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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가이드] 초급자를 위한 수 선택의 예시

e4(121.125) 2024.04.29 19:56:59
조회 1893 추천 31 댓글 4
														

0. 실수하지 않는다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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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황에서 백은 수를 두자마자 머리를 붙들면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시실리안 디펜스를 상대로 킹사이드 폰을 밀며 공격을 이어나가던 백은, 잘못된 폰을 올려 공격이 막혔음을 직감하자 넋이 나갔습니다. 그 결과 흑과 백의 퀸 사이를 가로막던 폰을 감정적으로 움직여버렸고,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신의 퀸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백은 기권 항목으로 손가락을 뻗을까 고민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흑의 놀랍고도 참신한 수가 뒤를 이읍니다. 흑의 bxb3를 보고 잠시 얼이 빠져있던 백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레이팅을 줍는 심정으로 잽싸게 흑의 퀸을 잡았습니다. 경기는 이후 세 수 정도 이어지다가 흑의 기권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위 상황은 래피드 레이팅 1600대의 경기에서 있었던 일이고, 또 드물게 일어나는 일도 아닙니다. 체스 실력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플레이어들은 종종 상대방이 '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이후 수순을 검토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보드의 다른 영역에, 위 경우는 서로 대치하고 있는 비숍에게 눈길이 간다면, 대여섯 수 가까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지만 별 문제가 없었던 퀸에게는 잠깐 신경을 끄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겠지요.




1.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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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런더 어택으로 승리하는 것은 서로에게 무안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급적, 경기 내내 바른 수를 두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바른 수'의 구체적 사례에 대해서 학습하지 않는다면, 초급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것이므로, 이번에는 제가 예전에 진행한 경기 중에서 '패배'한 경기의 전략적 오류에 초점을 맞추어 공유해볼까 합니다.


래피드 경기이며 흑과 백은 레이팅 900의 플레이어입니다. 백은 흑의 중앙을 곧바로 공격하는 '스카치 게임' 오프닝을 선택합니다. 여기서 초급자 여러분이라면 여러가지 선택지를 떠올리면서 고민해볼 것입니다. 1)폰으로 잡는다. 2)f폰으로 지킨다. 3)d폰으로 지킨다. 4)나이트로 잡는다.


여기서 원칙적으로 바른 수는 '1)폰으로 잡는다' 뿐입니다. 다른 수는 변칙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뿐, 흑에게 명확한 손해를 주는 수입니다. 이는 체스의 기본원칙 '전개' 때문입니다. 체스 오프닝을 아주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그것은 '상대보다 낫거나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중앙에 기물의 활동성을 가져가는 과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f6는 흑킹을 밝은 대각선으로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이미 나쁘다고 볼 수 있겠지만, f6와 d6 모두 상대에게 d5를 허용해서 나이트가 쫓겨나는 수라는 점에서 이미 원칙에 위배됩니다. 이미 중앙을 향해 배치한 나이트가 쫓겨난다면, 상대보다 전개가 늦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만약 흑이 나이트를 전방으로 배치하려 한다면, 백은 나이트에 대한 위협을 토대로 '템포'를 얻으면서 자신의 기물을 빠르게 전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나이트로 잡는다'의 경우는 중앙에서 기물교환이 일어난 이후 결과적으로, 백이 폰과 퀸을 중앙에 배치한 채로 전개의 우위를 가져가기 때문에 좋은 수가 아닙니다. 초급자라면 기본원칙 중에서 '퀸을 나중에 전개하라'가 있지 않냐고 항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d4에 자리한 백의 퀸을 타격하며, 즉 템포를 얻으며 전개될 수 있는 흑의 나이트는 이미 사라진 뒤일 것이므로, 흑은 아무런 이점도 없이 수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스카치 게임의 이후 전개에 대해서는 따로 적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 경기에서 d3를 두었고, 상대에게 중앙을 빼앗긴 채로 전개에서 밀려 패배했음을 밝혀둡니다. 레이팅 1000 이하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빈번할 것입니다. 요점은 '상대에게 시작부터 양보하지 말라' 정도가 될 것입니다. 상대가 뭔가를 얻고자 한다면, 상대에게 그 수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2. 대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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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황은 흑백 레이팅 1200의 래피드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백은 언젠가 '체스인사이드' 유튜브에서 보았던 '마록시 바인드(c4와 e4로 상대의 d5전진을 막는 경기방식)'라는 개념에 꽂혀 있었고, 잘은 모르겠지만, c4를 쳐서 흑의 d5를 막는다면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흑은 자연스럽게 d6로 한 칸 물러난 폰구조를 잡았고, 여기서 백의 차례입니다. 만약 초급자라면 이 상황에서 d4를 치는 것이 '당연하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텐데, 저 또한 당시 경기에서는 d3를 두었습니다.


