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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over the edge 3-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16 06:50:16
조회 483 추천 9 댓글 11
														


[시리즈] over the edge 모음
· 팬픽)over the edge 모음



"오늘은 밀리테크의 부대를 안끌고 오셨나?"


메인은 눈 앞의 패러데이를 보며 날카롭게 쏘아 붙였다. 

그와 패러데이가 있는 곳은 애프터 라이프의 깊숙한 곳, 은밀한 대화를 위해 마련된 부스들 중 하나다.

반면, 패러데이는 메인의 반가운 인사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말 없이 메인을 고압적인 시선으로 바라 보기만 했다.


"...?"


패러데이는 평소와 같은 태도지만, 오늘따라 메인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의미한 말을 던지는 것보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메인은 그런 심산으로 입을 다물었다.

한동안 이어지던 침묵을 깬 사람은 패러데이. 그는 말없이 샤드를 내밀었다.


'밀리테크가 진짜로 노리는 건 아라사카의 이사였군. 제길...'


패러데이가 내민 샤드의 데이터를 확인하며, 메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다음 목표는 타나카...아라사카의 이사다. 사이버 웨어 제작부와, 기술 개발국을 양 손에 쥔 거물 중의 거물.

밀리테크와 아라사카가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인 사이란 것 쯤은 메인도 잘 안다. 그 덕에 남부럽지 않게 벌고 있으니.

아무리 그래도 이 일은 위험하다...베테랑 용병으로서의 직감이 맹렬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밀리테크에서 타나카를 왜 노리는지, 그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여전히 패러데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런 의구심은 다른 사람에게 물으면 된다. 약은 약사에게, 기업의 일은 기업인에게. 

다행히 그는 마음씨 좋고 실력도 좋은 메가코프 출신 용병을 데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위안은 맞닥뜨린 현실에 비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아무리 봐도 안되겠는데..."


패러데이가 넘긴 데이터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이르자, 메인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타나카의 경호와 보안 상황. 의외로 패러데이 답지 않은 상세한 데이터가 메인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메인이 내비게이션의 기록을 확보한 뒤로, 타나카의 이동 수단은 아라사카의 요인만 사용할 수 있는 AV로 바뀌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차를 타게 될 때는 언제나 아라사카 직속의 특수 부대가 호위를 위해 따라 붙었다.

마무리로는 트라우마 팀의 플래티넘 멤버십. 타나카가 재채기만 해도 트라우마 팀의 중무장 AV가 날아들 게 분명하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타나카를 둘러싼 보안과 경호는 명백하게 증강되어 있었다.

마치 자신이 습격 당할 것을 미리 예지한 듯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된다는 견적이 나온 메인은 샤드를 패러데이에게 도로 내밀었다.


"안 해. 아니, 절대 못 해. 네가 다시 밀리테크의 군대를 몰고 와서 협박한다고 해도."


메인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단호히 자신의 입장을 관철했다. 물론, 패러데이도 같은 생각이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메인에게는 예상 밖의 상황이겠지만.

패러데이는 메인이 내민 샤드를 품에 넣고, 툭 쏘아 붙였다.


"당연히 실패 할 게 뻔한 일을 시킬 생각은 없다."


"그건 의외로군. 보나마나 억지로 들이 밀 줄 알았는데."


메인에게는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지만, 팔짱 속에 숨겨둔 총은 오히려 더욱 굳게 붙잡았다. 패러데이가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지 알 수가 없었으니.

눈 앞의 메인이 다른 생각을 품거나 말거나, 어느새 담배에 불을 붙인 패러데이는 짧은 만남의 끝을 희뿌연 담배 연기에 실어 보냈다.


"용건은 이걸로 끝이다. 상황이 변하면 다시 연락하지."


이 말이 나오고 나서야, 메인은 팔짱을 풀었다. 말없이 자리에 일어선 그에게, 무슨 심경인지 다시 재수없는 픽서가 말을 꺼냈다.


"애프터 라이프의 규칙은 알고 있나?"


애프터 라이프의 규칙은 단 하나. 

클럽의 안에서 무기나 전투용 임플란트를 뽑아서는 안된다거나, 뭐 그런 내용은 규칙이라고 하기도 뭐한 공중 도덕이니 넘어가고.

그렇다고 뭔가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소리기도 하니까. 

하여간 패러데이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메인은 떠나던 발길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위험이 클 수록, 보수도 커진다."


"그래. 네가 알아둬야 할 사실은 그 규칙 뿐이다."


