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퇴직연금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A씨의 회사는 확정급여(DB, Defined Benefit)형을 기본으로 택하고, 확정기여(DC, Defined Contribution)형으로 바꾼 것입니다. A씨는 “내가 받을 연금이니 손실을 보더라도 내가 직접 굴려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DB형은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을 하고 이에 따른 성과와 손실을 떠안는 반면, DC형은 가입자가 직접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실적배당 상품으로 운용이 가능합니다. 직원이 200명 남짓한 중소기업인 A씨 회사에서 DC형으로 퇴직연금 운용 방식을 바꾼 사람은 A씨뿐이라고 합니다.
◇2021년 퇴직연금 적립금만 300조원
회사의 퇴직연금 제도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마 DB형이니 DC형이니 하는 연금 운용 방식도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손 놓고 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퇴직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찍고 있을지도 몰라요.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2021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을 발표했는데요, 2021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연 2%로 2018년(1.01%) 이후 최근 3년 새 가장 낮았습니다. 2021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2.5%)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죠.
노후 대비와 재테크에 관심이 커지면서 퇴직연금 적립금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2018년 190조원에서 2019년 221조2000억원 2020년 255조5000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어요.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1년 새 40조원 늘어난 300조원에 육박했지만, 연간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조차 못 따라가는 겁니다.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입자 상당수가 DB형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데 있어요.
◇1%대 처참한 수익률 찍은 내 퇴직연금, 알고 보니?
제도 유형별 비중을 봤더니 DB형이 17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DC형은 77조6000억원, 개인형 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은 46조5000억원이 적립됐죠. 유형별 수익률은 역시 DB형이 1.52%로 가장 낮았습니다. DC형이 2.49%, IRP가 3%였지요.
2021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26.9%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해외 증시의 폭발적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 효과를 DB형은 전혀 누리지 못했어요. 오히려 초(超)저금리 시대에서 이자 수익에만 의존하다 보니 수익률은 바닥을 찍었습니다.
DB형의 2021년 연간 수익률은 전년(1.91%) 대비 0.39%포인트 하락하며 최근 3년간 연간 수익률이 2%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요.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영향으로 예적금과 보험 등 주요 상품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1.35%대 퇴직연금 상품(원리금 보장형)도 생겼습니다.
DB형은 전체 적립금 171조5000억원의 95.2%인 163조3000억원이 원리금 보장형에 집중됐습니다. 원리금 보장형은 일반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예적금이나 보험사 보험상품에 투자하지요. 실제 2022년 유형별 퇴직연금 상품 구성을 보면 원리금 보장형에서 예적금과 보험상품 비중이 86%에 달합니다. 이들 상품 수익률은 1%대였던 전년보다 더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앞서 A씨처럼 눈이 밝은 2030 재테크 족 중에 DC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생기는 겁니다.
◇나에게 맞는 퇴직연금은?
그렇다고 마냥 DC형이 좋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 자신이 어떤 퇴직연금에 들었는지 모르고 회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지요. 세 가지 퇴직연금 방식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어떤 게 나에게 유리할지 살펴봅시다.
DB형은 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고 근로자는 퇴직급여 계산식에 따라 정해진 퇴직금을 받는 방식이에요. 퇴직시 평균임금이 퇴직연금 정산에 반영되므로, 임금인상률이 높은 기업의 직원에게 유리합니다.
근로자 개인이 받는 퇴직금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회사로선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퇴직시 지급액은 퇴직 직전 3개월간 월 평균 임금을 근속연수에 곱한 금액으로 결정합니다.
DC형은 개인이 연금 운용 책임을 집니다. 회사가 매년 총급여의 일정 비율을 직원이 관리하는 계좌에 적립해주면 개인이 직접 금융회사 등을 통해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임금인상률이 너무 낮은 기업의 근로자에게 유리한 편이죠. 투자를 잘 해서 운용수익률이 임금인상률보다 높을 거라고 기대한다면 묻지 말고 DC형으로 갈아탑시다.
DC형은 예금상품이나 주식·채권형 펀드는 물론 상장지수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어요. 때문에 직급과 재직 기간이 같은 동료라도 퇴직할 때 받는 연금 규모가 달라집니다.
IRP는 DB형이나 DC형 퇴직연금과 별도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개인이 직접 가입하는 상품입니다. 자금을 넣어 운용하다가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할 수 있지요. 이직하더라도 IRP 계좌에 퇴직급여를 계속 적립할 수 있어요.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퇴직연금을 매번 정산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예요.
IRP는 퇴직연금 종류 중 비중은 가장 낮지만 성장세는 가파릅니다. 2021년엔 적립금이 전년보다 12조1000억원(35%) 늘었어요. IRP의 꽃은 세제 혜택입니다.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라면 세액공제 한도(700만원)에 대해 최대 16.5% 환급률이 적용돼 115만5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IRP는 중도 해지하면 불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돈을 묶어놓을 수 있는지 잘 고민해봐야 해요.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세액공제 받았던 적립금은 물론 운용 수익에도 기타소득세 16.5%를 물어야 합니다.
연금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9.49%였습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은 2.27%로 3분의 1 토막 수준이었죠.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이 노후 대비에 무심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요즘은 재테크에 눈이 밝은 2030 세대가 오히려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연령대가 어떻든 내가 받을 돈이니 기본은 알고 챙겨야 이득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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