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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아이젠슈타인 호의 탈출 17장 - [Epilogue]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6 17: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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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인장관이 말하다]

[다가오는 폭풍]



침묵의 자매들이 그를 찾아왔을 때, 가로는 검을 뽑아 놓고 황동 성상을 양손으로 쥔 채, 명상실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는 여러 번 암송한 끝에 이제는 아예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버린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의 복음들을 입으로 읊조리고 있었고, 침묵의 자매들은 가로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는 서로 기묘한 시선을 교환하였다. 그녀들은 사무적인 손짓으로 가로를 불러내었고, 가로는 그녀들이 시키는 대로 하였다. 그의 근무복 로브는 그의 몸을 단단히 여미고 있었고, 거칠게 짜인 직물들이 그의 피부에 닿는 감촉은 여전히 그가 입은 부상의 흉터와 진공에 찬 상처들이 쓸려서 아프게 만들었다. 가로는 자신의 파워 아머를 명상실 안에 놔두고 왔지만, 검만큼은 함께 들고 나왔다. 리베르타스는 위기의 바다에서의 결투 이후로 단 한 번도 그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자매들은 그를 솜누스 요새의 높은 탑을 따라 데리고 올라가, 그 꼭대기에 있는 유리 첨탑까지 이끌었다. 첨탑의 문은 그가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는 활짝 열려 있었지만, 그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매들은 그의 등 뒤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가로는 그곳에 있던 다른 아스타르테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친족을 마지막으로 본 지도 벌써 몇 주는 지난 것만 같았다.


그 아스타르테스가 가까이 다가왔다. 꼭대기 방은 삼각형의 유리창과 두껍고 검은 금속 코일들로 이루어진 원뿔 형태였고, 그 건물은 반사된 지구의 빛으로 모서리가 뾰족한 기묘한 그림자들을 드리우고 있었다. "나타니엘. 아아, 이 친구야. 우리는 최악의 경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네."


가로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였다. "이악톤. 테라의 은총으로 아직 살아 있었다오."


루나 울프 군단원, 크루제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 말대로로군." 가로와는 달리 크루제는 자신의 파워 아머를 입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옛 군단의 상징색들을 자랑스레 내보이고 있었다.


그늘의 가장자리에는 다른 인물들 역시 서있었고, 가로는 그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망각의 기사, 켄델이 등 뒤로 그녀의 수련생 소녀를 데리고 앞으로 나아왔다. "아멘데라 자매." 가로는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어째서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낸 거요?" 가로는 자신의 목소리에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감추려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다. "이번에는 또 무슨 심문에 대답해야 하겠소?"


가로는 수련생 소녀가 대답을 해주리라고 기대하며 소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나 소녀의 얼굴은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즉시, 가로의 양손이 긴장으로 칼집을 꽉 쥐었다.


"다른 이들이 있네...." 크루제는 그림자를 향해 고갯짓해보이며 경고조로 말했다.


"네가 여기에 온 것은, 아스타르테스여. 내가 그것을 명령하였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어둠 속으로부터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굳건하였지만 조용하였고, 군사 지휘관의 어조라기보다는 교육자와 조언가의 그것과 같았다. 그늘 속의 존재 곁에서 불꽃이 훅 하고 나부끼고, 가로는 마치 방금이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 황금 독수리 조각상의 모습을 보았다. 그 맹금의 조각상 밑에는 타오르고 있는 화로가 달려 있었고, 화롯불의 춤추는 빛과 열기는 보는 이들의 눈을 현혹하였다.


