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키위 농사짓는 오종훈씨 ‘보험맨’ 출신, 퇴직 후 골드키위 농장주로 변신 천혜의 환경, 제스프리의 안정적 관리로 수익·만족도↑
키위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과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키위를 뉴질랜드 수입 과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엄연한 키위 생산국. 11월부터 3월은 제주도에서 재배한 골드키위를 맛볼 수 있는 계절이다.
골드키위는 껍질이 털이 없고 매끄러우며 옅은 갈색을 띠는 게 특징. 황금색 과육이 달콤하고 상큼하며 과즙도 풍부해 인기가 많다. 세계적인 키위 브랜드인 제스프리는 2004년부터 서귀포시와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제주도에서 골드키위를 재배하고 있다. 골드키위 본고장인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다. 그래서 1년 내내 키위를 공급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 제주도다. 제스프리는 4월에서 10월까지는 뉴질랜드산 키위를, 11월에서 3월까지는 제주산 키위를 유통한다.
제주도는 온난한 기후와 깨끗한 수질, 물 빠짐이 좋은 화산회 토양으로 이뤄져 뉴질랜드처럼 키위를 재배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제스프리와 재배 계약을 맺은 전국의 키위 농가 수는 233곳, 재배 면적은 175만㎡로 올해 수확량은 2361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귀농을 꿈꾸셨다고요.
“제주시 구좌읍은 당근과 무의 주산지로 유명한 곳이에요. 제주 토박이로,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당근 농사를 짓는 걸 보고 자라서인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메리츠화재 지점장까지 지내며 ‘보험맨’으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그런 생각은 더 커졌고요. 일찌감치 은퇴해 6년 전부터 키위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당근이나 무가 아니라 왜 키위였나요?
“구좌읍에는 당근이나 무 말고도 골드키위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이 있어요. 구좌뿐 아니라 성산, 남원 등 제주 곳곳에 키위 농가가 분포하고 있고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특히 골드키위가 맛이 있어서 다른 작물보다 승부를 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키위 농사가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요.
“6년 전 일반 골드키위로 농사를 1년 정도 지었는데 수익이나 유통 측면에서 혼자 진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비닐하우스 등 시설 투자도 많이 했는데 투자 대비 수익이 낮아서 고민도 많았고요. 돌파구를 찾던 중에 제스프리 키위를 제주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제스프리 썬골드키위 품종을 재배하기로 했습니다.”
-제스프리 썬골드키위를 재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요?
“맛 때문이었습니다. 근처에 제스프리 키위를 재배하는 선배가 있는데 그분이 재배한 키위를 먹어보고 놀랐어요. 제가 원래 알던 키위 맛보다 월등하더라고요. ‘내 입맛에 맛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조건 맛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승부를 걸 수 있겠다 싶었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기존 9900㎡의 농장에 5000㎡ 면적을 더 확장하고 제스프리 골드키위를 심었습니다. 2017년 2월부터 묘목을 심고 3년째가 되는 2019년부터 수확을 시작했어요. 제스프리는 농가에 묘목 식재부터 수확까지 기술 노하우를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교육을 통해 전달합니다. 중요한 단계마다 농가에 직접 나와 상세하게 컨설팅도 하고요. 제스프리가 제공하는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있다 보니 어렵지 않게 효율을 높일 수 있었어요. 저는 책을 보고 정해진 규율대로 따르는 회사 생활에 익숙해서 그런지, 이런 방식이 잘 맞았고요.”
-또 다른 이점이 있다면.
“제스프리는 묘목을 주고 재배 프로그램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농사 교육을 처음부터 해줍니다. 분기별로, 농사철이면 두 달꼴로, 일년에 5번 정도 꾸준히 교육을 하고요. 농사를 처음 짓는 사람도 충분히 교육을 받아 농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제스프리와 일하면 농가들은 제품을 잘 수확해서 제스프리에 보내기만 하면 나머지(유통 과정이나 거래처 찾기, 홍보 등)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요. 표준화된 교육 시스템이 있고 거래하는 용역업체에 주기적으로 사람들을 보내달라고 하고 교육을 통해 일하게 하고 있고요. 키위를 수확해 보내면 제주에 있는 제스프리 팩하우스에서 키위의 선별, 보관, 출고, 정산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해 줍니다.
