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지금까지의 1만 5백 2십 6년 동안의 죽음과 공허함 뿐이었지만,
그녀와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누군가를 죽이지 않아도 되었고, 공허하지도 않았다.
비록 내가 갑옷속 먼지 덩어리에 불과했음에도, 수많은 생명을 쓰러뜨린 더러운 손을 가지고 있었어도, 
그녀는 나의 손을 잡고 상냥하게 웃어 주었다.
그녀와 함께한 50번의 봄은 나의 끝없이 공허한 죽음의 삶 속 유일하게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하지만...이제 그녀는 없다. 그녀는 불멸의 나와 다른 필멸의 존재...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은 전부 끝나 버렸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내 손을 잡고 웃어 주었다.
나는 왜 불멸자인 것일까, 왜 그녀와 함께할수 없는 것일까,
차라리 1만년전 그때 죽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아니다, 방법이 하나 있었다. 갑옷과 내 몸의 유착을 풀어버리면 내 몸은 그 즉시 먼지로 변해버린다.
1만년전. 사서장 아흐리만께서 직접 말씀하셨었지...
당장 유착을 풀어버렸다. 몸이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느껴지며 정신도 점점 희미해져 간다.
....네가 있는 곳으로...금방....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