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방 소도시에서 7년째 피씨방을 하고 있습니다. 1년간 남 밑에서 일을 배웠고, 창업한지는 6년째네요. 7년간 피씨방을 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을 꼽자면 이제 더이상 생계형 피씨방으론 살아남기 힘들다는 겁니다. 모든 업종이 그러하듯 피씨방 또한 대형화 추세에 이미 들어섰습니다. 요즘 신규 피씨방 기본이 70대 이상입니다. 100대 이상도 이젠 그리 낯설지 않지요. 피씨방 생리상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모양새입니다. 파이는 한정됐는데 누가 더 많이 빼앗느냐가 관건입니다. 새 인테리어에 새 컴퓨터 피씨방에 손님이 몰리는 건 당연합니다. 이렇게 손님을 빼앗긴 기존 피씨방측에선 새로 인테리어를 하던지 아니면 업그레이드를 해야죠. 허나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어느 세월에 투자비용을 뽑을 수 있을런지 회의적이게 됩니다. 따라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뭐, 기존업소가 가격을 낮추는데 신규업소는 큰 지장은 없습니다. 어차피 오래된 피씨방이다 보니 가격으로 후려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대형 신규업소가 가격으로 후려치는게 문제죠. 결국 그 상권은 천원에서 700원, 500원 상권으로 전락하고 마니까요. 그래서 머리를 굴린게 대수를 많이 넣는 것이죠. 박리다매, 적은 마진을 대수로 극복하려 하는 것이죠. 더불어 먹거리 매대를 왠만한 동네 구멍가게보다 더 크게 진열해놓아 먹거리 수익을 기대합니다. 이런 결과추론은 이미 다른 분들도 예견이 가능하겠죠. 저희 지역에 피씨방 4개를 10억원에 판 기업형 피씨방 사장 A씨가 있습니다. 그 A씨는 반경 50m내에 4개의 피씨방을 소유했습니다. 적게는 50대에서 많게는 120대까지, 4개 매장에 300대 남짓의 컴퓨터로 운영을 했습니다. 그 지역 피씨방 상권을 장악한 것이죠. 피씨방 4개를 10억원에 다른 사람에 팔고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마찬가지 방법으로 영업을 하더군요. 50m내에 다시 4개의 피씨방으로 영업중입니다. A씨는 원채 자본금이 많기 때문에 가격 승부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결국 맞은 편 피씨방이 GG를 치자 바로 먹어버렸죠. 전 원래 피씨방을 시내 중심부에서 하다가 경쟁에 밀려 정리하고 말았습니다. 자리를 알아보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500세대 아파트를 낀 변두리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 곳이 상당히 매력적인 이유는 지어진지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광랜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에뎃셀, 케이블 다운로드 대역폭이 빨라야 300KB/s 남짓입니다. 근처에 학교가 있다보니 학교 정화구역에 묶여 피씨방 차리기가 쉽지 않고요. 경쟁업소도 두 개 뿐입니다. 더욱이 변두리이니까 간이과세자에 집세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큰 건물이 더이상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신규업소가 들어올 수가 없지요. 기껏해야 20평이 못되는 곳에 컴퓨터를 넣어봤자 몇 대가 들어가겠습니까. 요컨대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만 고집하여 박터지게 싸우는 것보단 한 발 물러서 노른자위까진 아니더라도 뺏길 염려가 없는 흰자위가 오히려 더 따뜻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