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한문장 요약: 수태 적시고 촉촉할정도로 물 짜내서 구멍숭숭 뚫은 플라스틱 통 안에 깔고 알 심어서 어디 적당히 구석지면서 환기 잘될거같은데 두셈.



※필요한 것: 아무 넓적한 플라스틱 반찬통, 수태, 물, 송곳

플라스틱 통: 뚜껑부분에 구멍을 많이 뚫어준다. 보통 플라스틱이 녹을정도로만 송곳을 달궈서 송곳으로 구멍 뚫어줌.
수태: 꽃집이든 인터넷 배송으로든 건조수태 사서 한번 물에 푹 담금.

물 충분히 머금었으면 수태 뭉쳐서 손으로 적당히 물기 짜냄.
손으로 만져봤을때 촉촉하지만 축축하지 않은 정도면 됨.

플라스틱 통에 수태 골고루 깔고 알이 반정도 파묻히게 수태 위에 올려두고 뚜껑 닫고 방안에 온도변화 적을만한 곳에 그냥 둠. 한 일주일에 한번정도 뚜껑 열어서 수태 촉촉한지 확인함. 좀 말랐다 싶으면 알에 직접적으로 물 안튀게 알 주변 수태에 물 뿌려줌.

사실 뭐 온도변화 적은곳이라고 해봤자 방에 에어컨 틀면 23~4도, 낮에 밖에 나갈땐 환기하느라 열어놔서 27~8도정도인데 이정도 매일마다 왔다갔다 할거임.

사진은 현재 내가 쓰고있는 알통이야. 가장 초반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이소 반찬통에 하다가 좀더 좋은데로 해볼려고 에그컨테이너를 사서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에그컨테이너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있었던 알들 약 4개 가량이 전부 해칭 직전에 죽는 문제가 생겼어. 알들 증상이 하나같이 비슷했는데 해칭일이 임박했는데도 알이 완전히 빵빵해지지 않고 어느정도 홀쭉한 형태를 유지했었어. 해칭 예정일을 넘긴 알들을 째줬을 때 알 속 물이 콧물처럼 불투명했고 거의 다자라서 해칭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죽어있었어.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유를 찾으려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봤는데 결국은 알 4개를 보내고서야 에그컨테이너 구조 자체가 크레 알을 키우는데 문제라는걸 인정하게 됐어.

그 뒤로 다시는 에그컨테이너 안쓰기로 마음먹고 알 올려놓는 플라스틱부분 갖다버리고 에그컨테이너 껍데기만 갖고 맨첨에 하던방식 그대로 하는중이야.

이 일이 있고나서 나는 알을 관리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환기'랑 '물공급'이라고 생각하게 됐어. 환기는 당연히 잘되는게 좋은데 물공급이 중요하다는 말이 생소할거야. 절대 알 표면에 물을 뿌려줘야한다는 소리가 아니고 알이 스스로 물을 필요한 만큼 주변에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촉촉한 바닥재를 깔아줘야한다는 뜻이야. 알을 키우면 키울수록 얘네가 알의 형태지만 살아 숨쉬고 있다는게 실감나드라.

난 물공급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습도만 제대로 맞춰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밑에 젖은 수태를 깔아서 습도를 유지한 플라스틱 컨테이너에서 알을 해칭하려 했었고 그때문에 아이 넷을 알에서 보내야했어. 솔직히 내가 죽였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서 해칭이 실패했을 때 생각보다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들었어. 크레 키우면서 알도 보고싶은 갤럼들은 알이 잘못됐을 경우도 어느정도 생각은 해두는게 좋을거같아.

아무튼 그래서 최종 결과는 에그컨테이너에서 시작부터 있던 알들도 수태로 옮긴 뒤로 모두 무사히 해칭하고 있고 지금까지 전부 알아서 잘 나오는 중이야. 수태에서 기르는 알들은 아직까지 100%로 잘 해칭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이방식으로 쭉 할거같아.

이 방식이 정말 좋다고 느끼는 이유는 구성이 정말 간단한데다가 내가 뭔가를 끊임없이 관리해줘야할 필요가 딱히 없어. 거의 매일마다 에어컨 23도쯤으로 틀었다 껐다 온도편차가 큰데도 문제가 없고 그냥 방안에 가만히 두면서 일주일에 한번쯤 수태 적당히 촉촉한가 살펴보면 그만이야. 참고할사람 참고하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