이에 통용되는 금액을 알고 싶었다. 그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한 30억쯤은 쓰겠어요.”라고 말했다. 평범한 변호사들은 그 백분지 일에 해당하는 삼백만원을 받고도 속죄양같이 모든 원망을 뒤집어쓰는 현실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부장판사출신의 여성변호사가 한 도박꾼을 보석으로 석방시켜 준다며 오십억원을 받은 사건이 신문에 터진 걸 봤다. 전관을 미끼로 그가 살던 친정인 법원까지 오염시킨 것이다. 거액의 수임료는 변호사를 악마로 만드는 걸 종종 봤다. 좋은 차와 잔디가 깔린 고급별장에서 고급와인을 마시면서 클라리넷을 배운다고 자랑하는 변호사를 봤다. 그렇게 살고 싶어서 악을 보면서도 외면한다. 영혼이 뒤틀린 변호사들은 악마도 포도주를 독으로 만드는 기적을 행할 수 있다는 걸 모른다. 돈만 되면 어떤 짓도 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 서초동 뒷골목에 있는 변호사 회관 구석의 작은 사무실에 공짜로 세 들어 살고 있는 로스쿨을 갓 나온 젊은 여성변호사들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외국어를 한다는 한명의 여성 통역 자원봉사자까지 세 명이 작은 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 있던 여성변호사 한명에게 물었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어떤 곤란한 일들을 당하죠?”

“조금 전에 온 외국인은 섬에서 양식하는 미역을 끌어올리다가 기계에 손이 들어가서 뼈가 으스러졌어요. 고용주가 산재신청을 해 줘야 하는데 안해 준다고 저희 사무실을 찾아왔어요. 오전에는 베트남에서 시집을 온 여자가 있는데 아이를 가지니까 고향인 베트남음식이 너무 먹고 싶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시어머니하고 남편은 그걸 먹으면 베트남 사람 같은 아이를 낳는다고 못 먹게 한다는 겁니다. 글로벌 시대가 되니까 몽골여자 방글라데시여자 아프리카등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호소하러 와요.”

“그들에게서 돈을 받아요?”

“당사자들에게는 받지 않아요. 우리가 소송구조신청을 해 주고 나중에 법률구조 공단에서 소액이 나오면 그때 그중 일부를 받습니다.”

법률시장의 틈새를 찾아서 로스쿨을 나온 두 여성변호사는 건실한 첫발을 딛고 있었다. 

“우리 사무실 이번 달 총수입이 30만원이예요. 비용은 백만원 썼구요. 여기 통역으로 오신 분도 자원봉사예요.”

  

두 부류의 여성변호사를 보면서 나는 뜬금없이 예전에 읽었던 ‘난지도’라는 소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소설 속에서도 두 종류의 여성노동자가 있었다. 서울시내의 쓰레기 가 모여드는 장소에서 파리 떼와 악취 속에서 일하는 여성과 룸 쌀롱에서 명품 옷에 샤넬향수 냄새를 풍기며 졸부를 접대하는 여성이었다. 두 여성노동자의 속에서 나오는 향기는 겉에서 나는 것과는 반대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법에도 창녀와 성녀가 존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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