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많이보고 많이 그리고 많이 생각하는게 좋지만 그래도 시간과 정신적 여력은 한정적이니 만화가로서 봐두면 좋을 작품들 몇개 추천해봄. (드볼부터 원나블 그리고 귀칼 같은 전형적인 점프 메가히트작은 제외했음.)

1. 슬램덩크(드볼과 유유백서 동시기 작품이지만 이건 논외, 초중반은 올드하고 구리지만 산왕전 즈음부터 시작되는 작화 기반의 연출들은 만화 사상 최고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봄. )


2. 헌터x헌터(그냥 콘티의 신. 토가시가 그리는 건 일단 재미있다. 솔직히 초반은 연재시기가 있으니 유치한데 그리드 아일랜드~앤트 편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만화라는 매체를 제일 잘 활용하는 인간이 아닐까. 주술회전이니 뭐니 카피캣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가 있음. )

3. 베르세르크(솔직히 엄청난 밀도로 그림을 그려냈지만 화력으로 알아주는 다른 만화가들에 비해 드로잉 실력이 탁월한건 아님. 하지만 인간이 만화에 얼마나 헌신할수 있는가, 작업에 얼마나 집착할 수있는가 그 집념을 엿볼수 있음. 베르세르크의 정수는 사실 그림이 아니라 그 세계관의 분위기를 조형해내는 작가의 감각임.)

4. 핑퐁(타이요의 작품은 홍대병 있는 놈이 보면 큰일나는데 그래도 형식을 탈피하는 연출들을 보면 시야가 확실히 넓어짐. 하지만 전복을 위한 전복은 병신짓이니 하지말자. )

5. 요츠바랑(주인공과 인물이 단순하니까 우습게 보기 쉬운데 만화의 본질인 컷간의 공백을 잘 다룬 작품임. 배경도 잘 보면 공간감도 좋고. 편하게 보면서 공부하기엔 괜찮은 작품. )

6. 스바루(뭐 이제와선 소방대부터 카패타까지 너무 자기답습같은 느낌이 있긴한데 파워풀하고 강렬한 연출이 뭔지 보고 싶으면 이만한개 또 없다.)

7.아키라(키시모토 마사시를 비롯해서 수많은 일본의 만화가들이 왜 이 만화를 성전 모시듯 추앙하는지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주류로 삼는 극화체의 기원이 이 만화. 대단하다는건 너무나도 확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인데 재미는 없어. )

8. 의룡(일단 내가 알고 있는 만화 중 가장 드라마로서 완성되어 있는 작품. 몇가지 구멍도 있으나 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인물들, 그리고 만화임을 잊지 않는 묘사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공부 할 때 참고하기 좋은 작품.  )

9. 꼭두각시 서커스(스토리의 호흡에 비해 작품의 연재가 길어져 십년도 우습게 흘러버리는 만화 특성상 삼천포로 빠지기 쉬운데 이건 설계되어 있던 스토리를 끝까지 잘 끌고가서 마무리 지었음. 이 분량 이 호흡의 작품을 이렇게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간다는건 어떤 의미에선 초인임. 낡고 구리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있음. )

10. 에어기어(중구난방으로 튀는 스토리와 맥락없는 전개. 천상천하는 좀 나았는데... 왜 작화로만 만화를 만들면 안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만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렌디하고 예쁜 작화로 팔아먹을수 있다는 증명 그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