발걸음소리가 다가오고, 그와 함께 지팡이가 석재 타일이 깔린 바닥에 세게 부딪히는 소리도 들려왔다. 가로는 순간적으로 듀어런스 의 집회장에서 그의 프라이마크가 나타났을 때를 떠올리며, 그의 목구멍이 꽉 죄어드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이번에 그림자 속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모타리온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명의 사내였지만, 그들은 그저 두 명의 사내, 그 이상의 존재들이었다. 둘 중 키가 더 큰 사내는 맨발임에도 불구하고 파워 아머로 완전무장하고 있는 이악톤 크루제만큼이나 키가 컸다. 주의 깊고 엄격한 얼굴을 드러낸 사내는 마치 터미네이터 아머처럼 각진 황금 갑주를 입고 있었지만, 그는 그 갑주를 마치 일반 아스타르테스들이 입는 파워 아머처럼 가볍게 착용하고 있었다. 그 사내와 자신 사이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가로는 번쩍이는 금속 갑주 위에 새겨져 있는 무한한 장식 세공들을 볼 수 있었다. 반복되는 문양들은 독수리와 번개줄기들을 그려내고 있었다. 짙은 붉은 색 물질로 만들어진 망토가 그 사내의 양 어깨에 매달려 있었고, 꼭대기에 진홍색 술 장식이 달린 높은 황금 투구가 사내의 구부러진 한쪽 팔에 끼워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쪽 손에는, 반은 창이고 반은 대포인 병기, 가디언 스피어가 믿을 수 없으리만치 가볍고 편안한 각도로 들려 있었다. 황제의 개인 호위대, 레기오네스 쿠스토데스를 상징하는 병기였다. 가로는 커스토디안들과 황제의 관계가 아스타르테스들과 그들의 프라이마크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종종 들어왔었다. 그리고 눈앞의 이 사내를 직접 보고 나니, 가로는 그 말을 믿을 수 있었다. 그 전사는 냉정하고 감정 없는 시선으로 가로와 크루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수호병의 존재만으로도 그와 함께 동행한 사내가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로와 크루제는 간편한 형식의 행정관용 로브를 입고,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 인물에게 허리를 숙여 절하였다. 품이 넉넉한 외투를 입고 있는 그 사내는, 그가 들고 있는 지팡이만 아니었더라면 제국의 여느 하이브 시티의 군중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내의 지팡이의 꼭대기에는 황금 독수리와, 화염이 타오르고 있는 화로가 달려 있었고, 기다란 막대를 따라서는 각기 격언들이 새겨져 있는 강철 사슬들이 둥글게 늘어져 있었다. 그 지팡이는 홀(笏)-Rod였고, 그것을 쥘 수 있는 자는 오직 단 한 명뿐이었다. 바로 테라의 섭정이자 테라 의회의 수장, 제국 십일조의 감독관이자 황제의 막역한 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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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카도르 각하." 가로가 말했다. "저희에게 무엇을 원하시나이까?"


가로는 무례를 무릅쓰고 시선을 들어 올렸다. 후드에 가려진 인장관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였고, 나타니엘은 비록 말카도르의 눈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즉시 그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자신이 맹렬히 응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화에 따르면, 말카도르의 사이킥 능력은 황제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비록 말카도르의 겉모습은 검소하였지만, 이 방 안에서 그들과 함께 있는 그 사내는 차분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기세는 군사사령관인 프라이마크들이 지닌 맹렬한 활력과는 정반대의 부류였지만, 거기에 담긴 힘만은 그에 뒤지지 않았다.


가로는 시야의 한쪽 구석에서 위치시커 켄델이 마치 말카도르의 곁에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이 두렵기라도 하다는 듯이 몇 걸음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보았다. 섭정의 시선은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가로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는 마치 모래를 체질하듯 가로의 영혼을 조사하였다. 가로는 공기 중에 전기를 띈 기름진 풍취가 섞여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로는 그 에너지와 접촉하였으나, 그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가 이 멀리까지 온 것은 비밀을 감추기 위함이 아니었다.


"황제 폐하께서 가호하시리라." 인장관은 마치 책의 한 페이지에서 그 구절을 읽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느릿느릿 말하였다. "참으로 그분께서는 그리하셨느니라, 아스타르테스여. 네가 이해하려 해볼 수도 없을, 그런 방식들로 말이다." 말카도르는 깊이 생각에 잠겨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나는 로갈 돈 전하의 이야기를 듣고, 네 증언의 증거들과 올리톤 양의 기억장치의 기록들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이에 나는 명하겠다. 가로여, 너는 인류의 주인을 알현하여 그분의 귀에 이 경고를 전해드리기 위해, 희망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가로는 순간 실망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있었던 그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희망의 빛을 꺼트리지 않고 있었다. "허면 폐하께서 제 경고를 들으시기는 하시겠나이까, 섭정 각하시여?"


"네가 테라로 갈 수 없으니, 테라가 네게로 왔느니라." 말카도르는 지팡이에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네 경고를 들었고,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황제 폐하께서는 황궁 내에서 그분의 위대한 작업들을 수행하시는 중이시기에 네 경고를 들을 수 없으시다."


가로는 놀라서 눈을 껌뻑거렸다. "들을 수 없으시다, 라고요?" 가로는 말카도르의 말을 되풀이하며 말했다. "폐하의 아들들이 폐하께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들으시지도 못하실 정도로 바쁘실 일이 있으시단 말씀이십니까? 전 도무지 이해가"


"그렇겠지." 섭정은 말했다. "너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때가 되면 우리 모두가 이 사안들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될 터이나, 그때까지는 우리는 그저 우리의 주군을 신뢰해야만 한다. 너의 전언은 전해졌다. 너의 의무는 완수되었노라."


가로는 크루제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저 자가 이곳에 있는 이유입니까, 섭정 각하?" 크루제는 커스토디안 가드를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저희를 처리해, 이 장기판으로부터 제거하려 하시는 것이십니까?"


말카도르는 굉장히 침착하였다. "테라 의회에는 그와 같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도 많이 있었다. 전사의 충성심에 관한 문제는 한때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졌으나, 이제는 그 신뢰도 유동적으로 변하였지."


