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알바나 억까아님. 실관람 인증용 티켓첨부.

검사, 사바하 모두 재밌게 본 사람이라 기다리다 당일 조조로 보고왔음

이미 개봉전 예고편 분석을 보고 박사장 선대의 친일행각이 메인 떡밥인 것은 알고 갔는데 그 핵심이 '쇠말뚝'으로 밝혀지는 중반부터는 차무식.. 아니 최민식처럼 "아, 이러면 이거 완전 나가린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김이 팍 새더라고

틀내나서 미안한데 99년도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다.

시놉시스를 간단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제총독부는 풍수지리를 이용해 한반도 민족정기를 말살하는 음모를 꾸며왔다. 일제의 비밀결사들은 해방 후인 90년대까지 암약해 왔으며 우리의 주인공 일행은 이를 분쇄하고 민족정기를 바로잡는닷!!'

.... 라는 내용의 음모론+반일 소재의 한국영화임. 동명의 원작소설이 기반으로 하고 있고 영화 자체도 당시 그럭저럭 흥해서 알 사람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지.

차무식.. 아니 최민식이 쇠말뚝 이야기 꺼내는 순간 한 20년전에 이미 다 식은 떡밥을 예토전생 시킨 꼴이 되었다고.

재작년 여름 한산/헌트/외계인/비상선언이 텐트폴 영화 대결을 벌일 때 반일코드와 신파를 들고나온 비상선언이 초호화 캐스팅(전도현+이병헌+송강호+임시완)을 가지고도 결국 어디까지 내려갔나 생각을 해보자 이거야.

명량-한산-노량으로 이어지는 이순신 3부작의 관객수가 편을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현상도 고려해보자고.

반일이라는 주제 자체가 MZ세대 사이에선 신선함을 잃은 정도를 넘어 조롱거리가 되어가는 이 시대에 25년 전 영화(소설)에서 이미 단물 다 빼먹은 일제시대 쇠말뚝 음모론을 재탕해?? 이걸 헬스장 다니는 MZ무당 캐릭터들이랑 비벼서 메인 플룻을 짰다? '아니 감독 양반 이거 너무 안일한거 아니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더라.

난 개인적으로 되게 기대하고 갔거든. 대충 일제시대, 일본귀신과의 대결구도가 예상되어 불안하기도 했지만 평론가들이 일제히 호평하길래 '오... 반일이나 민족팔이에 매몰되지 않고 일제강점기를 오컬트의 소재로 잘 활용했나 보구만' 하고 안심하고 갔다가 뒷통수를 쎄게 얻어 맞은 기분이야. 이건 평론가 놈들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검은사제들부터 세계관을 공유하는 감독의 탄탄한 오컬트 유니버스 구축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사반세기전 '방화(야.. 요즘MZ들이 이게 무슨 단어인지 알까??)' 시장에서 써먹던 소재를 뇌절한 감독에게 진심으로 실망했다. 별 5개 만점에 3개 이상 못 주겠다. 차라리 같은소재(쇠말뚝, 풍수지리, 일제시대)에 관심이 있으면 건축무한육면각체 소설판을 다시 읽는 게 더 재밌을 것이야.

게으른 소재 선택에 장르이탈로 인한 파열음.

이게 파묘를 보고 난 한줄 감상평이다.

P.S. 회상 장면에서 너무 짧게 스쳐갔지만 음양사나 일본요괴들의 모습, 오니를 매장하는 장면들의 연출이 정말 아깝다. 장면마다 나타나는 기괴함은 장르적 특성을 살려주는 매우 좋은 장점들을 품고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날려먹었다. 연출과 보여주기 쪽에 더 분량을 실어주고 그놈의 혼잣말 스러운 내레이션 (이제 최민식이 나레이션이나 혼잣말하면 카지노부터 떠올라서 집중이 안된다고)은 좀 없앤 뒤 '미지의 공포'를 슬쩍 슬쩍 내비쳐줬어야지 설명충 스럽게 내용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니 최종보스도 무게감이나 공포보다 경박함이 느껴져서 몹시 실망스러웠다. 다이묘였다면서 은어 준다니까 체통은 내던지고 헐레벌떡 무덤에서 튀어나와 촵촵거리는 꼬락서니 하고는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