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정말 과분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와인들의 상태도 다들 무쳐서 뭐 천국갔다 왔는데요. 어제 후기를 남기려고 했으나 급작스러운 야근을 명치에 맞아서 오늘에야 후기를 남깁니다.
개인적으로 와인 마실때 오타쿠마냥 키워드를 메모해놓는데 다음날 보니까 미쳤다 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네요. 미친 날이었습니다.
Schafer Frohlich Felseneck G.G. 2021
와 이거 도라이새끼네?
neat님이 황송하게도 도네해주신 보틀인데 이거 딱마시고 와 이건 도네로 마실 와인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전에 jr 100점짜리 된호프를 마셨을 땐 아 이거 너무 어리다... 싶었는데 이거는 걍 어리고 뭐고 JN 맛있습니다. 분명히 어리긴 한데 복숭아 등 핵과류가 약간 얼마 전 마셨던 Pattes loup을 연상할 정도로 집중력이 좋습니다. 거기에 산도랑 미네랄리티도 되게 좋고 건플린트 뉘앙스가 ㄹㅇ뒷통수를 쎄게 후려칩니다.
과실도 뭉쳐있고 전반적으로 다 따로노는감이 없지않아 있는데도 과실 집중도가 좋아서 걍 맛있습니다. 왜 솔직히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손만봐도 그렇잖아요? 그런 느낌.
Bruno Giacosa Roero Arneis 2020
이걸...블라인드로... 내는사람이...어딨어
시트러스와 흰 꽃, 잔디와 입안에서는 산도는 좋지만 과실미가 좀 딸리는 느낌이 들고 미네랄 워터느낌이 강합니다.
솔직히 소비뇽블랑 그뤼너벨트리너 고민하다가 후자 골랐지만 아르네이스 못맞춘건 무죄입니다. 아 이게 이것만 마시면 꽤 괜찮은 와인이긴한데 저 리슬링 뒤에 마시니까 좀 아쉬운 점이 많이 도드라지더라구요.
Rocche Dei Barbari Barbaresco Riserva Alivio 2007.
사실 오늘 마신 네비올로 중에 어느하나 처지는 친구가 없었지만 가장 '재미'를 주는 와인이 무엇이었냐 물으면 이친구였던것 같네요.
일단 색이 야합니다... 그리고 따르자마자는 BDM을 연상케 하는 구두약 뉘앙스가 도드라졌고 찌르르한 염소 느낌과 붉은 과실, 간장, 장미, 타르 등. 입안에서는 타닌이 진짜 잘녹았습니다. 질감이 진짜 오우야...
이 친구가 진짜 재밌었던게 잔에서 계속 캐릭터가 변합니다. 숙성향이 좀 있었다가 과실향이 올라오더니 그다음엔 오히려 갑자기 파마약 느낌이 느껴지더라구요. 즈언통의 결이 있는데 또 개성이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Bruno Giacosa Barolo Falleto 2011
말이 필요없는 지아코사입니다. 이 집도 두번째 마시니까 아 확실한 스타일이 있구나 싶더라구요.
잘익은 과실의 순수한 당미가 도드라지고 거기에 민트 생허브 오레가노, 오렌지필, 정향.
입안에서는 꽤 잘 녹아든 타닌에 여리여리한 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느낌.
잘 만든 바롤로에서 오렌지필 뉘앙스가 나는건 꽤 있는 일인데 이집은 특히 강한 것 같습니다. 오렌지 과육까지 느껴지는 듯한 강한 뉘앙스에 당미까지 더해지니까 다른 분이 말씀하신 썬키스트 오렌지 캔디가 뭔지 이해되더라구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까 무슨 치과에 온 것 마냥 정향이 진동을 했는데 그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Roberto Voerzio Barolo La serra 2007
이게 아직도 어리네... 보에르지오 어렵습니다.
초반에는 살짝 수면 아래로 잠겨있는 듯한 검붉은 과실에 삼나무, 그리고 스윗스파이스가 도드라졌습니다. 확실히 앞의 두 친구에 비해서 골격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볼드하며 완고합니다.
뒤로가니까 점점 오렌지필에서 짜낸듯한 오일과 삼나무숲, 생생한 장미꽃잎, 그리고 산드로네에서 느꼈던 오리엔탈 스파이스가 선명하게 느껴지는데 아 좀 풀렸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솔직히 끝을 보지는 못했다는 느낌.
그냥 지긋이 체급으로 압도하는 강건한 스타일로 생산자가 다듬은 완성도 자체가 뛰어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뒤의 깜페랑도 또 방향성이 약간 달라서 아주 재밌었습니다.
La Spinetta Barolo Campe 2000
깜페입니다. 그리고 깜페가 시작된 2000 빈티지입니다. 의미가 깊은 와인이라 마시게 되어 영광이었네요.
초반에는 보에르지오와 비슷합니다. 살짝 달큰한 뉘앙스가 더 도드라지긴 하는데 그 외에는 거의 비슷합니다. 이후 풀리면서 진짜 스피어민트를 연상케하는, 들큰시원한 민트 뉘앙스가 굉장히 강조됩니다. 저는 닛데닌 파랭이를 먹었을 때가 갑자기 떠오르더라구요. 그정도로 강한 민트 뉘앙스. 그리고 스윗스파이스가 확실히 강하고 바닐라빈, 장미, 담뱃잎...
깜페 00은 진짜 놀랐던게 다른 깜페 빈티지를 마셨을 때 느껴보지 못한 우아함이 있었습니다. 깜페가 힘이 좋긴한데 그 우아함이 딸린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별로 안좋아했는데 이친구는 좋더라고요. 왜 이렇게 안만들지...
그저께 마시면서 새삼 느낀게 모던과 클래식은 없고 생산자만 있다는 사실이었네요. 같은 품종으로 만들었기에 전반적으로 공유하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대동소이할 수 있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다들 달라도 너무 달라서 정말 질리지 않고 마시는 재미가 확실했습니다. 정말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였고... 저 리슬링은 미쳤습니다. 보이면 사세요(안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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