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기대를 했다. 화양연화부터 Love yourself까지, 소년의 성장기를 그려온 방탄은 과연 그 끝을 어떻게 맺을까? \'나를 사랑하자\'라는 깨달음을 얻은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런 의미에만 치중을 두고 들어서 그랬을까, 처음에는 \'엥? 너무 신나기만 하는데?\'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DNA를 제외하면 I need you, 봄날, Fake Love 등등 이전까지 성장을 그려온 노래들은 모두 그 고통을 진지하게 담아내고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가사를 찾아보고, 몇 번 더 노래를 곱씹어보면서, 어느정도 결론을 내렸다. \'아, 이게 방탄이 내놓은 답이구나.\' 유년기 소년/소녀의 성장은 불가피하게 고통을 수반한다. 그것이 자의적인 자괴감이든, 외부의 고난으로 인한 것이든. 그렇기에 그를 표현하는 이전까지의 노래들은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티브가 된 작품들이 \'데미안\',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인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그러한 고통을 통해 깨달은 답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즐기며 사는 것.\' 그것이 방탄이 내놓은, 모든 고통과 성장이 결론인 \'Love yourself\'가 뜻하는 바가 아닐까.

이 생각은 수록곡인 \'I\'m fine\'을 들으며 확고해졌다. 몇 년 전,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며 주저앉던 소년들이, 이제는 괜찮다며 일어나 자신의 힘으로 나아가며, \'나만이 나의 구원이며, 내 하루는 생각보다 맑다\'라고 하고 있다. Save Me의 뮤직비디오에서 배경이 흐린 하늘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보인다. \'싱클레어는 더 이상 데미안을 붙잡지 않고 떠나보냈다\'.

성장은 결코 무섭고 두려운것만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의 고통은 분명 아프지만, 그 너머의 결론에 닿으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고, 그 세상은 즐겁다. 이번 노래 \'IDOL\'처럼.

멜론 댓글에도 올린 글인데, 이번 앨범 듣고 느낀 바가 많아서 한 번 써봤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이정도의 연결성과 퀄리티로 풀어낼 수 있는 건 방탄뿐이지 않을까... 리스펙입니다. 좋은 노래, 오랫동안 차트 1등 유지할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