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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고해 (告解)앱에서 작성

cub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8.09 16:45:14
조회 894 추천 12 댓글 9




*이 상플은 16회 마지막 장면 이후 태욱이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홀로 고해 (告解) 하는 걸 적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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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덧없는 고해 (告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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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모든 것이 나의 부질없는 욕심일것이다. 순간의 나약함과 이기심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를 절대 풀 수 없는 감옥에 가둔 것도, 그녀에게 불행과 고독을 안긴 것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도, 그녀에게 지키질 못할 약속을 한 것도, 그녀를 열혈히 사랑한 것도, 야생화 같은 그녀의 모습들을 마음에 들인 것도…아니다. 이리 되돌아보니 그녀를 눈에 담은 모든 순간들 전부 그러했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푸른 하늘을 가르는 붉은 새 한 마리 같았다. 작고 여리지만 힘찬 날개 짓을 멈추지 않아 자신이 원하는 이상으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붉은 새. 손을 뻗어 저 높이 나는 붉은 새를 잡아보려 휘휘 저어보았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 유유히 내 주위를 돌며 아름다움만 뽐내고 저 멀리 사라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하찮고 부질없는 욕심의 시작.

그녀는 솔직했다. 자신의 꿈과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게 참 예뻐 보였다. 증거가 널리고 깔린 범죄자들도 검사인 내 앞에서 자신의 더러운 욕망을 숨기고 시치미 떼기 일쑤인데 여성 최초 보도국장이 되걸라는 당찬 포부를 여과 없이 말하는 그녀는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커져 그녀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주저없이 청혼했다. '미친놈' 이라며 면박을 주는 그녀에게 가장 환한 미소로 다시 청혼하길 반복했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기에 평범하진 않아도 적어도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거라 생각했다. 천운으로 얻어진 나의 배경이 그녀의 배경이 되어 그녀가 오랫동안 힘들게 이뤄가던 꿈에 쉬운 걸음을 걸어가는 걸 보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왜인지 나는 자꾸만 지쳐갔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더 이상 환한 미소를 짓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그녀가 버거웠다. 그렇게 홀로 무너져 가던 와중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좌절했다. 앵커 오디션을 봐야한다며, 자신의 꿈이 우선이라며, 매정하게 우리 아이를 끝도 모를 어둠 속으로 던져 버린 그녀에게 처음으로 실망했다.

미워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에게 내뱉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법적 부부' 라는 틀만 깨지 않고 남 보다 못한 사이로 살았다. 5년. 정확히 5년 동안 나는 그녀를 치열한 삶의 현장에 홀로 두었다. 시도때도 없이 부딪히고, 무너지고, 밟히는 그녀를 모른 척 외면했다. 그러다 우연히 '케빈 리' 라는 사람을 만났다. 같은 엘레베이터에 일행들과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말하는 그의 첫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끝까지 내게 나빴다. 그래서 그에게 손을 댔다. 순간의 도발을 참지 못하고, 나를 건드려는 수작인걸 알면서도 그녀를 두고 저울질 하는 그를 견디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때부터였다. 이상하게 얽히고 섥혀버린 실타래를 풀면 풀수록 내게 자리를 내어주는 그녀를, 사랑이라 말하는 그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내가 내뱉는 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죄책감이라는 이름이 쓰여진 돌덩이로 돌아와 나를 무자비하게 치고 깔아버리는 바람에 점점 그녀가 보내는 다정한 시선이, 따뜻한 말이 두려워졌다. 그리고 이후,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는 진리 처럼 그녀에게 나의 추악한 실수가 밝혀지고 나는 자꾸만 나를 짓누르는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출구가 없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녀에게 했던 약속도 저버리고 나약하게, 비겁하게...

후회한다. 나의 삶을 처절하게 후회한다. 희미하게 들리는 그녀의 울음 소리가 나 때문인걸 알기에 더욱 간절하고 처절하게 후회한다. 만약 운이 좋아 이 어둠 속에 누군가를 만나 '당신의 소원은 무엇이냐' 는 물음을 듣게 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 어떤 생에서도 고혜란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그녀의 행복을 위해…평안한 삶을 위해…














-














그냥 태욱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고해의 내용이 어둑해졌어...
오랜만에 상플 들고 오니 어색하긴 하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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