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끼 1만원 시대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도 등장 가성비 좋은 구내식당, 편의점 인기
‘오늘 점심 뭐 먹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매일 하는 행복한 고민이자 최대의 난제(難題)다. 직장인에게 맛있는 점심은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요, 직장 생활의 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덩달아 오른 외식 물가에 점심 메뉴 고르기가 더 어려워졌다. 1만원으로 점심 한끼 먹기 어려워진 직장인들 사이에선 점심을 뜻하는 ‘런치(Lunch)’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냉면 한 그릇 1만원…살벌한 점심값
지난 5월 6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지역 짜장면 1인분 평균 가격은 6146원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3월(5846원)보다 5.1%, 1년 전(5385원)보다는 14.1% 올랐다. 서울 기준으로 짜장면은 최근 1년간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외식 품목으로 꼽혔다. 실제 서울 시내 주요 중식당에서는 7000원 이상의 짜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짜장면에 이어 직장인의 점심 단골 메뉴로 꼽히는 칼국수와 냉면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서울 지역 칼국수는 8269원으로 전년 대비 10.8% 상승했고, 냉면은 1만192원으로 9.5% 올랐다. 서울 지역 칼국수 1인분의 평균 가격은 지난 3월 8115원을 기록하면서 8000원대로 올라섰다. 냉면 가격이 1만원을 돌파한 것은 조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분식 인기 품목인 김밥도 서울 기준 2908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무려 2.7% 상승했다.
식사 메뉴 가격이 이렇게 오르면서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점심값을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의 점심값 부담감 정도와 관련한 생각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직장인 1004명을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점심값 부담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56%가 ‘매우 부담’, 39.5%가 ‘약간 부담’이라고 답해 95.5%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이라 답한 이들은 4.3%, ‘부담되지 않는다’는 0.2%에 불과했다.
근무시간 점심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 ‘음식점에서 사 먹음’이라는 응답이 4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동 구내식당 이용(24.6%)’, ‘도시락을 직접 싸옴(11.5%)’, ‘배달 음식(8.2%)’, ‘편의점 음식(4.9%)’ 순이었다. 재택근무나 회사가 집과 가까워서 ‘직접 요리해 먹는다(3.4%)’는 응답도 있었다.
점심값이 부담된다고 답한 이들 중 식비 절약을 위한 해결 방안이 ‘있다’는 응답자는 45.2%, ‘없다’는 응답은 54.8%였다. 식비 절약 방안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직접 도시락 싸오기(41.1%)’와 ‘저렴한 음식 메뉴를 선택해 지출 줄이기(34.9%)’를 주로 꼽았다. 이어 ‘외부 도시락을 단체 주문해 할인 받기(7.4%)’와 ‘식비 절약을 위해 점심을 거르겠다(6.5%)’는 응답도 있었다.
◇‘갓성비 맛집’에 직장인 몰린다
그렇다고 해결 방안이 마냥 없는 건 아니다.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점심을 거르는 대신 비교적 저렴한 식당을 찾아 점심값 부담을 줄이는 것도 방법. 최근 절반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국공립 도서관 구내식당이나 가성비 좋은 다른 회사 구내식당이 직장인들로 붐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갓성비 식당’이라고 알려진 구내식당들은 점심 시간마다 긴 줄이 늘어선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구내식당 ‘북 레스토랑’이다. 이곳의 점심 가격은 4500원. 식단은 매일 바뀐다. 돈까스, 묵은지김치찜, 통뼈감자탕 등의 메인 메뉴와 국과 밥, 4가지 밑반찬을 먹을 수 있다.
다른 국공립 도서관들도 직장인들의 가성비 맛집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의도 국회도서관 구내식당도 그중 하나다. 국회도서관 구내식당의 중식 가격은 직원 4200원, 일반인 5500원이다. 이곳 역시 매일 메뉴가 바뀌며 메인 메뉴와 함께 밑반찬 3~4가지, 국과 밥을 제공한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황모 씨는 “여의도 밥갓이 원래도 비싼데 최근에는 더 부담스러워졌다”며 “저렴하지만 알찬 점심 한끼를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남산도서관 구내식당은 오므라이스(5500원) 맛집으로 유명하다. 대학생 이모씨는 “남산도서관 구내식당이 갓성비로 유명해 취준생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직장인들에게도 소문이 난 것 같다”며 “최근 점심시간 직장인들도 붐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인 출입을 허용하는 회사 구내식당에는 점심시간 긴 줄이 늘어선다. 6500~7500원 선에 알찬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의 한 기업 구내식당 직원은 “재택근무가 해제되고 근처 식당 밥값이 오르면서 외부인이 40%를 차지하는 등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000 회사 구내식당 외부인 출입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다른 회사 구내식당 출입 여부나 가격, 메뉴를 SNS로 공유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저렴한 한식뷔페도 인기다. 대표적인 곳인 성동구 성수동 ‘서산식당’과 강북구 번동 ‘번동식당’이다. 이 두곳의 가격은 4000원. 김밥천국 참치김밥 한줄 가격과 비슷하다. 인스타그램으로 매일 나오는 메뉴를 알려주는 성수동 ‘밥플러스(7000원)’도 가성비 맛집으로 유명하다. 종로구의 한식뷔페인 ‘굿모닝’은 한 끼에 5000원을 받는다. 10장 단위로 할인된 가격에 식권을 판매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저렴한 편의점 메뉴도 인기
아예 편의점 도시락으로 눈길을 돌리는 직장인들도 있다. 2021년 기준 편의점 도시락의 평균가는 4500원. 저렴하고 간단하지만 알찬 한끼를 먹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에는 높아진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편의점들은 갓성비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손잡고 최근 2000원대 초저가 도시락을 출시했다. 청양어묵 덮밥과 소시지 김치 덮밥 2종으로 가격은 모두 2900원이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길어진 불황에 지난해부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직장인 사이에서도 갓성비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21년 일본 편의점 로손은 쌀밥 위에 검은깨를 뿌리고, 케찹을 더한 비엔나소시지 5개를 도시락을 200엔(약 1900원)에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풍미가 깊고 훈제향이 강한 소시지를 써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벤치마킹해 세븐일레븐이 ‘이딸라 도시락(2200원)’을, GS25도 미니도시락 소시지편(2300원) 등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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