수익률도 좋습니다. 제스프리는 가격 등락이 없어서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아요. 또 농사를 잘 짓고 제품의 품질이 좋으면 제스프리로부터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을 수도 있어요.”
-제품의 품질은 어떻게 따지나요?
“당도와 크기, 색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당도는 15브릭스(brix·당도 단위) 이상, 한알당 크기는 120g 이상, 과일에 상처가 있거나 특유의 황금색이 나타나지 않으면 값을 쳐주지 않습니다. 제가 10월에 수확한 골드키위는 당도가 16~17 브릭스 정도, 한알당 무게가 130~140g 정도로 품질이 좋았어요.
과육에 상처나 얼룩이 있어도 안 돼요. 수확을 할 때 상처가 나지 않도록 꼭지를 제거하고 다른 키위와 부딪히지 않게 주의합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과육을 만지는 것도 조심해요. 제스프리의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편인데, 그런 만큼 소비자들은 품질 좋은 키위를 맛볼 수 있습니다.”
-어떤 키위가 맛있나요?
“키위는 후숙 과일입니다. 골드키위를 손바닥으로 살짝 감싸 쥐었을 때 말랑하면 먹기 좋게 후숙된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이때 키위를 잘라 보면 노란빛을 띠는 단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달콤한 맛과 풍부한 과즙을 느낄 수 있어요. 과육도 부드러워서 어린이나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요.”
-제주에서 제스프리와 재배 계약을 맺는 농가가 많아졌는데, 직접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 보는 전망은?
“제주도는 여러 조건들이 키위를 키우기에 알맞습니다. 비옥한 토질과 높은 일조량, 깨끗한 물까지 키위 재배에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위라는 작물은 일조량만 풍부해도 생산이 가능해요. 무엇보다 물이 잘 빠지는 토양이 중요한데, 제주도는 화산재로 이뤄진 토양이라 배수가 잘 돼 키위 키우기엔 정말 좋습니다. 품질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과일은 달고 맛있어야 하고 또 적당히 커야 하는데 그런 부분까지 제스프리가 충족시켜주고 있어요. 국내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품종을 농가가 생산하고 있고, 농가들은 철저한 관리를 받아요. 그렇게 생산한 우수한 키위를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요. 그런 면에서 전망이 밝다고 생각해요.”
제스프리가 농가에 제공하는 썬골드키위라는 품종은 과즙이 풍부하고 맛이 뛰어나다. 썬골드키위는 뉴질랜드에서 10년 이상 연구개발한 품종으로 2012년부터 뉴질랜드와 제스프리 키위를 재배하는 각 국가에 공급했고 한국에서는 2015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썬골드키위는 현재 제주와 해남을 포함한 전라남도 지역에 걸쳐 재배 중이고, 제주도에는 222개 농가가, 해남에는 11개 농가가 썬골드키위를 재배하고 있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오종훈씨는 농사 기초부터 묘목 식재,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제스프리의 지원 방식이 잘 맞았고 효율적이라고 했다. /제스프리 제공
-제주라서 농사짓기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요.
“제주는 바람이 많아요. 키위는 잎이 둥글고 큰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바람에 키위 잎이 날려 과실에 생채기가 날 수 있는데,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스프리 키위 농가는 모두 천장 개폐식 비닐하우스 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바람이 강할 때는 키위를 보호하기 위해 천장을 닫습니다.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통풍이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는 천장을 다시 열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제주의 특성상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있지만 제주가 가진 천혜의 환경에서 얻는 농사의 장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키위 농사로 인생2막을 살고 있는 기분은.
“귀농을 하고 키위 농사를 한 지도 6년이 지났어요. 제스프리 골드키위 맛에 놀라 새로운 품종을 식재하며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아요. 맛이 좋아서 주변에서 낙과된 키위라도 보내달라고 할 정도니까요. 덕분에 인생 2막이 달달해졌습니다.
요즘 키위 농사로 자리를 잡은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농장을 물려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농사지으러 오는 분도 있고요.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아들이 둘인데 한 명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물려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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