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동그라미는 언제나 인간을 불안하게 만든다.

어렴풋이 보이는 불길한 빨간 동그라미 속 물티슈가 부산의 비극을 암울히 은유한다.

마스크와 대가리쓰개 같은 계집애 전유물 따윈 모르는 상남자의 쿡방이 생중계되기 시작한다.

토스트 장사에 왠 찜통인가 싶지만 뭐 어떠랴! 이곳은 부산광역시, 모든 걸 쓰까버리는 도시이다.

개시를 준비하는 남자의 손길이 분주하다.

???

빨간 동그라미가 개씹창난 무언가를 포착했다!

개시조차 하지 않은 찜통... 씹창난 물티슈...

VAR 체크. OK, 체크메이드.

개씹창난 물티슈로 찜통을 닦은 것인지, 개씹창난 찜통을 물티슈로 닦은 것인지 아직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

잠깐...

오마에...

그만둬...

제발 그만둬!!!!!!!!!

남자는 말없이 물티슈를 한 장 뽑는다.

그리고 찜통에 올려놓는다.

이번에는 넉넉하게 뽑아

...뚜껑을 닫는다.

이 모든 게 생중계되는 중이다.

빵쪼가리에 붙어 따라온 물티슈 한 장.

남자는 황급히 물티슈를 떼어내 다시 찜통에 넣는다.

밤은 길고 골로 보낼 사람은 많다.

대한민국 공권력의 현실이다.

눈앞의 테러리스트를 두고도 경찰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찜통에 수북하게 쌓인 물티슈...

부산 시민들은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다.

축축하게 젖은 남자의 겨드랑이만이 간밤의 참혹함을 증언한다.

찌그러진 플라스틱 바구니와 지글거리는 치즈...

아, 토스트 위로 쏟아지는 환경 호르몬의 랩소디여!

로우스위트블루베리와 라벤더의 깊은 풍미!

소듐벤조에이트가 부산 밤거리 지친 위장을 사로잡는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했을까...

똥푸산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