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보다는 일기에 가깝습니다)



나에게는 고딩 때 짝사랑하던 그녀가 있다
그 전에도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은 많았지만 '이게 사랑이구나'를 느낀건 그녀가 처음이었다
성인이 되어 그녀가 잊혀질때 쯤 공휴일에 말러 5번을 하길래 그녀가 생각나 같이 가자고 했다
그녀는 의외로 좋다고 했고 우리는 더 좋은 자리를 놔두고 커플석(2층 박스석)을 예매했다
곡 설명을 잔뜩 준비했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쇤베르크를 좋아해서 1부도 기대했었는데 별로였다. 그녀도 졸았다
2부가 시작했다. 이전 공연 평이 안좋길래 걱정했더니 생각보다 잘했다
3악장이 끝났다

그토록 기다리던 4악장이 곧 시작한다

첫사랑과 콘서트홀에서 듣는 아다지에토

얼마나 낭만적인가.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박수가 치솟았다
4악장이 시작하자 몽글몽글한 감정에 빠졌다
오케스트라 역량이 부족해도 처음 듣는 실황은 역시 달랐다
클라이막스에 이르자 온몸에 전율이 돌았다
바로 옆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외치는 기분이었다
그녀도 곡이 맘에 드는 듯 했다
5악장은 재밌는 뽕짝이었다

그녀도 뽕짝을 즐기는 듯 했다




연주 퀄리티를 떠나 나에게는 최고의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