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메라이의 청중을 따라가다보니 준영이가 그렇게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로 친다라고 했던 트로이메라이를 왜 끝까지 끌고 갔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 극중에서 트로이메라이의 의미가 준영이의 위로라면, 극이 끝에 다다를 수록 준영이가 피아니스트로서 줄 수 있는 위로의 범위가 확장 되는 것이 보여.

음악은 듣는 사람들의 것

첫 번째 청중인 정경이. 처음에는 정경이만 트로이메라이를 들었기 때문에, 트로이메라이는 정경이를 위한 위로였어. 다음 청중은 리허설룸에서 우연히 트로이메라이를 듣게 된 송아. 그리고 준영이는 리허설룸에서 정경이와 송아를 위해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하게 되고, 그 곡은 여전히 정경이를 위로하는 곡이였지만, 새롭게 송아의 마음을 건드는 곡이 되지. 회차가 진행될 수록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의 청중들이 점점 확장이 되어가는 것이 보여. 토크 콘서트때 송아의 추천으로 트로이메라이의 청중들이 확장될 뻔 하지만, 정경이와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끊기 위해 준영이는 트로이메라이를 치지 않지.

다음 청중은 준영이 자신. 자신이 마지막으로 치는 트로이메라이를 들으면서, 15년간 짓눌렸던 마음을, 이 곡을 치며 흘려보내고 위로받았던 순간을, 그 자신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그 곡과 자신의 아팠던 기억들을 떠나보내. 준영이의 의도대로라면 자신이 마지막 청중여야만 하지만 준영이의 의도와는 다르게 유교수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 곡은 유튜브에 올라가고 트로이메라이의 청중은 오히려 확장되었어. 그리고 유튜브에서 트로이메라이를 들은 사람들은 아름답고 눈물이 나는 연주라고 이야기를 해.

준영이가 의도하지 않았고, 비록 그 곡으로 인해 준영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지만,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는 정경이의 씨디를 뚫고 나와 한 사람만 위로해주는 곡에서 듣는 이들 모두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곡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어.

준영이는 트로이메라이를 통해 정경이에게만 위로를 줄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월광으로 헌정으로 송아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또 듣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헌정도 준영이가 송아를 위해 준비한 곡이지만 듣는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연주가 된 것 처럼 트로이메라이도 처음에는 정경이만을 위로하는 곡이었지만 사실 준영이는 자신을 포함한 자신의 연주를 듣는 이들 모두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트로이메라이와 등장인물들을 대입해서 보면 정경이와 유교수의 닮은 점이 보여. 정경이는 (준영이가 피아노를 치며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를 통해 자신만 위로를 받으려고 했고, 유교수는 준영이의 트로이메라이를 훔쳐가며 자신의 자격지심을 위로받으려고 했어. 준영이는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연주를 했는데 한 명은 그 위로를 독차지 하려했고, 한 명은 도용하려 했어.

하지만 트로이메라이를 이용한 이들에게 상처받은 송아는, 트로이메라이라는 곡이 가진 왜곡된 의미보다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했던 피아니스트 박준영의 마음에 초점을 두면서, 오히려 준영이에게 마음을 따라가는 연주를 하면서 행복해지라는 답을 던져주었어.

송아는 자신에게 위로를 주는 준영이를 자신에게 가두어 두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이 준영이의 위로를 들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사람이었어. 왜냐하면 송아는 준영이가 연주한 트로이메라이에서, 콩쿨에서 우승할 수 있는 재능이 아닌, 듣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재능을 알아 챈 사람이니까.

그래서 트로이메라이는 준영이의 위로 그 자체이자 듣는 이들에게 마음을 건넬 수 있는 피아니스트 박준영의 재능을 보여주는 곡이기에 첫 화부터 16화까지도 계속 언급이 될 수 밖에 없었구나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