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미디어-더 베이비 편집부 사무실, 늦은 저녁>

하리: (혼자 사무실에 남아서 일하다가 컴퓨터 전원 끄고 퇴근하려 나선다. 그때, 딩동~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으뜸과 마주친다.)

으뜸: (손에는 저녁 식사로 추정되는 꾸러미를 들고 있다. 이 시간에 아무도 없을 줄 예상한듯 놀라며) 어, 계셨...어요?

하리: (이 시간에 저녁 식사를 가지고 다시 들어오는 모습에 의아해하며) 퇴근한 것 아니었어요?

으뜸: 아....아, 오늘 천황에서 하루 종일 있었거든요. 근데 박 팀장님을 못 봬서...

(*독자 사은품으로 나갈 치약의 유통기한이 임박하여, 납품 업체인 천황에 다시 받으러 갔으나 담당자인 박 팀장을 못 만난 채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오는 길)

으뜸: 오늘 한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이렇게...(광고영업팀 사무실 쪽 가리키고, 저녁 식사 꾸러미 들어 보인다.)

하리: 무턱대고 기다린 거에요? 김부장님이 시켰어요?

으뜸: 제 일이니까 제가 해결해야죠.

하리: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 끄덕인 후 엘리베이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으뜸: 아, 차장님!

하리: (다시 으뜸을 본다.)

으뜸: 흠...칼럼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하리: 아, 또, 뭘... (미소지으며) 배우기까지...

으뜸: 아...사생활 관리 잘해야겠다.

하리: 야...(민망함에 표정 살짝 일그러진다.)

으뜸: 나도 좀더 용감해져야겠다.

하리: (표정 풀고 다시 으뜸 바라본다.)

으뜸: 잘잘못을 따지기엔 제가 너무 어리고, 전 그냥 차장님이 대단해보이세요.

하리: 뭐가요?

으뜸: 사실 전 제가 뭘 원하는지 그것도 잘 몰라서 지금도 헤매고 있거든요. 근데 차장님은 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자기 인생 사시는 거잖아요?

으뜸: 또, 남들은 생각도 못하는 일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생각은 하지만 못하는 일일텐데...(미소지으며) 멋지십니다!

하리: 으뜸씨는 내가 이해가 돼요?

으뜸: (당연하다는듯 명쾌하게) 네! 차장님 꿈은 불법이 아니잖아요!

하리: (잠시 생각하다가 활짝 웃어보인다.)

으뜸: (허리 숙여 인사한다.) 들어가세요!

하리: 네, 수고해요.

으뜸: (광고영업팀 사무실 쪽으로 향한다.)

하리: (으뜸이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