가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각하, 제가 프라이마크 돈 전하께 드렸던 말씀을 각하께도 여쭙겠습니다. 저희의 행적만으로는 저희의 충심을 입증하기에 불충분하였습니까? 저는 각하께서 사람의 심중에 있는 진실을 꿰뚫어보실 수 있으심을 알고 있나이다. 제 심중을 보시고,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제게 말해주십시오!"


로브의 주름 속에서 한쪽 손이 드러났다. "그럴 필요는 없다, 중대장이여. 나는 너희가 내게 스스로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 너희가 겪었던 모진 시련들을 통해, 나는 너희의 심중에 진실이 담겨 있음을 느꼈다. 내가 이곳으로 온 것은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이 사실을 너희에게 직접 전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럼 이제는 어찌하시겠나이까?" 크루제가 물었다. "저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섭정 각하시여?"


"그렇습니다." 가로가 손에 쥔 성상을 꽉 그러쥐며 말했다. "저희는 이곳에 머무른 채 별들만 바라보면서, 호루스가 전투를 위해 찾아오는 그 날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청컨대...." 가로가 섭정을 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각하께 요구컨대, 저희에게 목적을 내려주십시오!" 가로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저는 아스타르테스이지만, 이제 저는 군단이 없는 일개 배틀 브라더일 뿐입니다. 저는 제 주위로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 있는 그 모든 맹세들 속에서 홀로 무너지지 않고 서있습니다. 저는 황제 폐하의 의지이지만, 만일 폐하께서 제게 아무런 임무도 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그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로의 목소리는 유리 탑 속에서 메아리쳤고, 켄델의 수련생 소녀는 그 목소리를 듣고 눈에 보일 정도로 위축되었다. 말카도르는 독수리 머리 달린 지팡이를 휘둘러 몸짓하였다. "오직 죽음으로만 의무는 끝이 난다, 아스타르테스여." 말카도르가 만족감 어린 기색을 띈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너희는 아직 죽지 않았지.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에도, 돈 전하는 호루스와 그가 회유한 프라이마크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계획들을 모집하고 있다. 은하계 전역에서는 전선들이 물려지고 있으며, 인류가 지금껏 보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 준비되고 있다."


"그 준비 속에서 저희의 위치는 어디입니까?"


말카도르는 작게 고개를 기울이며 몸짓을 보내었다. "너희들에게 배정될 사안이 한 가지 있다. 그러나 너희들이 그 임무에 배치되는 것은 오늘이 아니며, 아마 여러 개월이 지나도 그 임무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나, 언젠가는 결국 너희에게 그 임무가 주어지게 될 것이다. 워마스터의 성향으로 보아, 제국에는 분명 탐구적인 본성을 지닌 남녀들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마녀와 반역자, 돌연변이와 외계종들을 찾아낼, 그런 사냥꾼들이.... 미래에 있을 반역의 조짐을 찾아내, 그 뿌리부터 발본색원할, 나타니엘 가로, 이악톤 크루제, 그리고 아멘데라 켄델. 바로 너희 같은 전사가 말이다. 바로 감시의 의무지."


"저희는 준비되었습니다." 가로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며 말했다. "최소한 저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래." 인장관이 대답하였다. "알고 있다."


.

.

.

.


가로는 명상실들 중 한 곳에서 자신의 장비를 세심히 손질하고 있는 보옌을 발견하였다. 아포세카리 보옌은 가로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가로는 보옌을 본 즉시, 그가 아스타르테스의 근무복이 아닌, 민간인 탄원자들이 입는 간소하고 소박한 로브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보옌의 로브에는 두 머리 달린 아퀼라 문장이나, 데스 가드 군단의 상징은 해골과 별 문장이 달려 있지 않았다.


"메릭?" 가로가 물었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너는 아직도 혼자 따로 떨어져 있구나. 왜 그러느냐?"


보옌은 멈칫거리고는, 자신의 지휘관을 향해 힐긋 시선을 보내었다. 가로는 보옌의 눈동자 속에 새로운 무언가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일종의 좌절감, 그리고 울적함이었고, 그 감정은 보옌의 얼굴선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나타니엘." 보옌이 입을 떼었다. "당신께서 주신 그 책자를 읽어보았습니다. 그것을 읽고 나니 제 눈이 뜨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로는 미소를 지었다. "그거 잘되었구나, 형제여. 그 말씀들로부터 힘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십시오. 어쩌면 제게 동의하지 않으실 지도 모르니까요."


가로 전투 중대장은 머뭇거렸다. "계속 말해보거라."


