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149를 구매한 이유에 앞서 서사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긴글이니 느긋하고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저의 필기구의 시작은 일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저의 감정을 담아 적는 것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습니다. 솟구치는 생각들을 종이에 시각화하는 과정이 생각 정리에 도움에 되더라고요.

일기를 쓰는데 당연 도구가 필요하니 볼펜에 관심이 갔습니다. 처음에는 모니미도 써보고 BIC 볼펜도 써보고 제트스트림도 써보고 했습니다.

볼펜을 써보니 샤프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샤프에 대해서 너무 무지해서 블로그와 유튜브를 많이 봤습니다. '몇 만 원대 샤프 추천!' 이런 영상들이 많아서 쉽게 정리되었습니다. 샤프가 주는 만족감은 별로 못 느꼈습니다. 일할 때 연필처럼 깎지 않아도 된다 정도

샤프를 알아가다 보니 연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습니다. 이때부터 감성을 찾는 단계가 온 거 같아요. 연필은 확실히 쓰는 맛이 있습니다. 깎는 맛도 있고. 연필의 장점은 하나의 연필을 쓰면서 EF, F, M, B까지 하나의 연필에서 다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굵어졌을 때 글씨의 흑연 부분의 공백이 보일 때 짜릿합니다.

일기는 볼펜이 주 무대다 보니 볼펜을 더 찾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많은 볼펜을 썼습니다. 만족하지 못해 가격대가 있는 볼펜도 써보고 제트스트림만으로 만족할 줄 알았는데 제트스트림 프라임까지 써보고 볼펜의 만족도가 최고조로 있었습니다.

종이를 찾게 됩니다. 괜찮다 싶은 공책은 사두고 쟁여둡니다. 일기를 많이 쓸 땐 일기장이 빨리 소모가 되어서 예쁘다 싶으면 사둡니다. 예전에는 아무 공책이나 썼지만 지금은 종이로 인해 명성을 쌓은 그 회사의 종이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구매했습니다.

여기서 저에게 질문을 합니다. 내가 필기구를 사랑한다면 왜 만년필은 손대지 않은 걸까?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간단했습니다.'볼펜이 있는데 굳이'  

그런데도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만년필에 대한 욕구는 막지 못했습니다.

만년필을 구매한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관능적이기 때문' 이 이유 외에는 없습니다.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기 너무 충분했습니다.

사치품에는 뿌리, 아름다움, 가치만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만년필의 쥐는 행위를 함므로써 일기를 쓸 때 영감이 더 옵니다.

만년필은 안 지 한 달 채 안 됩니다.

입문 단계, 중간 단계 없이 바로 상위 라인으로 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몽블랑 149, 펠리칸 M800, 파카 듀오폴드를 가야겠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수집욕은 언제 빗발칠지 모르기 때문에 한계선을 정하면 제 욕구를 가둬둘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의류와 운동에 대한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세 가지 만년필만 산다면

필기구에 대한 마침표가 될 거 같습니다.

닙에 대해서 까다롭지 않습니다. 긁히면 긁히는 대로 끊기면 끊기는 대로 쓰려고 합니다.

양궁 선수가 아무리 금메달 리스트라할지라도 중앙에만 꽂힐 수 없듯이

만년필도 항상 잘 나올 수만 있다고 생각 안 합니다.

만년필에는 생명이 있다고 봅니다.

끊김도 나의 힘과 만년필의 각도에 의해 태어난 불완전한 글자이고

기계적이지 않는 것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즐거운 만년필 생활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