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아뜰리에 이재연 대표 하버드 보건대학원 졸업 후 창업 “변하는 사회에 함께할 수 있는 브랜드로…”
바디클렌저를 살 때 소비자들은 대체로 향기가 좋고 거품이 많이 나는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씻고 나서 좋은 향이 남아서 좋고, 많은 거품에 불순물이 잘 씻겨나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시중에는 다양한 향이 담긴 제품이 많이 있다. 하지만 대세를 거슬러 향과 거품을 내는 화학 성분을 빼고 제품을 만든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친환경 브랜드 그린 아뜰리에(GREEN ATELIER)를 운영하는 루나써클이다.
그린 아뜰리에는 인공 향을 내기 위한 ‘합성 향료’, 거품을 많이 내기 위한 ‘합성 계면활성제’, 꾸덕한 제형을 위한 ‘점도제’를 넣지 않고 제품을 만든다. 불필요한 성분을 빼다 보니 비건 인증을 받은 친환경 제품이 탄생했다. 친환경 세탁 세제, 섬유 유연제, 바디클렌저, 샴푸 등을 만드는 그린 아뜰리에 이재연 대표에게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건강과 환경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루나써클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연입니다. 그린 아뜰리에는 루나써클의 첫 번째 브랜드예요. ‘자연을 떼어다 만든 나만의 작업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단순히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 내 피부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경 쓰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죠.”
-어떤 제품을 만드나요?
“바디클렌저, 바디로션, 아로마 부스터 등을 만듭니다. 세탁 세제와 섬유 유연제, 바디클렌저와 로션은 비건 인증을 받았습니다. EWG 그린(안전) 등급을 받은 성분으로만 만들었어요. 비건 인증은 한국 비건 인증원에서 ‘동물 유래 원재료를 이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제품 생산 공정에서 교차 오염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입니다. EWG 인증은 비영리단체 EWG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부문 안전성 프로그램이에요. ‘안전’, ‘주의 요망’, ‘위험’으로 나뉜다. 바디클렌저와 로션에 들어가는 전 성분이 ‘안전’하다는 검증을 받았다. 아로마 부스터도 식물성 원료로만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세탁 세제와 섬유유연제(bit.ly/3mbJDkK)를 출시했어요.”
-두 제품 역시 친환경 제품인가요.
“섬유 유연제 97.5%, 세탁세제 99%가 자연 유래 성분입니다. 화장품은 전 성분 공개가 의무지만 세탁 제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린 전 성분을 공개하고 있어요. 유해 성분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있는 거죠. 비소, 벤젠, 테트라클로로에틸렌, 인산염, 파라벤, 형광증백제, 색소, CMIT, MIT, LAS, 메틸파라벤, 트리클로산, 2-페녹시에탄올을 모두 뺐습니다. 물론 EWG 인증도 받았죠.”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하는데.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성분을 모두 빼고 좋은 성분만 넣고 싶어요. 그러나 파라벤, 벤젠 등 성분을 뺐을 때, 세탁 세제로서 기능이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면서 기능을 살리는 개발이 쉽지 않았어요. 개발을 올해 3월에 시작했고 완성하기까지 10개월 정도 걸렸어요.
우선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함께 만들 공장을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 제품 레시피가 까다롭고 기존 제품과 다르게 하려고 하니 공장에서 거부했습니다. 공장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죠. 사장님을 설득하고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해주시는 곳과 함께 시작했죠. 그 이후에도 추가하려는 성분, 빼고 싶은 성분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레시피를 개발하는 과정도 꽤 오래 걸렸습니다. 샘플링과 세정력 테스트를 수십번 거쳐 적합한 레시피를 찾았죠.
