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업계에서 화제가 된 지점이 하나 있다. 보험 설계사 한 명이 월 평균 10건 이상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삼성생명 영등포스타지점은 50명 보험 설계사 중 45명이 러시아 · 베트남 · 우크라이나 · 몽골 · 키르기스스탄 · 우즈베키스탄 · 카자흐스탄 등 외국 국적이다. 그런데 보험 계약 실적은 한국인 설계사의 5배를 상회한다.
외국인 설계사 군단 덕에 이 지점은 올해 상반기 6개월 연속 최우수 지점에 선정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전국 500여개 지점 중 외국인 설계사 특화 지점인 영등포스타지점 실적이 돋보인다”고 했다. 삼성생명은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을 약 120만명으로 보고 영등포스타지점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외국인 설계사를 활용해 영업에 나서고 있다. 영등포스타지점 김순남 지점장과 외국인 설계사 4명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 용어가 많을 텐데요.
(김순남) “2018년만해도 외국인 설계사가 지점에 4명뿐이었는데 한국어가 조금 서툴러도 주말에도 나와 영업하고 열의있는 설계사들이 많아 점차 외국인 채용을 늘렸어요. 무엇보다 외국인 보험시장은 블루오션이지요. 보험에 가입된 경우가 적고, 한 명이 가입하면 다른 가족들까지도 줄줄이 가입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차타티아나, 러시아) “지점에서 상품 교육을 받고 나면 밤새 그 내용을 러시아어나 영어로 번역해요. 외국인 고객에게 보장 내역을 정확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면 한국인 고객에 비해 시간과 정성이 더 많이 듭니다.”
러시아에서 사범대를 졸업하고 한국에 온 비테코안나(우측)는 1년 반 전 보험설계사로 업을 바꿨다. /삼성생명 제공
-영업은 어떻게 하나요?
(비텐코안나, 러시아) “공장, 식당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고객들이 많아요. 몸이 아프지만 병원비가 부담돼 제때 치료 받지 못하기도 하죠. 주로 가족들을 위해 건강보험 등에 가입해야 한다고 권하는 편이에요. 얼마 전 자발성 기흉으로 수술 마친 고객이 전에 가입한 보험 덕분에 치료를 무사히 마쳤다고 보낸 감사 문자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답니다.”
(김) “지점장으로 오기 전에 저도 설계사로 일했으니 한국식 보험 영업 노하우를 많이 알려줬어요. 택배가 잘 되어있으니 고객에게 택배로 작은 선물을 보내는 방법도 알려줬고요. 외국인 설계사들은 페이스북 메시지 통해서도 영업을 하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고 대꾸도 안 하는데, 아직까지 외국인 고객들은 인터넷을 통한 영업이 효과가 있는 편이에요. 또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결혼 이주한 고객들이 많아 소개로 보험에 가입하기도 하고요. 러시아 고객들을 만나러 점심 때 공장을 찾아 판촉활동을 하거나 주말에도 상담을 하기도 해요. 외국인 고객이 밀집된 안산을 찾아가가거나 러시아 타운을 찾기도 하죠.”
(자야, 몽골) “여느 설계사들처럼 고객에게 자주 연락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몽골 음식 재료나 그릇 같은 것들을 개인적으로 구입해 보내드리기도 합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외국인 설계사들은 안정적인 직장에 있다가 업을 바꾼 경우도 많다. 몽골 출신 자야 설계사는 신문사에서 일했었고, 러시아에서 온 비테코안나 설계사는 러시아어 교사로 일했었다. 앞서 차타티아나 설계사는 우즈벡키스탄 한국대사관에서 일하다가 한국에서는 정치외교한 석사까지 마쳤다. 실적에 따라 돈을 더 벌 수 있는 보험 영업 특성상 소득 때문에 설계사에 처음 도전하는 외국인들이 많다고 한다.
(자야) “저는 몽골에서 방송국 PD로 일했고 한국에서는 몽골어 신문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어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실업급여를 받던 중에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어 도전했습니다. 일한 만큼 벌 수 있고, 고객이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도울 수 있어서 좋아요.”
(비테코안나) “제가 사범대를 나와서 동료 교사들이 많아요. 외국인 교사 월급이 보통 200만~300만원인데 그분들께 제 월급을 보여주면 다들 이쪽으로 오려 합니다(웃음). 벌써 4명이 교사를 하다가 보험 설계사로 직업을 바꿨어요.”
처음에는 지인 소개로 보험 영업에 입문하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도 잘 해야하고 상품 내용을 숙지한 뒤 판매자격증까지 따야한다. 한국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 약관을 모국어로 풀어 고객에게 설명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할 때 통역까지 도맡아 한다.
(차타티아나)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고객이 제게 도움을 청했어요. 제가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까지 할 줄 아니까 고객을 직접 차에 태워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도록 도왔습니다. 고객이 보험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살도록 도우면서도, 한국에서 잘 정착하도록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아플 때 병원에 같이 가기도 하니까 외국인 설계사에게 통역 업무는 기본이죠.”
(김안나, 우크라이나)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근무 환경도 열악하고 한국어도 서툴어서 위기의 순간에 보험과 설계사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렇게 또 도움을 드리고 신뢰를 쌓으면 친척이나 친구를 소개해주니 저희 성과도 좋아지죠. 한국어를 어느정도 할 줄 알면 공장에서 일하기보다는 설계사로 활동하라고 권유합니다. 물론 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 일이 많지만요. 기회가 되면 외국인 설계사에게 보험 상품을 교육하는 일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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