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로부체에서 나와 고락셉(5,140m)을 향해 출발했다.
날씨가 좋지 않다. 어제까지만 해도 선명하게 보이던 산맥들이 구름에 끼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바람도 강하게 불고 기온도 상당히 낮아졌는데, 바닥에 쌓인 눈들이 거의 얼음 같은 느낌이 되어 있었다.
특이하게도 이 얼음들은 평평하지 않고 뾰족뾰족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얼어붙은 눈은 처음 봤다.
아마 바람이 세게 불다 보니 날릴 듯 말듯하다 뾰족하게 얼어버린 것 같다.
5,000m를 넘으니 이제 풀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흙과 돌, 눈과 얼음으로 된 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제 이전처럼 속도를 내면 숨이 차올라서 매우 천천히 움직였다.
앞서 다녀갔던 트래커들이 잔뜩 낙서해놓은 어느 바위 앞에서 쉬고 있었는데,
리븐델에서 만났던 그 발냄새나는 프랑스인이 뒤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서로 너무 지쳐서 그냥 '나마스테' 라며 가볍게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날씨가 맑지는 않았지만, 구름 안에서 이렇게 걷다 보니 굉장히 몽환적인 분위기가 되어 멋졌다.
계속해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황량한 곳을 걸었다. 가다가 반쯤 무너진 곳을 건너야 했는데,
무너진지 얼마 안 됐는지 흙이 부드러워서 너무 미끄러웠다. 얼음길 이후로 가장 무서웠던 곳이었다.
오르다가 흙이 너무 부드러워서 스르륵 미끄러질 뻔했는데, 정말 심장이 쫄깃했다.
굴러떨어지면 분명 헬리콥터 불러야겠지...
고락셉이 보인다. 고락셉 이후로는 더 이상 롯지가 없기 때문에 텐트에서 자야 한다.
그 이상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니 고락셉이야말로 일반인인 우리가 오를 수 있는 한계선인 셈이다.
고락셉 오른 편으로 길게 뻗은 빙하길이 보인다.
에베레스트에서 흘러나온 빙하의 흔적이다.
뒤를 돌아보자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져있다.
이 빙하길은 로부체 초입부까지 쭉 이어져있다.
고락셉을 너머 저쪽까지 올라가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가 나온다.
흔히 EBC라고 부른다. 녹초가 된 채로 고락셉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으며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체력적으로 무리이니 하루 쉬고 최종 목표인 칼라파타르로 오르자고 했는데, K군은 오늘 칼라파타르로 오르자고 한다.
네팔로 떠나기 전부터 일정을 나한테 맞추기로 했기 때문에 끝에 와서 그렇게 말하니 나도 짜증이 났고, 서로 약간 짜증을 냈다.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인 것도 있었겠지. 일단 날씨가 안 좋았기 때문에 고락셉에서 날씨가 풀리길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사이 고락셉에 한국인 팀이 하나 들어와서 가볍게 수다를 떨며 기다렸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날씨가 맑아졌다.
우린 고락셉에 모든 짐을 던져놓고 이번 트래킹의 최종 목표인 칼라파타르를 향해 출발했다.
칼라파타르는 평이하게 경사가 쭉 이어진 곳이었는데, 길이라고 부를만한 것도 없는 데다 돌덩이들이 너무 많아서 불편했다. 로부체에서 고락셉까지는 그래도 고도를 많이 올리지 않아서 천천히 걷기만 하면 괜찮았는데, 위로만 오르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거의 두세 발자국 옮기고 멈췄다 다시 움직이고, 그런 식으로 올랐던 것 같다.
거의 끝까지 와서는 너무 힘겨웠는데, 니마가 종종 손을 내밀어 줬다.
그리고 어느샌가 우린 정상에 도착했다.
만세 하는 K군. 안타깝게도 정상에서 찍힌 K군의 사진 중에 제대로 얼굴이 나온 게 없다 ㅠㅠ
올라가는 내내 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는데, 정상에선 그 강도가 훨씬 강했다.
강한 바람 사이로 더 센 강풍이 불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돌 뒤에 몸을 기대거나 쪼그려앉아야 했다.
360도로 거대한 히말라야의 장벽들이 서있었다.
렌즈 안에 한 번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눈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가 보인다.
칼라파타르만 해도 이 정도인데, 저런 곳을 오르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우린 에베레스트를 배경으로 주머니에 넣고 온 양갱을 꺼내들었다.
스폰서 아니다 ㅋㅋ 광고도 아니다 ㅋㅋㅋ 그냥 한국에서 떠나기 전 집에 있던 양갱을 먹으며
"우리 정상에서 양갱 먹을까?"
했을 뿐.
양갱 업체에서 광고비 좀 보내줬으면 좋겠다 ㅎㅎ
구름보다 위에 있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걸어왔는지.
정말 굉장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에베레스트의 머리 위로 달이 보인다.
한 시간쯤 있고 싶었지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그럴 수 없었다.
다시 내려가야 할 길이다 ㅠㅠ
마지막으로 다시 에베레스트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천천히 이곳의 광경을 음미하며 내려갔다.
고락셉에 도착.
돌아올 때쯤 주변 날씨도 슬슬 다시 안 좋아지고 있었다.
굉장히 좋은 타이밍에 올라갔던 것 같다.
오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것은 힘들 것 같아서 내일 베이스캠프를 찍고,
다시 로부체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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