여기서는 반드시 d4를 쳐야합니다. 만약 당신이 위 이미지를 보고 '아마 d3?' 같은 생각을 했다면, 앞으로는 절대 d3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맹세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체스 초급자들은 자신이 경기 전체의 흐름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때문에 그러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안전한 수'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와 같은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뻔히 보이는 상대의 위협에 대해서 대비를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인정하고, 보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입니다.


보드를 보면, 백이 d4를 칠 수 있음은 자명합니다. d4를 쳤을 때 흑이 폰으로 되잡는다면, 백은 나이트 혹은 퀸으로 다시 폰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백은 흑보다 기물의 전개 상황에서 더 나은 이점을 지니게 되는데, 그것만으로도 d4를 반드시 쳐야만 하는 이유로는 충분합니다.


d3는 엉뚱한 곳에 자란 사랑니처럼 백의 진영 안에 틀어박혀서 백의 비숍이 전개하는 것을 틀어막는 수입니다. c폰과 e폰을 지지해주어 안정적인 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백이 꼬인 진영 안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흑은 기물을 활동적으로 배치하면서 백을 두들겨 팰 것입니다.


중급자 정도의 개념에서 본다면 d3는 '뒤처진 폰' 약점을 남겨두는 수이며, d4칸이라는 약점(백은 폰으로 d4칸을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을 흑에게 제공하는 수라는 것도 있겠지만, 그런 것을 전부 고려하는 것이 어려운 초급자라면, '그냥 d4'를 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3. 깔끔한 폰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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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전자 결정전에서 무패를 기록한 '이안 네폼이아치' 선수의 별명이 아마 '폰을 잘못 미는 자'라고 했던가요. GM마저도 빈번하게 실수할 만큼, 체스에서 폰의 구조를 바르게 가져가는 것은 어렵고 미묘한 문제입니다.


위 상황에서 흑은 나이트와 퀸의 지원을 받아 d5로 폰을 전진시켰습니다. 컴퓨터는 이를 실수라고 판단했는데, 흑의 킹이 아직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 나쁘고, d6폰이 백의 나이트가 공격 중인 e5폰의 수비를 그만두고 무작정 전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백은 1)c폰으로 중앙폰을 잡기. 2)e폰으로 중앙폰을 잡기. 3) 나이트로 e폰을 잡기. 등을 고려해볼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좋은 선택은 무엇이고,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원칙으로 쓸 만한 선택을 고려해보자면, '2)e폰으로 중앙폰을 잡기'가 가장 괜찮은 선택일 것입니다. 교환 이후 결국 사랑니처럼 백의 진영에 틀어박혀 있던 d폰이 고립된 폰이 될 것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제 부족한 실력에는 상당히 까다롭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일단 이전에 원칙을 세웠던 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하자면, e폰으로 중앙폰을 잡는 것이 즉각적으로는 폰 구조를 가장 깔끔하게 가져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흑과 백이 기물을 얼마나 교환할지는 좀 더 생각해볼 문제일 테고, 이후 상황에 따라서 c3 나이트를 e4에 배치할 수 있도록 칸을 비워두는 수라는 것도 이 수의 채용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3)나이트로 e폰 잡기'의 경우 흑의 d4 전진에 나이트가 쫓겨나고 이후 중앙이 닫힐 수 있다는 것이 별로 좋지 않아보입니다. 백은 흑보다 전개가 빠른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중앙을 열어젖혀서 아직 안정되지 않은 흑의 킹을 위협하는 것이 원칙에 맞겠지요.





4. 안전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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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비숍과 퀸 베터리로 백을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레이팅이 1200이었던 백은 여기서 무슨 수를 두었을까요?


백은 승리를 갖다버리는 f4를 두었습니다. 퀸비숍 베터리의 대각선을 폰으로 차단해버리겠다는 시도였지요. 흑은 나이트 e3로 곧바로 백을 절망에 빠뜨립니다. 백은 나이트 g3를 두어서 나이트로 흑의 대각선을 막고, 이후 퀸을 h5에 침투시켜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의 교훈은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안전한 수를 찾아보라' 정도가 되겠습니다.




