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의 주된 무대는 배를 타고 이동하는 태평양 바다인 만큼, 모아나가 모투누이를 떠나 테카에게 도달할때까지 며칠이나 걸렸을 지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거임

영화 내외에서 주어진 단서가 매우 한정적이다 보니 정확한 계산은 어렵겠지만, 실제 과거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항해를 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 그리고 모아나가 어떤 항로를 통해 테카에게 찾아갔는지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모아나가 얼마나 배 위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대략적인 유추를 해봤음

영화 속 모아나의 항로는 어떠했을까?

모아나가 마우이를 찾아 함께 항해한 방향에 대해서는 위 짤과 같이 아트북 10페이지에 모아나 제작진들이 실제 남태평양 지도에서 가상으로 설정한 모투누이와 테카의 위치, 그리고 빨간 선으로 표시한 항로를 보고 알 수 있음

지도에 표기된 축적을 토대로 하면 모투누이에서부터 테카까지의 직선 거리는 대략 1170마일, 그러니까 대략 2000km임. 초반에 남쪽으로 꺾는 곳이 마우이가 지내던 모래섬인 것으로 보이는데, 모투누이에서부터 이 섬을 거쳐서 테카에게까지 가는 빨간 선은 대략 1367마일, 2200km 정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음

이 지도에 표기된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훌륭한 자료가 예전에 딪갤에 올라왔었는데, 모아나가 개봉했던 2017년 1월에 어떤 딪갤럼이 모아나에 나오는 별자리를 통해 영화 속 항로가 어땠는지 대략적으로 제시를 해 놨음. 글 내용을 요약하면:

1. 모아나가 마우이를 찾아서 남쪽으로 이동함

2. 배에 같이 탄 마우이는 갈고리를 찾아서 랄로타이가 있는 동쪽으로 이동함

3. 랄로타이에서 갈고리를 찾은 마우이는 변신 연습을 하면서 동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함

4. 이 때 배가 북쪽으로 모투누이보다 440km 북쪽에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모아나가 항해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배가 북쪽으로 표류한 것으로 추정됨

5. 이후 테카를 항해 남쪽으로 이동함

6. 테카와 마우이의 싸움 중 충격파로 배가 서쪽으로 밀려남

7. 모아나가 아엠모아나 부르고 각성한 뒤 다시 테카를 향해 동쪽으로 이동함

지도의 내용과 꽤 일치하는데, 모투누이보다 440km 북쪽에 있는 곳까지 표류했다는 점을 반영해서 모투누이에서 출발한 모아나가 마우이를 만나 테카에게 도달할때까지 이동한 거리는 최소 2690km 정도이지 않을까 가정을 하겠음

과거 폴리네시아 사람들의 항해는 실제로 얼마나 걸렸을까?

이제 과거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항해할 때 걸렸을 시간과 이동 속도에 대해서 알아보자

남태평양의 적도 근처에 있는 사모아, 통가, 피지부터 북쪽으로는 하와이, 남쪽으로는 마오리(뉴질랜드)까지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수천년 전부터 어떻게 바다를 건너 터를 잡았는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많은 관심과 연구가 있어왔음. 그 중에는 현대식 항법과 현대식 배를 완전히 배제하고 과거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썼던 항법과 전통적인 카누를 오늘날에 새로 제작해 직접 항해를 해본 연구도 있음.

이 연구에서는 라로통아(Rarotonga - 쿡 제도의 섬)에서 뉴질랜드까지 전통 방식으로 항해를 했는데, 그 결과 평균 4노트(약 7.4km/h)의 속도가 나왔고 14일 정도가 걸렸다고 함. 출발지에서부터 목적지까지는 직선상으로 대략 3000k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를 직선상으로 연결했을 때의 거리와 비슷함.

(다른 예시로 비유하자면 3000km는 인천에서부터 괌까지의 거리(약 3200km)와 비슷함)

하지만 이 속도를 과거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항해할 때 걸렸던 속도로 단정지을 수 없고, 과거의 배들로는 같은 조건에서 훨씬 더 빠르게 항해할 수 있었다고 추측된다고 함. 제임스 쿡을 포함한 18세기의 유럽 탐험가들이 남태평양에서 항해할 때, 다른 폴리네시아 카누들이 대략 최대 22노트(약 40km/h)의 속도로 앞질러가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고 함. 영화에서 모아나가 탄 카누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묘사된 걸 생각하면 좋을 듯.

물론 이렇게 빨리 이동하는 건 모아나가 몰던 작은 아웃리거 카누에 한정되었을 것이고, 이제 영화에서 모아나의 조상들과 마지막에 모아나가 타는 거대한 배 같은 초대형 카누들은 절대 이 속도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고학자들은 추측함. 한 배에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 건 물론, 그 사람들이 항해 중에 먹을 것과 마실 물 등 물자도 실어야 했기 때문에 배의 무게가 압도적으로 나갔을 것이기 때문임.