패러데이에게 아무 대답도 남기지 않고, 메인은 멈췄던 발길을 다시 옮겼다.

뭐가 어찌 됐든...타나카의 일은 할 수 밖에 없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완벽하게 끝내는 수 밖에.

그래, 위험이 클 수록 보수도 크다. 달리 말하면, 아득히 멀어 보이는 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지 않을까...

메인은 어쩐지 뒤숭숭해진 가슴을 그런 식으로 달랬다.



*****



"안되겠는데. 너희들 생각은?"


도리오는 메인에게 받은 데이터를 확인하고, 옆에 있는 나한과 키위에게 물었다. 두 사람 역시 같은 데이터를 확인했다.

네 사람이 있는 곳은 언제나 팀이 집결지로 쓰는 차고.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안색은 어두컴컴한 조명만큼이나 어둡다.


"제길...왜 일이 이렇게 된 거야..."


눈을 푸르게 빛내는 나한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예상대로라면 근시일 내에 타나카와 사이버 스켈레톤에 엮인 이 일을 끝낼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전부 꼬였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의 전개는 하나도 바뀌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런 불길한 예감마저 스치고 지나갔다.


"안 돼."


키위 역시 단언했다. 타나카의 머리에는 보나마나 넷 러너에 대한 대책도 세워졌을 게 뻔했다.

자리에 모인 네 용병의 의견은 일치했다. 지금 타나카를 노리는 건 자살행위다.

그렇다고 이번 일이 여기서 끝나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패러데이는 반드시 일을 다시 떠밀어 올 게 분명했다.

마냥 그의 연락을 기다릴 수도 없으니, 메인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키위, 타나카에 대한 정보를 모아줘. 일단 아는 게 있어야지."


"그래. 특별한 기대는 하지 말고."


메인은 나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메인의 눈에 비치는 나한은, 반반한 얼굴을 있는대로 구기고 있다. 소위 말하는 똥씹은 표정으로.


"내가 봐도 타나카의 경호는 심상치 않은데...앞으로 계속 저런 상태일까?"


뭐가 그리 불안한지, 입술까지 잘근잘근 씹어대는 나한에게 메인이 말을 걸었다. 물 샐 틈 없는 경호는, 노리는 입장에서도 답답한 만큼 받는 입장에서도 답답한 법.

그 정도는 잔뼈가 굵은 용병인 메인도 잘 알고 있지만, 확신을 갖고 싶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아마 한동안은 저 상태일 거야. 이유는 몰라도 아라사카에서 냄새를 맡았다고 봐. 당연히 우리 쪽은 아니고, 아마 밀리테크 쪽에서 정보가 샌 것 같은데..."


"밀리테크에서?"


메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예상대로 나한의 대답은 메인의 생각과 같았지만, 뒤에 이어지는 말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밀리테크에서, 다른 곳도 아니고 아라사카로 정보가 샐 수 있는 건가 싶었다.


"정보전은 아무래도 아라사카가 밀리테크보다 조금 더 낫긴 하거든. 아무튼 골치 아프게 됐네..."


"그건 몰랐네. 하여간 어쩌겠냐. 한동안은 다른 일을 하며 기다려야지."


나한의 머리에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미 쿠로사키라는 이름의 XBD 감독을 미끼로 타나카를 꾀어내는 방법이 있긴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JK와 타나카의 연결 고리를 언급하는 건 너무 부자연스럽다.

아무리 자신이 전직 밀리테크의 요원이라고 한들, 아라사카의 이사의 개인적인 취향까지 아는 건...본인이 생각해도 말이 안됐다.

그에 더해, 이 세계의 타나카가 자신이 본 애니메이션의 타나카 같이 XBD를 즐기는 지도 알 수가 없었다.

두 가지 이유로 나한은 입을 다물었다. 만약 이대로 자신이 기억하는 이야기대로 흘러 간다고 쳐도, 나름대로 생각해둔 바는 있기에 눈 앞이 깜깜하진 않았다.


"그럼 당분간은 한가하다는 이야기로 결론이 났...응?"


어른들이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뜬금없이 메인의 귀로 난입해온 홀로 콜의 벨소리가 있었다.


메인: 뭐야, 데이비드. 지금은 바빠.


데이비드: 한동안 연락이 없길래...


메인: 일이 생기면 연락한다고 했잖아.


데이비드: 지금은 무슨 일 없어? 뭐든 하고 싶어.


메인: 뭐야, 그새 지난 번에 번 돈을 다 썼나?


