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 역시 환상 또는, 완벽한 유토피아다. 통일은 기존의 두 시스템 가운데 하나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남한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절대 공산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주체적 사회주의를 부르짖는 북한 역시 스스로 붕괴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통일의 유토피아를 \'아리랑\'에 투사하고 그 불가능한 비현실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것은 김정일과 그의 체제가 모든 공산주의 사회에서 그보다 더욱 중요한 유토피아, 즉 \'실제로 존재하는 사회주의\' , 진정한 \'노동자의 낙원\'을 꿈꾼다는 의미일까?

(개념상 유토피아는 현실 세계에 존재할 수가 없다. 유토피아라는 단어 자체가 \'없는 곳(no place)\'을 뜻한다.)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과 그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진 가혹한 빈곤으로 평범한 북한 사람들에게는 이 유토피아가 더욱 까마득하게 느껴졌을 테고, 따라서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그 유토피아를 지원해야만 했다. 어쩌면 지나치게 냉소적인 결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