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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편에서 이어집니다. ] : 이전 편

"저기······ 글렌 군, 정말 괜찮아?"

"뭐가?"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가 조심스럽게 묻자, 옆에 있던 청년이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온몸에 주술적인 의미의 붉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으나, 그 화사한 외모와 분위기가 왠지 신비로움을 한 층 더해주는 소녀였다.

뿐만 아니라, 햇빛을 받아 사방을 무지개빛으로 물들이는 새하얀 백발은 지나가는 사람조차 한 번씩 쳐다볼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을 나란히 걷는 건 어딘가 의욕이 전무한 검은 머리 청년, 글렌이었다.

전에 제국 궁정 마도사단 특무분실에서 동료로서 함께 수많은 임무들을 헤쳐왔던 이들은 현재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이었다.

물론 신혼이니만큼 한창 풋풋할 때이기도 해서 마침 형편에 여유가 생긴 김에 지금은 신혼 여행을 온 참이었다.

"여행지 예약은 걱정 붙들어메라고 해서 글렌 군한테 믿고 맡기긴 했지만······ 아무래도 여긴 너무 비싼 것 같은데."

값비싼 가격이 걱정됐는지 그 소녀, 세라는 살짝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하긴 그런 그녀의 걱정도 무리는 아니리라.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이 장소는 화산 활동으로 활발한 근처 분지의 지열을 이용하여 운영되고 있는 야외 온천 겸 고급 호텔이었다.

서민들은 가격을 보는 것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만큼 최고급 가구가 즐비한 5성급 호텔.

그 내부를 근사하게 치장된 샹들리에가 더없이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당연히 예약제로만 고객을 받는 만큼, 주 고객층은 부유한 귀족의 자재나 특권층들이었다.

따라서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싼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걱정 말래두. 평생 한 번 밖에 못 오는 신혼 여행이잖아? 돈 걱정은 안 해도 돼. 여행지에서만큼은 전부 다 잊고 즐겨보자고."

"으, 으음······ 그럴까."

글렌은 피식 웃었지만, 세라는 왠지 납득하지 못한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우물거리기만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네 요리는 진짜 맛있으니까. 그, 뭐냐······ 왠만한 곳으로는 성이 안 찬다고나 할까······."

글렌은 토라진 듯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자세히 보니 뺨도 살짝 붉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잠시 멍했던 세라도 그 광경을 보고 살짝 뺨을 붉히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우후후, 뭐야~? 그런 거였구나?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이 누나는 꽤 기쁠지도~?"

"시, 시끄러! 됐으니까 얼른 가기나 하자고! 나 참······."

민망함과 쑥스러움을 숨기려는 건지 글렌은 왠지 뜸해진 발걸음을 재촉했다.

뭐, 그래봤자 주변에서 볼 때는 이미 영락없는 커플, 그 자체였지만······.

로비의 카운터석에서 안내를 받고 호텔 체크인 절차를 모두 마친 글렌과 세라는 5층에 위치한 객실 문을 열었다.

""우와······.""

그러자 눈앞에 펼쳐진 환상에 두 사람은 그저 동시에 입을 벌리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얼핏 보기에도 장인의 손길이 세세하게 느껴지는 가구들이 깔끔하게 비치된 객실 안.

벽 한쪽의 구석자리에는 네 명이 들어가도 손색 없는 최대 크기의 침대가 큼지막하게 놓여 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수납 공간은 짐이 아무리 많이 들어간다고 한들 끄덕없으리라.

그런 호화로운 내부를 한껏 세련된 느낌을 주는 벽지와 융단이 장식하고 있었다.

"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 그러게······."

두 사람은 잔뜩 압도된 채 한동안 방 안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게다가 가구들도 하나같이 엄선된 것들 뿐······ 과연, 귀족들만 찾는 이유와 명성은 폼이 아니라는 건가······."

"······저기, 글렌 군?"

"응?"

왠지 평소보다 묘할 정도로 차분한 글렌이 고개를 홱 돌렸다.

"왠지 다리, 엄청나게 떨고 있지 않아?"

미묘한 표정의 세라가 시선을 밑으로 내린 곳에는 그의 다리가 당장에라도 균형을 잃고 쓰러질 것처럼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따, 딱히?!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해두는 건데! 내가 맨날 가난에 쪼들리고 사는 소시민이라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거든?!"

묻지도 않은 말을 장황하게 쏟아낸 글렌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휘파람을 불어댔다.

이쯤 오면 오히려 보는 사람이 딱해질 지경이었다.

늘 솔직하지 못한 모습에 세라는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

"그, 그건 그렇고! 일단 밥이나 먹자고. 여기까지 오느라 꽤 지쳤잖아? 슬슬 저녁 때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지 글렌은 자연스레 시선 처리를 하더니 화제를 딴데로 전환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밖은 해가 저물려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고객들 중 부유층이 대부분이다 보니 예약을 잡는 과정에서 소지품 검사를 까다롭게 한 탓이 컸다.

"아하하, 그럴까? 응, 가자. 글렌 군♪"

세라도 마치 강아지처럼 활짝 웃으며 그런 글렌의 손을 잡아끌었다.

"야야, 잠깐! 좀 떨어지라고! 아무리 그래도 여긴······!"

"에헤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붙어있겠어? 좀만 더 이대로 있자, 글렌 군. 응? 제~발."

얼굴이 새빨개진 글렌이 떨어지려고 필사적으로 악을 쓰자 세라는 최대한 애원하는 듯한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윽."

그러자 그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고민하는가 싶더니ㅡ.

"에휴······ 하는 수 없지······ 이번만이다."

결국 마지못해 한숨을 내쉬면서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에 세라는 뺨을 붉히고 다시 한 번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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