데이비드: 돈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야. 일을 배우고 싶어. 당신 말대로 나는 미숙하니까, 얼른 제대로 한 사람 몫을 하고 싶어.


메인: 흠...알았어. 조만간 다시 연락하지.


꽤 기특한 놈이라는 생각을 하며, 메인은 데이비드와의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고개를 드니, 무슨 일이냐며 묻는 세 사람의 시선이 메인에게 집중됐다.


"우리 신입이 꽤 좀이 쑤시는 모양이야. 기특하기도 하지. 좋아, 다들 할 일이 하나 생겼군."


"그거 말인데, 알지?"


기다렸다는 듯이 나한이 끼어들었다. 당연히 그녀가 묻고 있는 것은 루시와 데이비드의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

그 정도는 메인 역시 진작에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래, 잘 알지."


나한과 메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 받았다. 그 모습은 다른 두 사람에게도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해서, 키위와 도리오는 동시에 같은 물음을 던졌다.


"무슨 소리야?"


"그게 말이지..."



*****



"999...1000!"


메인과의 통화를 마침과 동시에, 푸쉬 업을 끝낸 데이비드는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섰다. 천 개라는, 말도 안되는 숫자의 운동을 해냈지만...그에게는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다.

며칠 전만 해도, 속된 말로 비리비리하던 몸에는 탄탄한 근육이 자리잡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조각같은 자신의 몸. 데이비드는 땀에 젖은 자신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이트 시티 최고의 리퍼닥을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아저씨~ 부탁했던 건 어떻게 됐어?"


데이비드가 첫 일을 시작하기 위한 브리핑이 끝난 직후.

나한은 데이비드를 이끌고 자신의 리퍼닥이자, 나이트 시티 최고의 리퍼닥을 찾았다.

글로리아가 아들을 부탁한다는 유언도 있긴 했지만, 데이비드가 그 누구의 힘도 동경하지 않았으면 하는 자신의 소망도 있었다.


"그래, 마침 어제 들어왔어. 그 쪽이 네가 말한 데이비드라는 사람인가?"


"응. 데이비드, 이 아저씨는 빅터. 나이트 시티 최고의 리퍼닥이야."


"그 나이트 시티 최고 어쩌고는 좀 빼줬으면 좋겠는데..."


뭐 어때~ 라고 너스레를 떨며, 나한은 데이비드를 수술대로 이끌었다.


"저기...?"


내게도 뭔가 설명을 해달라, 데이비드는 그렇게 말하는 눈빛으로 빅터와 나한을 번갈아 바라봤다.

빅터는 까다로운 시술의 준비를 위해 바빴으니, 당연히 데이비드의 의문을 달래주는 사람은 나한이었다.


"우리의 일은 뭐든지 준비가 필요해. 특히 솔로라면 무기, 계획, 그리고...임플란트. 여길 찾은 건 너의 준비를 위해서야."


자신의 준비를 위해서라는 말에, 데이비드의 표정은 복잡미묘해졌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사이버 웨어를 쓰고 싶어한다. 데이비드 역시 그런 욕구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법.

그렇기는 해도, 이 사람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지는 것 아닌가. 이건 너무 과한 것 같다...데이비드에게는 그런 생각 또한 들었다.


"마음은 고마운데...뭐랄까, 좀...부담스럽네."


데이비드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뭇거렸다.

그러나, 나한은 여기서 데이비드를 위해 준비한 일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대가 없는 호의를 제공할 생각도 아니었다.

데이비드는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서, 자신의 힘으로 눈 앞에 놓인 길을 걸어 나가야 하니까.


"그럼 나한테 빚지는 셈 쳐."


"빚?"


"그래. 언젠가, 네가 이 빚을 다 갚는 날이 오면...나도 더는 참견하지 않을게. 네가 홀로 설 수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데이비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짜가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갚는 조건이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모든 준비를 끝낸 빅터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자, 시작하기 전에 기초적인 검사를 해볼까."


빅터는 수술대에 누워있는 데이비드의 소켓에 바이오 모니터를 연결했다.

어디 아픈 곳은 없나, 지병은 없나, 이미 이식되어 있는 사이버 웨어와 시스템에 문제는 없나...그런 점을 체크하던 순간, 빅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산데비스탄...그것도 군용이군. 왜 이런 위험한 물건을 이식했지?"


