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3/5/4(목) 20시 베를린 필하모니/피아노 그리고리 소콜로프, 헨리 퍼셀 Z.645 / 모음곡 2번 Z.661 / Z.646 / Z.655 / Z.T.678 / 모음곡 4번 Z.663 / Z.T.684 / 모음곡 7번 Z.668 / 샤콘느 Z.T.680 /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 KV.333 / 아다지오 KV.540
2. 어제 파우스트 리사이틀을 보고 아침에 빈에서 베를린으로 넘어옴. 5시에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탄호이저 1막보고 베를린필로..작년 이 맘때 (찾아보니 5월 2일이네)도 베를린 필에서 소콜로프 리사이틀을 봤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음. 당시 프로그램은 베토벤 에로이카 변주곡 / 브람스 Op.117 / 슈만 크라이슬레리아나 였는데 내가 봤던 피아노 리사이틀 중 단연 최고였음. 피아니스트가 주는 어마어마한 긴장감과 황홀한 음색에 압도되었던 기억.
3. 이번 프로그램은 특이하게 헨리퍼셀의 곡을 1부에 쫙 깔았음. 평소에 들어볼일이 없는 작곡가라 예습하려고 곡을 찾았는데 레코딩도 거의 없는 곡들...그래도 샤콘느나 모음곡은 듣다보니 좋아서 소콜로프가 어떻게 연주할지 기대되었음. 2부 모차르트 KV.333은 해석이 궁금하더라.
4. 좀 늦게 예매하다보니 유일하게 남아있는 포디움 좌석 (50유로, 피아니스트 뒤쪽 무대위의 임시좌석) 을 예매했는데 선착순으로 자리에 앉는 자유석이고 2열 이후는 시야방해가 좀 있는거 같아서 7시 이전에 가서 기다렸다가 입장이 7시 40분에 시작한대서 또 문앞에서 줄서서 기다림...문 열자마자 들어가서 포디움 1열 가장 좋은 자리로 앉았는데, 이 자리가 저렴한 가격에 좋은시야에서 보는건 좋지만 시간을 생각하면 (자리가 남아있다면) 지정된 좌석에서 보는게 더 이득인듯.
5. 작년과 마찬가지로 무대 조명은 어어엄청 어둡게 해놨더라. 다른 후기를 보니 피아니스트 본인이 아닌 음악에만 집중하라는 의미로 그렇게 한다는데..연주를 볼때마다 느끼지만 참 음악에 대해서 진심으로 헌신하는 분 같음.
6. 1부는 퍼셀의 9곡을 배치했고 짧은 장조 1곡-단조 모음곡 1곡-짧은 장조 3곡-단조 모음곡 1곡-짧은 단조 1곡-단조 모음곡 1곡-샤콘느 1곡 순이었음. 40분 정도를 쉬지않고 연주했는데 마치 거대한 서사시 한곡을 들은 느낌이었음. 해석이 자유로운 바로크 곡의 특성을 살려 템포/셈여림/음색을 자유자재로 변화하면서 풀어나갔는데 정말 밝은 분위기의 첫 곡에서도 숨막힐듯한 긴장감을 전해줬음. 모든곡이 훌륭했지만 특히 단조 모음곡 3곡은 정말 처절할정도로 비장한 느낌이었고 들으면서 마음속 깊은곳까지 침잠하는 느낌이었다. 1부의 베스트곡은 마지막 샤콘느. 유튜브 실황에 있는 Le Cyclopes에 비견할만한 극도의 긴장감을 보여줬다. 좀 아쉬웠던 점이라면 트릴을 너무 많이 사용한정도..? 아, 샤콘느에서 큰실수 한번 하셨는데 당황하지 않으시고 바로 이어가시는 모습에 연륜을 느꼈음...
7. 2부 모차르트 2곡은..그냥 완벽 그 자체였다. 어찌보면 가벼운 소나타 13번을 이렇게 농밀하게 꽉 채워서 연주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는데...아다지오는 정말..수식할 말을 못찾겠다. 2부를 들으면서 일본의 꼬장꼬장한 스시 장인의 모습이 떠오르더라. 본인의 경험을 모두 집대성한 맛의 향연인데...편하게 릴렉스하고 먹을만한 분위기는 아닌..들으면서 난 너무 좋고 행복했지만 이런 부분에서 질릴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음. 음악을 즐기는 방식은 누구나 다른거니 뭐..
8. 앵콜은 총 6곡 해주셨는데 브람스, 쇼팽, 라흐마니노프, 바흐 곡이었음. 라흐곡들 2곡해주신거 같은데...가장 하이라이트는 프렐류드 Op23-2. 안그래도 엄청나게 화려한 곡인데 그 곡을 더 화려하게, 더 긴장감있게 풀어내니 끝자자마자 바로 기립했다. 작년 앵콜이었던 쇼팽 프렐류드 20번 만큼이나 충격적인 연주였음.
9. 1달전쯤 예매할때 포디움 좌석 제외하고는 전부 매진이었는데 오늘 보니 포디움도 전석 매진인듯. 관객들 반응도 정말 폭발적이었다. 곡 끝나자마자 다들 하...한숨쉬는게 나랑 느낀게 비슷하구나 싶었음ㅋㅋ
10. 참, 5시에 봤던 탄호이저 공연은 시간관계상 1막만 보고 나왔는데, 뒷 공연만 아니면 계속 보고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세바스티안 바이글의 지휘 (이지윤은 1바 3rd) 였고 호른의 연주로 서곡 시작하는 순간부터 소름끼쳤음. 막이 올라가고 배경이 나오는데 원뿔 눕혀놓은 듯한 무대에서 남/녀 8명씩이 상반신 나체로 나와서 타락한 환락의 세계를 표현했는데 (아마 슈타츠 발레 단원들일듯) 너무 노골적인 장면도 나와서 깜짝놀랐음. 옆자리 여자분 헉 하시던데...ㅎㅎ..... 아무튼 탄호이저 배우분 너무 잘부르시고 반주도 황송할정도로 좋아서 나오기 아쉬웠다. 뒷 공연이 그냥 그런 공연이었으면 그냥 눌러 앉았을 듯.
내일은 오전에 라이프치히로 이동해서 토마스교회에서 토마스 합창단 바흐 칸타타, 게반트하우스/메켈레의 젬린스키 인어/브람스 교향곡 4번 들을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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