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팔았습니다...

몸은 건강한데 일하고 싶어도 일 자리가 없었습니다.

너무 가난했고 배가 고팠습니다.  

피를 팔 건강이 안되니까 브로커에게 건강하다는 가짜 서류를 떼줘서

피를 뽑고 또 브로커에게 그 핏값을 일부 뜯겼습니다. 

당시 서울대 병원 근처에는 피를 뽑고 몸을 가누지 못해서 잔디 곳곳에서 수도승 처럼 운기행공 

하듯 좌정한 초췌하고 헬쑥한 가장들의 모습이 그 시절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휘청거리며 그렇게 먹고 싶던 짜장면 한 그릇 먹고

보리쌀 한 봉지 사갖고 내 새끼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합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내일은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아, 이 지긋지긋한 가난.

우리 민족의 숨통을 조인 5천년 내려온 그 보릿고개를 없앤 5.16 군사혁명!

위대한 18년 승리의 역사!

전 민주주의고 인권이고 이런 거  잘 모릅니다. 

다만, 백성들 배가 고파서 굶어죽지 않게 하고  내 새끼 내 눈앞에서 굶주리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최고의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재? 인권? 얼마든지 욕하십시요. 침을 뱉으세요.

그러나 그 시절 지옥같았던 빈곤의 굴레도 함께 기억해주세요.

각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