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들려고 했었던건 게르만족을 위한 단일 국가였을 뿐이지, 세계를 집어 삼키는 대제국이 아니였어!"


집무실로 들어온 아돌프는 책상을 쾅 치며 말했다.


분개한 아돌프와는 다르게, 히틀러는 차분하다 못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나, 그거나, 똑같지. 아니, 오히려 좋지 않나?"


"폴란드 침공은 뭐고... 네덜란드와 벨기에 침공은 뭐고..! 프랑스 침공은 뭔가! 분명 평화적인 협상을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히틀러는 손깍지를 끼고는 고개숙여 아돌프를 노려다보며 말했다.


"체임벌린, 그 늙다리 같은 여우와는 협상을 끝냈네. 체코슬로바키아는 이제 우리의 것이야. 폴란드와 프랑스 침공 등은 게르만족을 위한 대 제국의 건설에 필요했던 '작은 사고' 에 불과하지."


"....."


히틀러의 말에 할말을 잃은 아돌프는 잠시 조용해 졌다가, 이내 품속에서 작은 사진을 내밀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건... 이것도 자네가 말한 '작은 사고' 였나..?"


아돌프가 내민건 수용소에 갇혀있는, 비정상적으로 마른 유대인들이었다.

그들은 갈비뼈가 들어날 정도로 말라있었고, 눈은 병에 걸린 듯 쾡 했다.


히틀러는 못마땅한듯 혀를 쯧 차더니 말했다.


"...힘러가 말한건가... 보고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건만..."


"도대체 어떻게 된건가!"


아돌프가 분개하자 히틀러는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아돌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1차 세계대전 패배의 주 원인은 벌레같은 유대인들 때문이지. 자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헛소리..! 패전의 원인은 무능하며 부패한 군부의 장군들 때문이였지, 무고한 유대인들이 아니였네!"


히틀러는 한숨쉬며 말했다.


"보헤미안의 상병 주제에 그런 걸 판단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나? 자네가 그렇게 말 할 줄 알았기에 말하지 않은걸세."


아돌프는 물러서지 않겠다는듯 거칠게 말했다.


"그래... 보헤미안의 상병 주제에 길고도 긴 출세가도를 달려왔지. 그러니... 이제 끝이야. 더는 당신을 위해 연설하지 않겠어."


"뭐..?"


"난 이제 총통이 아닌 민간인일 뿐일세... 독일 국민들에게도 우리의 관계를 말할거야..."


"...자네 정말로 괜찮겠나..?"


히틀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아돌프는 결의에 가득찬 얼굴로 답했다.


"자네가 무슨짓을 해도, 난 더이상 자네를 위해 일하지 않을걸세!"


히틀러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에바는..?"


아돌프는 움찔했다.


"에바. 자네가 사랑하는 그 여인은 과연 괜찮을까..?"


아돌프의 연인인 에바 브라운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


"아아. 안심하게. 그녀는 안전한곳에 있네."


아돌프의 표정 변화를 재미있는듯 바라보는 히틀러는 이어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


히틀러는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가 극단적인 정치적 의견을 내보일때, 자주 보여주었던 악마같은 표정이었다.


히틀러는 아돌프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듯 토닥이더니, 또다시 자리로 돌아와 말했다.


"전쟁은 이제 시작일세. 나는 아직도 당신이 필요해. 우리는 함께있을때, '아돌프&히틀러' 로 완벽해지는 법이지. 안 그렇나 '총통' ?"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히틀러는 책상 아래 서랍을 열어 꺼낸 시가에 능숙하게 불을 붙였다.


담배를 혐오하는 아돌프와는 다르게, 히틀러는 지독한 골초였다.


끔찍한 담배냄새에 아돌프는 손을 내저으며 히틀러를 노려보았다.


시가를 입에 물고는 가라는 손짓을 하며 히틀러는 말했다.


"때가 되면, 부르지.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게. 괜한 소란 피우지 말고..."


아돌프는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등을 돌려 나가는 문으로 향했다.


나가려던 도중 아돌프는 멈춰 서서 고개를 돌린채 조용히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이 자네 맘대로 흘러가게 나두지는 않을것이라는 것만 알아두게... 자네는 꼭 파멸하게 될테니까..."


말을 마친 아돌프는 그대로 방을 나가 문을 쾅 닫고 사라졌다.


그런 아돌프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던 히틀러는 의자에 완전히 기댄 채, 아돌프가 나간 방문을 바라보며 혼잣말 했다.


"뭐... 그러시던가..."


어느새 총통의 집무실은 지독한 담배연기로 가득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