5. 인색함을 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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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나이트가 g4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흑은 비숍이 하나 더 많지만, 흑의 비숍은 아직 활동성을 갖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b5 같은 수를 두어서 비숍을 활발하게 쓰고 싶지만, 백의 연결된 폰 체인이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상황에서 흑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답은 g4폰을 주고 만악의 근원인 a6폰을 잡으러 가는 것입니다. g4폰이 없다고 해서 흑이 경기를 망치는 것은 아닙니다. 백의 g폰은 더블폰이고, 만약 g4폰이 잡혀서 파일이 열린다면 룩을 배치해서 손쉽게 잡아내거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흑은 실전에서 쪼잔하게 나이트 f6를 두었고, 백의 나이트가 침투했을 때 대응하지 못하다가, 이해할 수 없는 수를 연달아 두면서 경기를 그르쳤습니다.





6. 땡깡은 거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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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 시실리안 디펜스에 백이 c3로 대처한 뒤의 풍경입니다. 백이 중앙을 완전히 차지하고 있고, 흑은 그것이 못마땅한지 중앙의 통제권을 요구하는 d5를 둡니다. 그러나 흑은 실질적으로 d5를 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흑의 d5는 일종의 '땡강'입니다. '어쨌든 나도 중앙을 가질 거니까 니가 양보 좀 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유는 백이 exd5를 둘 경우 흑이 템포를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흑은 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퀸으로 폰을 잡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백은 나이트 c3로 퀸을 때리면서 전개를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흑이 퀸을 계속 중앙에 내버려둔다면, 백은 퀸을 샌드백처럼 두들기면서 자신의 전개를 더욱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 백은 이 순간에 나이트 c3를 둡니다. 흑의 준비되어 있지 않은 블러핑이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때문에 초급자의 경우 상대가 중앙의 통제권을 요구했을 때, 그 수가 체스의 기본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7. 동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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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체크메이트 위협을 가하자 백이 수비한 상황입니다. 위 상황에서 흑이 두어야 하는 수는 무엇일까요?


답은 a4입니다. 흑의 비숍이 대각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핵심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흑은 상대를 완전히 움켜쥐고 있지만 수비에 가로막혀 당장 체크메이트를 시킬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공격적인 포지션을 유지한 채로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비숍의 퇴로를 미리 만들어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실제 경기에서 흑은 f4를 두었습니다. 눈앞에 체크메이트가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조급한 공격이며, 흑의 이점을 전부 날려버리는 수입니다. 백의 a5로 흑의 비숍은 트랩에 빠졌습니다.





8. 풀 수 없는 핀이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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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상황에서 비숍 g5 같은 수를 두고 싶다면 당신은 심각한 핀 중독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체스에서 핀은 그 어떤 전술적 유형보다도 빈번하게 드러나는 요소입니다. 일단 걸어두면 어찌되었건 이득일 것 같고, 초심자 입장에서는 '기물 교환을 사실상 확정' 시키는 수라는 점에서도 유혹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비숍 g5는 백에게 별다른 이점을 주지 않습니다. 백이 핀을 걸더라도, 흑은 그냥 비숍을 전개하면서 핀을 풀면 됩니다. 백의 수는 흑이 자연스럽게 전개수를 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가 되어버립니다.


핀의 전략적인 효과는 대체로 '그것이 풀 수 없는 핀'일 때 아주 크게 나타납니다. 만약 흑의 비숍이 폰 구조 바깥으로 나가있거나 하는 식으로, 나이트에게 걸린 핀을 풀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면, 그럴 때는 핀을 거는 것이 '어찌되었건 이득'이라고 판단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초급자들은, 만약 자신의 비숍이 나이트에 걸리는 핀을 막아줄 수 없는 위치에 있을 경우, 핀을 예방하는 a3 같은 수를 심각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예방수를 하나 두지 않는 것으로 경기를 완전히 말아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9. 의도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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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황에서 흑이 잘못 대처하면 꽤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집중력을 잃었던 저는 상대의 의도를 고려하지 않았고, 단순히 인상에 따라서, 즉 '백의 비숍과 퀸이 흑의 진영을 공격하고 있으니 빨리 캐슬링을 해서 킹을 안전하게 만들자'라는 생각을 토대로 비숍e7을 두었습니다.


