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데, 에릭이 에리얼의 모습을 제대로 본 건 이게 처음임.

이건 에릭의 시선으로 보는 에리얼의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장면임.

아주 작정하고 에릭(의 시선으로 에리얼을 보는 관객)을 뿅가게 만들려고 연출한게 눈에 보임. 그리고 대부분의 관객은 이 장면을 보고 뿅 간다.

왕자는 얼굴이 예쁘다고 한 적 없으니 얼굴에 반한 것이 안니라고 강변하지만, 영화는 시각예술이고 영상에는 언어화되지 않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 이런 연출들 때문에 관객들은 에릭이 에리얼의 얼굴을 보고 첫 눈에 반했다고 생각한 거다.

근데 입으로 말 안 했다고 얼굴에 반한 게 아니라니....

아마도 에리얼의 목소리를 가진 바넷사(울슐라)와 결혼하려 한 것을 근거로 삼는 거 같은데...

극중에서 에리얼의 목소리는 신데렐라의 구두와 같은 거임.

이야기의 주인공이 합당한 자격을 가진 존재임을 입증하는 키 아이템 같은 거임. 주인공의 자격을 특정한 아이템(또는 기억이나 습관 같은 관념적인 무언가)으로 증명한다는 모티브는 오래 전 부터 반복되어 오던 거임. 그리고 반동인물에게 빼앗기거나 모방당해서 그 자격을 빼앗기는 변용도 오래 전 부터 존재했고.

손톱 먹은 들쥐에서도 이런 모티브가 나타남. 들쥐에게 모습을 빼앗긴 도령(주인공)이 자신이 진짜 도령임을 특정 행동으로 입증하려 했으나 들쥐가 도령보다 더 잘 그런 행동을 해서 도령의 자격을 빼앗는 이야기가 나옴.

에리얼의 목소리는 신데렐라의 구두, 라푼젤에서 라푼젤과 왕자의 암구어, 캡틴 아메리카에서 버키 반스의 기억 같은 거임.

이걸 오해해서 에리얼의 목소리에 반했다고 하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