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대 학점 잘 받으려면 과목을 철저히 이해하고 연습문제를 많이 풀고 하면 된다. 라고들 하는데

그렇게 공부 해온 내 입장에서 얘기를 해봄
일단 난 기계공학 나왔고, 취미로 물리학 그리고 전기과 공부를 좀 한 사람임

일단 기계과부터 살펴보자 기계과 하면 흔히 4대역학 얘기를 하지?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한과목이 있으면 반은 1학기 나머지 반은 2학기에 할 꺼임

근데 상식적으로 다 이해해가며 공부하는 게 정말 쉬울까? 사람마다 이해하는 속도는 다르지만 그래도 나는 남들에 비해서 조금 조금 빨리 이해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해서 이론 4전공 있으면 진짜 죽어나간다

이때 이론이라는 건 교양필수 혹은 전공기초라고 불리는 과목 제외하고 말 한 거임
즉 공업수학, 수치해석 같은 것들은 제외하고 말하자(이건 너무 기초니까)

공부를 한다고 해보자 일반적으로 한 과목의 한단원 하면 80 좀 많다 싶으면 150쪽 가까이 한다 중간고사 까지 5단원 나간다하면 시험범위는 400쪽에서 750쪽 되지 여기서 4전공 하면? 1600쪽에서 3000쪽이라는 거다.(할리데이 일반물리학 750장임)

그러면 정말 두꺼운 책 세권을 공부하는 양이되는 건데 이게 일반적인 문과과목도 아니고 철저히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유도과정 당연히 한번씩은 써봐야하고 공학계열 특성상 이론이나 실험결과를 대충 써놓은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물리학과 책을 살펴봐야한다(진동학의 라그랑지언 혹은 엔트로피)

그렇게 해서 한단원 깔끔하게 보려면 1주~2주 걸린다(여기서 깔끔하게 본다는 건 한과목당 이틀에 최소 3시간씩 투여)
  
거기다가 공대특성상 과제도 존나게 많고 하면 진짜 새벽2시에 자서 아침 6시반에 일어나야 이론 철저히 이해하고 할 수있다(통학 왕복 두시간 기준)

근데 시험이라는 것이 학문을 익히는 것과 완전다르다 물론 실력자체가 압도적이어서 시험을 씹어먹으면 되는데 계산실수 조금만 해도 A+의 경쟁은 진짜 존나게 등수 내려간다 그래서 A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재료역학/열역학에서 상수 쓰다가 10^9 곱할꺼를 8곱하고 이런 거 많았는데 그러면 점수 그냥 까이는거다 그리고 문제는 다 풀줄아는데 A맞고 대노한 자신을 볼 수있었다
그리고 저렇게 좆빠지게 공부해봤자 어차피 회사가서 쓸 일? 연구소 갈 꺼 아니면 쓸 일없다 그냥 자랑꺼리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물며 족보타서 족보 '만' 외워서 일주일 공부한 애랑 차이도 없다 왜냐면 물리학과가 아닌 공대 특성상 풀어라 하는 문제가 많기에 대부분은 비슷비슷하다 유체역학 어렵다 어렵다 해도 문제보면 웬만하면 steady flow이고 나비에 스토크스도 징징대도 경계조건 조금만 건들여보면 편미방 쉽게 다 풀린다

이걸 내가 3학년때 깨달았고 인터넷에서 공대공부법 해서 이론 같은 거 보지말고 솔루션 다운받아서 솔루션 펴놓고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공부해라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걸 그대로 따라했다 물론 연습문제 너무 많아서 4배수만 봤다

그리고 과제랑 예제 달달 외웠다 그랬더니 오히려 계산실수도 덜하고 일주일 공부하고 진동학 A+ 나오더라
그 경험을 하면서 또 느낀게 학점=/=실력 절대 아님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지
결론은 학점따는 거는 닥치고 족보랑 교수 예제과제 준거만 달달 외우고 불안하면 솔루션 펴놓고 연습문제 보는 게 훨씬 이득이다 공부 개빡세게 해서 남는거라곤 4대역학 지식 밖에 없다
  
근데 이 남는 거? 실무자 인터넷에서 찾아서 물어보고 뭐하고 해보니 회사가서 쓰는 일 거의 없다하고 선배들도 대학원 가면 그게 맞는데 결국은 대학원도 학점보니 이해보다는 학점에 우선적으로 신경쓰고 영어에 집중하라더라
진짜 전공공부 하는 거 만큼 쓸모없는 거 없다 차라리 그시간에 영어파고 몸이라도 했으면 남는 거라도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