빅터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 만큼이나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데이비드 역시 진지한 얼굴로 의사의 문진에 대답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이 어린 소년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위험한 물건을 이식하게 되었을까. 마음씨 좋은 리퍼닥은 그런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해체할 생각은 없나? 더 안전한 물건으로 바꿔줄 수도 있어. 이건 너무 위험한 물건이야."


데이비드에겐 살짝 반발심이 들었다. 아무리 써도, 코피가 좀 나거나 어지러운 정도였을 뿐이었다.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위험하다, 너같이 어린애는 버틸 수 없다...만나는 사람들 마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써도 멀쩡했어. 당연히 해체할 생각도 없고."


데이비드는 지금의 내겐 이것 뿐이다...그런 말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빅터는 데이비드의 진지한 표정에서 무언가를 느낀 듯 했다.

아무리 권해도 환자가 생각이 없으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포기 할 수도 없으니, 빅터는 접근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흠, 마치 자신에게는 한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 처럼 들리는데."


"한계? 무슨?"


무모한 소년의 질문에, 빅터는 군용 산데비스탄이 가져올 최악의 결말을 입에 올렸다.


"사이버 사이코시스."


사이버 사이코시스는 데이비드도 잘 알고 있다.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생각만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결말이다. 몸에 이식한 기계들에 이성을 빼앗기고, 종국에는 맥스택이라는 이름의 사신을 만나게 된다니.

그렇다고는 해도, 겨우 임플란트 하나로 그런 결말을 맞이 한다는 건 납득 할 수 없었다. 실제로 느끼는 거부 반응도 굉장히 미약하니까.


"겨우 임플란트 하나로 그렇게 된다는 건 처음 들어. 솔직히...납득하기도 힘들고."


데이비드는 다소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꾸했다.

나이도 어린 놈이 건방지게...라며 짜증을 낼 법도 하고, 진심으로 걱정 해줬더니 그런 반응이냐며 화를 낼 법도 하지만.

빅터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래, 납득하기 힘들겠지. 실제로 네 몸은 사이버 웨어의 적성이 굉장히 높은 편이야. 이 거대한 도시에서도 한 손에 들 만큼."


그럼 더 문제 없는 것 아니냐, 데이비드는 그렇게 말하려 했지만. 이어지는 빅터의 말은 데이비드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네게 한계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지. 남들보다 가진 그릇의 크기가 클 뿐, 너 역시 사람이야."


빅터의 말은 잘 알아 들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데이비드는 자신을 특별하다고 속이지 않고 있으니.

그럼에도, 군용 산데비스탄을 해체할 수는 없었다.


"걱정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그래도 해체할 수는 없어."


데이비드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어쩌면 가슴 아프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에, 빅터는 자신의 방침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다만, 무리한 임플란트의 이식은 피하도록 해. 이 부탁만은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게."


다소 우중충한 문답은 그렇게 끝이 났다. 본격적으로 시술을 준비하는 빅터를 보며, 데이비드는 새삼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아무리 봐도 사이버 웨어는 보이지 않았다. 주사라든가, 작은 케이스에 담긴 알 수 없는 무언가만 시야에 들어왔다.


"네게 쓸 물건은 바이오 웨어야. 사이버 웨어하고는 다른 물건이지. 들어본 적 있나?"


마취제를 손에 들고, 빅터는 본격적인 시술에 앞서 설명을 시작했다. 당연히 데이비드도 자신이 뭘 이식하는지 알아야 하니까.


"어...들어 본 적은 있어. 유럽에서는 사이버 웨어보다 그게 주류라고 하던데, 자세한 차이는 몰라."


"그렇군. 간단히 말하면, 사이버 웨어는 신체 기능을 기계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신체의 능력을 강화하는 거지. 그 산데비스탄 처럼."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것에 가깝긴 하지만, 전문가가 직접 하는 이야기는 느낌이 남달랐다.


"바이오 웨어는 그 반대야. 신체 기능 자체를 끌어 올려서 신체의 능력을 강화하는 거지. 물론 나노 머신이나, 인공적으로 배양한 유기체 조직을 이식하긴 하지만, 몸 자체는 그대로지."


데이비드는 더욱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였다.


"얼핏 들으면 마냥 좋게 들리겠지만...사이버 웨어하고 비교하면 많이 느리지. 까다로운 물건인 만큼 수술도 오래 걸리고, 성능도 애매해. 엄청 비싸기도 하고."


"성능이 애매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데이비드는 더욱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비싸다는 말이 살짝 귀에 걸리긴 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이야기는 그게 아니다.


