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출처 : https://kakuyomu.jp/works/1177354054885551439/episodes/1177354054888069293

새해 복 많이 받아, 올해에도 잘 부탁해(86-에이티식스-학원if)

겨울방학이라고 해도 여름과는 달리 기간이 짧은데다 다양한 이벤트가 한창인 시기인지라 별로 쉰 기분이 들지 않는다.

새해가 밝았지만 전혀 끝나지 않은, 오히려 어중간하게 손을 댄 탓에 더 더러워진 방의 대청소(하는 중)를 생각하면서 다이야는 하품을 참으며 아침햇살이 눈부신 통학로를 걷는다. 연말연시에는 시골에 사는 할머니 댁에 귀성하여 그곳에 사는 친척 꼬마들에게 시달린다. 트럼프며, 게임이며, 카루타며, 고스톱 같은 것에 어울려주느라 밤낮이 바뀌기 일쑤다. 아침안개를 금빛으로 빛내는 청렬한 태양빛과 살을 엘 듯한 1월의 한기가 눈에 스며든다.

무심코 눈가에 생긴 눈물을 닦아 냈을 때, 호리호리한 사람의 그림자가 앞을 향하는 것이 보였다.

파스텔 블루색의 예쁜 피코트. 코트의 옷자락으로 옅보이는, 이 날씨에는 추워보이는 교복치마. 허리까지 오는 푸른 빛이 도는 긴 은발.

"오, 앙쥬."

"어머 다이야군. 좋은 아침...이 아니네."

말하다 말고 앙쥬는 입을 다물었다.

다이야도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한 숨을 들이쉬며.

"새해 복 많이 받아."

"올해도 잘 부탁해."

예의 바르게 인사한다.

새해가 밝았다고 해서 서로 뭐가 달라진 건 아니지만, 새해 기분이라도 내본다.

둘러보니 통학로 곳곳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다.

신과 레나처럼 함께 새해 참배를 가거나, 카이에나 쿠레나나 시덴처럼 하츠우리(初売り)를 하러 간 이들은 연시에 새해 인사를 끝마쳤겠지만, 앞서 말한대로 다이야는 귀성했었다. 앙쥬도 앙쥬 나름대로 귀성했기 때문에 새해에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서로 처음이었다.

그대로 나란히 통학로를 걷는다.

앙쥬가 목에 두르고 있는 목도리가, 작년-10일 정도 전에-크리스마스에 자신이 보낸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다이야는 슬쩍 뺨을 느슨하게 했다.

"내년 이맘때에는 이렇게 한가롭게 있을 수 없겠지."

"수험이 눈 앞에! 있으니까 말이야. ......감기 걸리지 않도록 해야지."

그렇게 말하자 앙쥬가 살짝 웃는다.

"걱정되는 건 감기 뿐이야? 역시 성적이 상위권이니 여유롭네."

"그런가...."

다이야는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째선지 사람들이 의외라고 말하지만, 다이야는 친구들 중에서 성적이 좋은 부류다. 구체적으로는 정규시험에서 매번 상위 20위 이내에 들 정도로.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웃는 앙쥬의 성적도 매번 레나와 함께 여학생들 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보다 신이나 걔네들이 대충하는 것 뿐이잖아. 지난번 중간고사에서 그거, 반드시 일부러 그랬을 거라고."

"우리 담임인 "참모장"이 사람이라도 죽일 것처럼 웃었었지......."

아직 젊은 교사지만 성격과 웃는 방식이 묘하게 무서워서 그런 별명이 붙어있다.

요컨대 추천을 받지 않는 아이들이 제대로 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 뿐이지만, 친구들은 그게 너무 뻔히 보였다.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손을 쓴 아네트나 카이에는 그렇다 쳐도, 관심 없는 과목은 노골적으로 던진 신과 라이덴, '일단 평균만 넘으면 되겠지' 하고 전체를 소홀히한 세오, 낙제점만 안 받으면 된다는 시덴과 귀찮아서 전부 던진 쿠레나와 하루토. 시험 전후에 있던 체육대회와 축제에 주력한 적도 있어서, 성적이 꽤나 참담했다고 한다.

참고로 제일 심한 것은 비카로 모든 과목에서 평균점수를 맞췄다고 한다. 우연이 아니다. 노린거다. 시험 내용에서 점수와 평균점을 예측한 뒤, 평균점을 맞을만한 문제만 풀었다고 한다.

정말 이상한 방향으로 머리를 굴리는데에는 천재였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의 노골적인 던짐을 못마땅해하던 사람이 있었다.

"뭐, 레나는 화냈었지. 특히 신에게는 '앞으로 예습복습 잘하세요!'라고 말했고."

고지식함이 옷을 입고 다니는 듯한 레나.

적어도 그녀에게 있어 학생의 본분은 공부를 하는 것이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기말고사 결과에 따라 이번 1월부터 다 같이 스터디 모임도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지."

"그렇게 말해도 공부하자고 만나서 정기적으로 모여 놀자는 말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야......."

우선 레나가 생각하고 있는 모임은 되기 힘들다.

그리고 모두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 스터디 모임 자체는 필요없다.

단순히 의욕이 없어서 전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자는 생각이 없을 뿐.

대충 하는 친구들에게 식식거리며 화를 내봐도 결국 매번 분위기에 휩쓸려서 설렁설렁하게 되겠지. 다이야는 그런 레나의 모습을 상상되어 무심코 소리를 내지 않고 웃었다.

"......재밌을 것 같은데 우리도 참가할래? 앙쥬."

앙쥬는 이에 응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레나는 좀 화낼 거 같지만. ......놀 수 있는 것도 지금밖에 없으니까."

내년 이맘 때쯤에는 분명히.

다들 즐겁게 스터디 모임 같은 걸 할 상황이 아닐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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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야랑 앙쥬 조합 얼마만이야! if에서라도 같이 있으니 보기 좋구만.

하츠우리(初売り) : 새해가 시작되고 가게에서 처음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것. 많은 가게들이 이 하츠우리를 맞이해 세일을 하거나 행사를 개최함. 그 중에서 후쿠부쿠로라고 붉은 복주머니를 판매하는데 이건 랜덤박스처럼 안에 뭐가 들어가있는지 모름. 내용물이 어떤지에 따라 그 해 운을 점친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