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생선 장수 경험으로 자취생, 초보 주부 감동시킨 사연
생선구이 간편식 매일생선
연기·냄새·기름 걱정 없어
두 아이 키우고 57살에 창업
이완순 매일생선 대표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면 인천 부평 거리로 나와 장사를 했어요. 종일 생선을 팔고 집에 들어가 저녁밥을 지었죠. 그렇게 20년을 일해 자식 두 명을 취업까지 시켰어요. 이제는 젊은 주부들이 조금 더 편하게 밥을 해 먹을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이완순(60) 매일생선 대표는 시니어 창업가다. 매일생선은 고등어·갈치·굴비 등을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바로 먹을 수 있는 생선구이 간편식을 만드는 회사다. 2018년 8월 창업 당시 이 대표의 나이는 57살이었다. 창업 전에는 남편과 함께 거리에서 생선을 손질해 팔았다. 부부의 생선 장수 경력은 도합 50년.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창업에 뛰어든 이 대표의 사연을 들어봤다.
◇생선구이 기피하는 손님 보고 아이디어 떠올려
-남편의 생선 장사를 도우면서 두 자녀를 키웠다고.
“30대 중반부터 노점에서 생선을 팔았다.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았는데,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남편을 돕기 시작했다. 인천 부평 일대를 돌아다니며 생선을 팔았다. 그렇게 20년을 살았다. 남편은 지금도 차를 타고 행상을 한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2017년쯤이었다. 작은 애까지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자식 뒷바라지를 끝내고 3년을 집에서 쉬었다. 이제 100세 시대가 아닌가.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일을 손에서 놓기엔 노후가 걱정이었다. 20년 동안 생선 만지는 일을 해왔으니 그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해보고 싶었다. 거리에서 생선 장사를 할 때 생선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분들이 있었다.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 손님들이 ‘손질하기가 귀찮고, 집에서 요리하기도 불편하다’고 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창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인천 남동구청 평생학습관을 찾아가 창업 수업을 들었다.”
-남들이 은퇴하는 나이에 창업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혼자서 모든 일을 계획했으면 창업이 쉽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받은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용기를 얻었다. 정부에서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청했다. 55세 이상 경력단절 여성, 결혼이주여성과 함께 생선구이 간편식을 만들고 싶었다. 아직 일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느라 경제활동을 못 하는 분이 많다. 그런 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적 가치를 제공해보자는 취지로 지원했다. 운 좋게 지원 대상 기업으로 뽑혀 정부에서 2500만원을 지원받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창업할 수 있었다. 현재 직원은 5명인데, 모두 경력단절 여성이거나 결혼이주여성이다. 사회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해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판매하나.
“생선 종류로는 고등어·갈치·임연수어·가자미·굴비·메로 등이 있다. 다듬은 생선을 저염 소금을 넣은 매실액에 하루 동안 숙성한다.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다. 숙성이 끝나면 세라믹 숯불에 구워 진공 포장한다. 세라믹 숯불은 일반 숯과 다르게 재가 날리지 않고 연기도 안 난다. 하지만 숯불 향은 그대로다. 이 과정을 거쳐 간편식이 탄생한다. 전자레인지에 2분 돌리거나 프라이팬에 약한 불로 데워 먹으면 된다. 에어프라이어를 써도 괜찮다.”
◇재료 선정, 손질부터 굽기까지 모두 손으로
-주요 소비층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혼자 사는 자취생이나 어린아이를 키우는 초보 주부가 많이 산다. 집에서 직접 생선을 구워 먹으면 냄새도 나고, 연기 때문에 골치다. 또 기름이 튀어 뒤처리도 힘들다. 생선구이를 먹고 싶어도 피하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한 번 생선구이 간편식을 먹어 본 분들은 꾸준히 주문한다.”
-대기업에서도 생선구이 간편식을 만든다. 매일생선만의 개성이나 경쟁력이 있다면.
“제품을 손으로 만드느냐, 기계로 만드느냐의 차이가 있다. 대기업에서는 식자재 세척부터 조리, 포장까지 기계로 한다. 우리는 생선 손질부터 굽기, 포장 모두 수작업으로 한다. 직원이 입사하면 직접 교육을 한다. 아이를 키운 주부들이라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든다. 사람의 손이 아무래도 기계보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다고 본다. 오래 생선 장사를 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제조 공정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긴 갈치는 삼등분해 판매한다. 보기에도 좋고, 혼자 먹기에 크기도 적당하다. 만져보지 않고 눈으로만 봐도 생선이 신선하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다.”
-어떤 생선이 가장 인기인가.
“고등어구이가 제일 잘 팔린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2020년 매출은 2억2000만원이다. 고등어는 원래 국산을 썼는데, 많은 고객이 국산보다 노르웨이산을 더 선호해 바꿨다. 국산보다 노르웨이산 생선의 육질이 더 부드럽고 맛도 좋다. 생선구이 가격대는 3000원부터 10000원 사이다.”
인천에서 생선구이 포장·배달도 한다.
출처매일생선 제공
◇경력단절 여성 위해 일자리 꾸준히 늘릴 것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지방에서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위해 생선을 사서 보내는 어머니가 있었다. 아들이 정말 맛있게 먹는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 또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님께 생선구이 간편식을 정기적으로 보내는 분도 있다. 주변 어르신들과 함께 먹는다더라. 그런 사연을 들으면 내 가족의 이야기인 것처럼 뿌듯하다.”
-은퇴 이후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많다. 이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나 역시 창업하기 전까지 3년을 고민했다. 은퇴하기 전 했던 일이 뭔지 잘 생각해보면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창업 경험이 없어도 괜찮다. 구청이나 시청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창업 욕구가 생겼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계획은.
“앞으로도 경력단절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지금은 구이만 팔지만, 조림 간편식도 만들 계획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2021년 목표 매출은 3억5000만원이다. 푸드뱅크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생선구이 간편식을 기부하고 있다. 회사가 더 잘 되어서 이런 나눔이 이어질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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