"사이버 웨어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성능을 약속하지. 그러나, 바이오 웨어는 사람마다 성능의 차이가 있어. 결국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 물건이거든."


"본인의 노력...?"


"그래.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예를 들자면...바이오 웨어는 근육이야. 쓰면 쓸 수록 강해지지. 물론 아무 노력을 안해도 어느 정도의 성능은 보장되지만, 비슷한 급의 사이버 웨어와 비교하면 성능이 많이 떨어져."


설명이 여기까지 이어지자, 데이비드는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사이버 웨어와 비교하면, 이래저래 많이 떨어진다는 물건 아닌가...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다만,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나한은 왜 이런 애매한 물건을 위해 내게 빚까지 지웠을까, 라는 의문이다.

데이비드가 그런 의문을 입 밖으로 내기 전, 빅터의 못다한 설명이 이어졌다.


"여기까지 들으면 정말 애매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바이오 웨어만이 가지는 정말 큰 장점이 하나 있지. 뭔지 알겠나?"


잊을만 하면 나오는 이야기지만, 데이비드는 명석하다. 다소 긴 설명으로 충분한 정보를 얻었으니, 리퍼닥이 낸 간단한 수수께끼의 정답에 도달하는 건 간단했다.


"사이버 사이코시스같은 후유증 문제가 없다...?"


"바로 그거야. 바이오 웨어는 현존하는 모든 시술을 한 몸에 받는다 한들, 아무런 후유증이 남지 않아. 말 그대로 네 몸이 되는 물건이니까."


빅터는 자신있게 자신의 설명을 마무리 지었다. 데이비드 역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었던 사설을 요약하면, 바이오 웨어는 노력하면 확실한 성취를 약속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노력은 데이비드에게도 익숙하다.

타고난 머리가 좋은 것도 있지만, 스스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데이비드는 아카데미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바이오 웨어는 마음에 들었다. 애매한 성능도, 정확한 액수는 모르지만 비싼 가격도 상관 없었다.


"마음에 드네. 그래서, 나는 정확히 어떤 수술을 받는 거야?"


"근육 이식, 내골격 강화, 피부 직조, 강화 항체...간단히 말하면 전신의 강화야."


어느새 들뜬 얼굴로, 데이비드는 빅터를 재촉했다. 다만, 빅터에게는 어떤 괴팍한 리퍼닥과는 달리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마취를 해야지."


"마취...!"


마취라는 말에, 데이비드는 어쩐지 감격한 얼굴이 됐다. 보나마나 생살을 가르고 뼈를 쪼개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당연한 일을 하는 건데, 어쩐지 격한 반응이 신기했던 빅터의 입이 열렸다.


"응? 당연히 마취를 해야지. 그래야 내가 일을 할 거 아니냐."


"제발 부탁드립니다..."


데이비드는 보란 듯이 팔을 걷어 붙였다. 이윽고 차가운 약물이 주입기를 타고 들어오며, 점점 희미해져가는 의식 너머로 빅터의 마지막 말이 들려왔다.


"그래, 한 숨 푹 자라."



*****



"헉, 헉...아무리 그래도 이건 지치네..."


자신이 아는 모든 운동과 회상을 마치고, 데이비드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졌다.

온 몸을 적신 땀, 더는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는 몸. 깊은 무력감이 전신을 덮쳐왔지만, 데이비드는 오히려 상쾌한 뿌듯함을 느꼈다.

운동은 공부와 비슷하다. 비록,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작더라도...오늘의 노력은 반드시 내일의 성취를 약속한다.


"그런데...뭐가 사람을 진정한 사람으로 만든다는 걸까."


가혹한 운동으로 피곤에 찌든 몸은 수면을 요구하지만, 데이비드의 이성은 가차없이 숙제를 붙잡았다.

어머니가 남긴 유언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메인이 말한 알 수 없는 이야기는 무슨 뜻일까.

데이비드는 점점 감기는 눈을 애써 부릅뜨며 그런 고민을 했지만, 눈꺼풀은 그 어떤 장사도 들어 올릴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데이비드는 잠이 들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


아머드코어 3회차 끝내고 돌아 왔읍니다,,,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한 마음+프롤로그 겸해서 고봉밥 분량

3부는 밝게 가면서 루시와 데이비드의 관계를 정리 해볼 생각

원작에서는 필라가 죽으면서 맺어졌지만...여기서 그랬다간 또 다른 주인공 멘탈이 박살나니까...

근데 어째 팬픽 쓰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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