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에서 으뜸가는 성인 중 하나인 순의 이야기를 보면, 아버지와 계모에게 심한 학대를 받았고 심지어는 여러 차례 살해당할 뻔하기도 했음

하지만 순은 한번도 저항하지 않았음. 단지 진짜 살해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몸을 피했을 뿐임

그리고 그마저도 자기자신을 위해서가 아님. 부모님 뜻에 따라 순순히 살해당한다면 부모님이 자식을 죽인 사람이 되는데, 그것이 더 큰 불효라는 생각에서 피했던 것임



그런데 순의 이런 맹목적인 효도조차도 고대중국의 또 다른 유명한 효자, 왕상에 비하면 순한맛임

왕상 역시 계모에게 괴롭힘을 받았는데, 이 계모가 급기야는 살의를 품고 한밤중에 왕상 방에 들어가선 칼을 휘두름

그런데 하필 그때 왕상이 오줌 누러 나가있어서 살았음

하지만 왕상은 방에 돌아온 후 계모가 자기를 죽이려 했던 것을 알고는, 그렇다면 지금 죽여 주십시오 하며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자 함

물론 여기서 계모가 마침내 왕상의 효성에 감격해 더 이상 미워하지 못했다는 해피앤딩이 붙기는 하지만

진정한 효자는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 해도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기꺼이 죽음을 맞이할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음



일부 유교뽕들은 "유교윤리는 일방적인 게 아닙니다! 부모도 자식한테 부모답게 잘해줘야 해요!" 이렇게 떠드는데, 그 자체로는 틀린 말은 아님. 당연히 유교도 부모한테 자식 학대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음

하지만 유교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도리보다 부모에 대한 자식의 도리를 훨씬훨씬훨씬 더 강조하고, 자식이 부모의 권위를 조금이라도 적극적으로 거부할 기반은 전혀 제공하지 않으며, 순과 왕상 같은 효자 이야기들을 통해 부모가 어떤 끔찍한 짓을 저지르든 효도의 가치는 절대적임을 강조함

결국 유교윤리의 실질적인 효과는 부모 하나하나에게 잠재적인 폭군의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자식을 정신적으로 무장해제시키는 것임

따라서 유교는 역시 폐기처분되어 마땅한 사상이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