그리고 과거에 지은 카누는 자연의 상태에 가까운 재료들로 선체와 삭구(배의 각종 부분을 연결한 줄), 돛을 만들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침. 판다누스 잎으로 만든 천으로 돛을 쓰면 비나 해풍에 젖었을 때 오늘날의 합성 천보다 훨씬 잘 찢어지고, 동아줄 역시 오늘날의 합성소재 줄보다 쉽게 끊어지니 과거의 폴리네시아 카누로는 같은 항로를 통해 가도 더 오래 걸렸을 거란 말이지.

결론적으로 과거에 사용한 배를 타고 갈 때의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새로운 섬으로 정착하러 가기 위해 여러 가지 물건과 사람들을 실은 대형 카누의 이동 속도 평균 2노트(2.7km/h) 남짓밖에 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됨. 이는 라로통아에서 뉴질랜드까지 약 3000km의 거리를 항해하는 데 대략 35일이 걸렸을 것이란 말임. 또다른 예로 사모아와 인접한 섬 중 하나인 나우에 간의 거리는 570km인데, 위 속도로 계산을 하면 약 7일이 걸리는 거지.

그러면 영화 속에서 모아나는 바다에서 며칠을 보냈을까?

※ 아래 계산은 단순히 얼마나 걸렸을지에 대해 아주 개략적인 자료들로 간단하게 계산을 한 내용임 - 가정한 수치에는 간과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어디까지나 재미로 보는 참고용으로만 여기고 정확한 내용으로서 참조하지 말길 바람

영화 속 모아나의 항로도 파악했고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항해하는 데 걸렸던 시간도 알았으니, 이제 모아나가 모투누이를 떠나 테카가 있는 곳까지 가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지 짐작을 해보자

모아나가 영화 내내 탔던 작은 카누가 최대 20노트 내외로 빠르게 움직일수 있다고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최대 속도가 평균 속도가 될 수 없음:

- 나침반 없이 하늘의 별자리와 해, 달이 뜨고 지는 것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방향을 잡아 갔고 악천후를 피해가는 등 최단 직선으로 가로질러 가지 못했을 것임. 특히 영화 초반 모아나의 항해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었으므로 수시로 방향을 잃고 헤맸을 걸 감안하면 더더욱.

- 24시간 항상 속도를 유지해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지 못했을 거임. 이동 중에 기상 조건이 바뀌면서 바람이 아예 불지 않는 곳에선 정체되는건 물론, 마우이와 함께 이동할때라도 중간에 쉬거나, 배를 잠시 멈춰두고 다른 일을 했을 수도 있음.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서 모아나가 모투누이를 출발해서 마우이가 있는 모래섬과 랄로타이 입구를 거쳐 테카에게까지 가는 여정이 평균 속도 2노트(3.7km/h)라고 가정을 하고, 앞에서 미리 정한 대략적인 거리 2690km을 반영하면 바다 위에서만 최소 30일이 걸렸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음.

걸리는 시간이 이렇게나 길게 소요되는데, 모아나가 모투누이에서 배에 실은 자원들로는 저 기간을 버티기가 택도 없을 거 같지? 삭제된 장면들 중에 어떤 외딴 섬에서 모아나랑 마우이가 모닥불 앞에서 노가리까고 있는 장면이 괜히 있는게 아님. 중간에 섬에서 쉴 겸 필요한 자원들을 보충하기 위한 거지. 이 삭제된 장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티저 트레일러 영상으로 부활하게 됨.

모아나가 테카를 진정시켜 테피티로 되돌리고 모투누이로 돌아올 때는 얼마나 걸렸을까? 이 때는 올 때의 여정보다는 직선화된 선형으로 이동했을 거고, 먹을거리도 풍족하게 담는 모습도 보였으니 중간에 외딴 섬을 들를 필요도 없고 모아나의 항해 수준 역시 매우 향상되어 있을 때이므로 평균 8노트(14.8km/h)로 이동한다고 가정을 하면 대략 최소 7일 정도가 소요되었을 거임.

그러면 모투누이에서 모아나의 부모님은 모아나를 떠나보낸 후로 며칠만에 모아나를 다시 볼 수 있게 된 걸까? 항해에만 한 달 넘게 소요를 했으니, 중간에 쉬고 다른 일을 보고 한 걸 감안을 하면 아무리 못해도 한달하고 반(45일)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싶음.

그나저나, 모아나랑 마우이 그리고 조상들은 항해 중 바다에서 뭘 먹고 마셨을지 궁금하지 않음? 다음 정보글에서는 과거 폴리네시아 사람들의 항해 문화를 통해 모아나가 바다에서 배는 어떻게 채우고 목은 어떻게 축였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함.

[참고한 자료]

Pathway of the Birds - The Voyaging Achievements of Maori and their Polynesian Ancestors (ISBN 9780824878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