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기사입력 2007-11-29 04:01 |최종수정2007-11-29 09:33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지난 3일 캘리포니아주 빅토빌에서‘로봇자동차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경진대회 참가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 18가지 미션과 약 96㎞를 6시간 이내에 완주해야 한다. /DARPA 제공

‘無人 자동차’ 어디까지 왔나

2007년 11월 26일 시속 100㎞로 대전까지 달렸다

핸들엔 손도 안댄채… 차가 알아서 운전

테러지역에서 물자 수송 쓰이면 인명피해 없어

美에서 군수용으로 개발 한창

우리는 승용차에 주력… 톨게이트 결제 문제 남아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 빅토빌(Victorville)에서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대회에 참가한 자동차에는 하나같이 운전자가 없었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무인(無人) 로봇 자동차이기 때문. 국내에서도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놓아도 알아서 운전해주는 무인 자동차가 개발되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처럼 목적지만 말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데려다 주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서도 무인 자동차 개발 본격화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로봇자동차대회에는 미리 팀당 100만달러(약 9억1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89개의 연구팀과 자체 연구비로 참여한 78개 팀이 참여했다. 대회 기준은 무인 로봇자동차로 60마일(약 96㎞)을 6시간 이내로 완주하는 것이다.

국방연구소에서 무인 자동차 개발에 열중하는 이유는 대(對)테러전에서 무인 자동차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라크 항구 바스라에서 하역된 물자를 바그다드까지 무인 자동차가 수송한다면 인명피해가 없어진다. 미국 국방부는 2015년까지 군수용 자동차의 3분의 1을 무인 자동차로 대체하는 법안을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무인 자동차가 개발되고 있다. 지난 26일 고려대 산업시스템정보공학과 한민홍(65) 교수는 자체 개발한 자동차 콤비(COMVEH·COMputerized VEHicle)를 타고 대전에 다녀 왔다. 시속 100㎞로 달리면서 한 교수는 핸들을 놓은 채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콜라를 마시기도 한다.

앞차와의 간격이 15m 이내로 좁혀지면 콤비는 알아서 속도를 줄인다. 길을 찾는 방법은 GPS 정보를 받아 사용한다. 미국에서처럼 자동차 혼자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도움 없이 운전한다는 의미에서 무인 로봇자동차라고 볼 수 있다.

한 교수는 “카메라로 촬영한 차선 정보를 컴퓨터에 전달해 자동차를 제어한다”며 “레이저를 전후좌우로 발사해 물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톨게이트를 통과한 뒤부터는 핸들을 놓고 무인 자동차 모드로 달린다. 한 교수는 “콤비의 운전 실력은 초보 운전자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군수용 무인 자동차 기술 발전 빨라

무인 자동차는 DARPA의 경진대회처럼 군사물자 수송용과 한 교수가 연구하는 승용차 연구로 나눠진다. 군사물자 수송은 속도는 느리되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DARPA의 경진대회에서도 앞차를 추월하거나 교차로의 신호 준수와 주차를 포함한 18개의 미션을 제시했다.

대회를 참관했던 한 교수는 “대회 시작 전에는 미션의 난이도가 높아 성공할 로봇자동차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모두 6개 팀이 성공했다”며 “그 중 5개 팀은 미국 벤처기업 벨로다인(Velodyne)사의 360도 레이저 스캐너 장비를 장착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군수용 무인 자동차의 기술적 진보가 1~2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에 도달할 만큼 빠르다고 분석했다. 반면 승용차는 복잡한 도심 주행과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자동 결제 문제가 남아 있어서 고속도로 진입 후에 무인 자동차 모드가 시작되는 것으로 상용화의 목표로 잡고 있다.

기존 승용차에도 전자장치 장착 경쟁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도 점점 로봇화되고 있다. 혼자 운전하는 단계는 아니더라도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차체를 움직이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내장 컴퓨터. 최근 컴퓨터의 핵심인 CPU(중앙처리연산장치)의 개수가 크게 늘고 있다. 벤츠의 최고 사양에는 140개의 CPU가 장착되며 현대차의 신차 제네시스에도 70개의 CPU가 들어간다. 문제는 각각의 CPU들이 서로 내가 먼저라고 정보를 동시에 내면 전자회로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꺾으면 브레이크의 정보와 핸들의 정보가 순차적으로 처리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전자회로에 오작동이 발생,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선우명호(54) 교수는 “전자회로에서는 CPU의 전류가 다니는 길을 버스라 하는데 CPU가 동시에 작동을 해 전류를 흘리면 오작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CPU의 우선순위를 두고 관리한다”며 “고속도로 하나 더 짓듯이 버스를 전자회로에 추가로 넣으면 좋지만 단가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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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산업청에서 주최한 로봇 무인자동차 경진대회. /자료 제공 미국 방위산업기술청(DARPA)= 조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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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한민홍 교수가 개발한 무인 자동차의 시연 모습. /한민홍 교수 제공= 조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