특히 그린 아뜰리에 제품은 기본적으로 향이 없습니다. 모든 제품이 그런 건 아니지만 기존 무향 제품에서 나는 무향도 원료의 냄새를 덮기 위한 합성향료의 향이에요. 저희 제품에서는 식물성 원료 자체의 향이 납니다. 그래서 샴푸, 바디 로션, 바디 클렌저 등 모두 기본적으로 향이 없고 아로마 부스터를 섞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향을 만들어서 사용합니다. 그러나 섬유 유연제는 향이 없는 제품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었습니다. 고민과 개발 끝에 향이 없는 것과 알레르기 프리 인증을 받은 천연 로즈버드향을 입힌 두 가지 버전을 내놓았습니다. 세탁 세제는 향이 없는 제품으로 출시했죠.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몰(bit.ly/3mbJDkK)에서도 인기입니다.”
-반응은 어땠나요.
“와디즈 펀딩 플랫폼에서 첫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생소한 제품이다 보니 궁금해하면서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써보신 분들은 친환경 제품인데 세척력이 기존 제품과 같다면서 신기해 하셨어요. 부모님께 선물 드렸는데, 기름때와 찌든 때가 잘 지워진다며 좋아하셨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또 향이 없는 점은 호불호가 나뉘었어요. 아기를 키우시는 분들은 향이 없어서 좋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비건 제품을 만들려면 전문 지식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대학교에서 생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보건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제 건강뿐 아니라 주변 사람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석사학위를 따고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귀국 후에는 전공을 살려 삼성병원과 한국애브비에서 연구원으로서 일했어요. 제품을 만들면서 배운 점도 많지만, 필요한 전문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죠.”
-그러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요?
“연구원으로는 물론 온라인 마케터, 엑셀러레이터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았어요. 그러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가치가 맞는 사람을 만나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업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액셀러레이터로 일할 때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우리의 행복과 건강을 위하는 건 자연을 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조재현 전 그루폰코리아 부사장님과 한정수 서울화장품 대표님도 저와 같은 가치관을 갖고 계셨어요.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2019년 9월 ‘루나써클’을 창업했습니다.”
-처음부터 비건 제품을 생각했나요.
“처음부터 비건을 생각하고 제품을 만든 건 아니에요. 기존 제품들이 대부분 많이 팔기 위해 자극적인 향과 빠른 흡수 등이 특징인 제품을 만듭니다. 또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꾸덕꾸덕한 제형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에 많은 화학 성분을 넣어야 합니다. 저는 이걸 빼고 싶었어요.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합성 향료와 색소를 빼고 기본으로 만들었죠. 꾸덕한 제형을 위한 화학 점도제를 넣지 않고, 합성 계면활성제가 아닌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와 허브 추출물만으로 만들었습니다. 최대한 자연에서 온 성분으로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려고 했더니 비건 인증까지 받을 수 있었어요.”
-창업 후 힘든 점은 없었나요.
“저렴한 합성 성분 대신 특허성분, 식물성 원료, 천연 에센셜 오일 등을 넣다 보니 원가가 턱없이 높았어요. 공장에서도 걱정이 됐는지 연락도 굉장히 많이 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품질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고가의 광고나 중간 유통을 포기하고 고객을 직접 만나기로 했어요. 또 개발 과정이나 가격 책정도 어려웠지만 친환경 제품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을 넘어서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친환경이나 비건 제품이라고 하면 가격은 비싸지만 질이 좋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인식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존재합니다. 그린 아뜰리에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제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바디 제품, 세탁 제품에 이어 펫 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다음 제품 라인은 펫 제품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린 아뜰리에는 일상에서 필요한 제품을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성분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브랜드입니다. 최근 펫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비되고 있는 제품이 많은데, 이걸 저희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요.
“사회를 바꾸는 사람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것들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개선하려고 힘쓰는 이들입니다. 최근 환경문제가 많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런 분들과 함께 더 나은 솔루션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많은 이들이 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또 이들이 만드는 변화의 여정에 동행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고 내년 초에는 클린 뷰티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그린 아뜰리에의 공장 ‘마이크로 뷰티랩’이 설립됩니다. 기획부터 R&D, 생산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시설이에요. 저희 제품뿐 아니라 같은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성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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