백은 곧바로 e5를 두었습니다. 흑의 나이트를 쫓아내는 수입니다. 나이트가 쫓겨나면 f파일이 열리고, f7지점에서 퀸과 비숍에 의한 체크메이트로 경기에서 곧장 패배하게 됩니다.


15분 경기에서 거의 5분 가까운 시간을 쓰며 고민하다가 d5를 쳤고, 그것으로 경기를 어느 정도는 해볼만하게 만들었지만, 만약 이전에 1분이라도 제대로 생각을 했더라면, 이후의 고통스러운 수순들을 억지로 둘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위 상황에서는 e5전진을 막는 나이트 c6가 올바른 수입니다.





10.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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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자신의 차례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곤 합니다. 상황을 다시 보니, 여기서는 b5 전진과 이후 a6 같은 수로 폰 체인을 연결하고, 이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타당해보입니다. 이러한 계획은 흑으로 경기를 진행하던 당시에도 고려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조급함이 '빠른 승리'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고, 포지션적 이득이 아닌 존재하지 않는 유형의 이득에 대한 추구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저는 형편없는 경기를 이어나가다가 블런더를 두고 패배했습니다.


백은 비숍을 움직이기 전, 이보다 이전 상황에서 a3를 두었습니다. 흑으로 플레이하던 저는 당시에 그것이 '너무 느린 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흑의 나이트 b4에 이은 나이트c2 침투를 원천봉쇄하는 수로, 컴퓨터 입장의 최선 수에는 없지만 인간적으로 흑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만든 수입니다.


위 상황에서 컴퓨터 분석 결과 최선의 수는 f6입니다. 백의 나이트가 전방으로 뛰어들지 못하도록 g5와 e5를 컨트롤하는 수입니다. 이 수는 흑이 진즉에 두었어야 하지만 끝끝내 두지 않은 수입니다. 흑이 당시에 별로라고 생각했던, 즉 '너무 느린 수'라고 생각했던 수와 같은 결의 수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모든 상황에 전술이 난무할 수는 없으므로, 체스를 둘 때는 포지션의 개선을 통한 작은 이점의 누적을 고려해야 합니다. 승리는 그러한 점진적인 이득의 누적에서 비롯된 타당한 결과로서 손에 넣어지는 것이지만, 체스 플레이어들은 때로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그 사실을 잊거나 무시하곤 합니다.





11. 쉽고 좋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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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렌치 디펜스를 상대하던 중에 나온 장면입니다. 백은 h6나이트를 비숍으로 저격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수를 두지 않았습니다. 상대에게 더블폰 약점을 강요할 수 있지만, g파일이 열리는 것이 꺼림칙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비숍b5를 두었는데, 이 수는 오늘 쓴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수입니다. 흑이 핀을 곧바로 풀 수 있고, 만약 백의 비숍과 흑의 비숍이 교환되기라도 한다면, 프렌치 디펜스에서 약점이 되는 흑의 밝은 비숍 문제를 해소시켜주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흑의 나이트a6는 나이트f5로 이동해서 백의 d폰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그런 의도를 고려했다면 백은 적어도 비숍d3라도 두었어야 했습니다. 나이트가 f5로 이동할 경우 저격해서 흑의 폰 구조를 부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흑이 c4로 전진해서 비숍을 때리는 것이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백은 그 수를 두지 않았습니다. 공부가 부족한 까닭입니다.


백은 비숍으로 h6나이트를 잡아야 했습니다. 백의 폰은 어두운 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어두운 비숍은 구조 안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해소하며 동시에 상대의 의도를 부수어내고, 상대에게 약점까지 선사할 수 있었으니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프렌치 디펜스를 상대할 때 g파일이 열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체스를 잘 두고 싶다면, '경험한 적이 없더라도 바른 포지션으로 나아가는 수'를 두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설령 경기에서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서 경험을 쌓는다면, '바른 수'로 이루어진 길을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2. 쉽고 빠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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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나이트b5 나이트d6라는 단순하고 빠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백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퀸d2를 둡니다. f3나이트를 g5에 배치해서 비숍을 공격하겠다는 것이 그 아이디어입니다.


두 가지 계획 사이에 우열이 어쩌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수가 필요한 계획을 버리고 굳이 3수가 필요한 계획을 고를 필요가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체스를 두다보면 '즉각적이고 빠른 위협'의 중요성을 때로 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계획은 상대방의 즉각적인 대처를 강요합니다. 백의 이점은 흑보다 '한 수'를 더 먼저 두었다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계획을 고려할 때는, 수순의 경제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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