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말아요. 저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해요." 　 기억이 사라진다.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까지도…. 　 머릿속에서 치명적인 지우개가 기억을 지워 버리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올가을 배우 손예진(22)이 아름다워서 더욱 슬픈 사랑을 연기한다. 바로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감독 이재한·제작 싸이더스)를 통해서다. 이 영화는 손예진이 정우성과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나가던 도중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면서 이들이 겪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그린다. 　 아기손처럼 어여쁜 단풍이 빠알갛게 익어가는 가을의 어느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손예진―사랑스러운 그녀 　 사랑스럽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마치 사랑에라도 빠진 소녀 같은 모습이다. 　 그녀의 사랑스러움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샤워를 마친 뒤 정우성에게 안기는 그녀의 모습은 마냥 행복해 보인다. 정말 사랑에 빠진 모습처럼 말이다. 　 "이번 작품은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어요. 특히 한여름에 촬영을 하느라고 힘이 많이 들었어요.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은 내가 사랑에 아파하는 주체가 됐었는데, 이번에는 저로 인해 상대방이 아파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었어요. 다른 작품을 찍을 때는 밥을 잘 못먹었는데,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는 오히려 평소보다 밥도 더 많이 먹게 되더라고요." 　 그 때문일까. 얼굴에서 여유가 흐른다. 　 역시 프로답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손예진―연기자 그녀 　    "제 얼굴은 연기하기에 딱 좋은 얼굴인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평가다. 그녀는 자신을 \'평범하다\'고 칭한다. 배우가 연기를 함에 있어 사람들에게 외모가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튀지 않는 외모로 인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연기가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미남배우인 정우성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만났는데, 선배님이 편안하게 너무 잘해주셨어요. 물론 저도 잘 따랐고요. 호호호. 선배님이 연출을 공부하고 계서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우성 선배님은 상대 배역의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파악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손예진―자연인 그녀 　 \'청순가련하다\'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 나온 것 같다\' \'천사 같다\' 등등. 　 손예진에 대한 인상이다. 가슴 떨리는 첫사랑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셈이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환상을 품게 된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녀도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신세대다. 인터뷰 내내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하루하루 일기를 쓰는 평범한 22세인 것이다. 　 "얼마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팬들과 매일매일 만나는 것 같아서 즐겁기도 하고요." 　 현재 충무로 여배우 섭외 1순위로 떠오른 \'배우 손예진\'임과 동시에 \'발랄한 신세대 손예진\'이다. 김수진 기자 aromy@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