"당신께 숨겨온 것이 있습니다. 다른 모두한테도요. 이스트반에서 있었던 일. 호루스와 모타리온이 저지른 일. 그리고 그룰고르와 데시우스에게 있었던 일들까지...." 보옌은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그 모든 일들이 저를 뒤흔들어놓았습니다, 형제여. 제 속 중심 깊은 곳까지 말입니다." 보옌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저는 그 광경에 얼어붙어버렸고, 제 무기는 아무런 쓸모도 없었습니다." 보옌의 시선이 가로의 시선과 마주쳤다. 보옌의 눈에는 두려움이, 진정한 공포가 담겨 있었다. "그 동요는 저를 무너뜨려버렸습니다, 나타니엘. 그 모든 일들에, 제가 그에 일조한 것은 아닐까 두렵습니다. 제 책임이...."


"메릭, 그렇지 않다."


"아뇨, 그렇습니다, 형제여! 그렇다고요!" 보옌은 고집스레 주장하였다. 보옌은 무언가를 가로의 손바닥 위에 꽉 쥐어주었고, 가로는 그것을 살펴보았다. 별과 해골의 문장이 새겨진 황동 원반이었다. 그것은 구겨지고, 부서져 있었다. "저는 제가 전사회에서 올바르지 못한 행위들을 한 데에 대한 벌을 받아야만 합니다, 나타니엘.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가 제게 그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절더러, 만일 전사회가 제게 황제 폐하로부터 등을 돌리라고 제게 강요한다면 그들을 거부하겠다고 약속을 하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전사회는 이 모든 일들에 일조하고 있었고, 당신께서 그들을 멀리하신 것은 옳은 행동이었습니다!" 보옌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제가.... 제가 거기에 가입한 것은 엄청난 잘못이었지요."


보옌의 목소리에 실린 묵직한 확신감은, 가로에게 그 어떤 논쟁으로도 그의 형제를 설득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테냐?"


보옌은 자신의 장비들을 가리켜 보였다. "저는 아스타르테스로서의, 그리고 ⅩⅣ군단의 전사로서의 제 명예를 모두 버리겠습니다. 저는 죽음과 반역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지금 이 시점으로부터는 테라에서 아포세카리아 마요리스-Apothecaria Majoris로서 복무하고자 합니다. 데시우스와 다른 형제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그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데에 제 남은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만일 그룰고르가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그 공포스러운 질병은 이미 우리의 친족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데스 가드 군단원으로서의 제 맹세보다도, 의사로서의 제 맹세에 더 진실하고자 합니다."


가로는 그의 오랜 친구를 오랫동안 응시하다가, 곧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알겠다, 메릭. 네가 너의 새로운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기를 기원하마."


보옌은 가로의 손을 붙잡고 악수하였다. "당신께서도 당신의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

.

.


"나타니엘 님."


가로는 견시 회랑의 창문으로부터 고개를 돌렸다가, 헛숨을 들이마셨다. 한 여성이 두 침묵의 자매들 사이로부터 걸어 나와 그의 팔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킬러? 끌려간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킬러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가로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킬러는 지쳐 있는 듯 보였지만, 그 외에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은 채였다. "저들이 그대를 상하게 하던가?"


"대체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안녕에 대해서 혼자 고민에 빠지지 않는 날이 계시긴 한 건가요?" 킬러는 가벼운 어조로 물었다. "잠시 휴식을 허락받았어요. 당신께선 어떻게 지내세요, 나타니엘 님?"


가로는 강화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테라의 곡선을 향해 도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불안하오. 마치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드오. 마치 이스트반으로부터의 탈출 이후로 있었던 모든 일들이 그저 서막이었을 뿐인 것만 같은 기분이. 나는 변해버렸소, 유프라티."


가로가 다시 말을 꺼내기까지, 두 사람은 한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것은 그대가 한 것이었소? 요새에서 데시우스가 탈출하였을 때, 그리고 월면에서도. 그대가 내게 경고를 보내주었던 것이오?"


"당신께서는 뭐라고 믿으시는데요?"

가로는 미간을 찌푸렸다.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다고 믿지."


"당신에게는 어떤 유대가 있어요." 킬러는 조용히 말했다. "저는 이제야 겨우 그 유대의 경계를 스스로 보기 시작하고 있죠. 당신과 저, 그리고 과거와 미래 사이의 유대를요." 킬러는 테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황제 폐하와 폐하의 아들들 사이의 유대도요.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유대는 그것을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련을 받아야만 하죠. 이제 그 순간이 저희에게 다가왔어요, 나타니엘 님. 폭풍이 다가오고 있답니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소." 가로는 킬러의 손을 붙잡고,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호루스가 자신의 형제들을 배신하였을 때, 나는 그곳에 있었소. 황제 폐하의 은총이 함께 하신다면, 호루스가 자신의 반역의 책임을 물어지게 될 때에도 나는 그곳에 있게 될 것이오."


테라의 빛 아래에서 그들 두 사람, 병사와 성녀는 함께 그들의 종족이 태어난 행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


이번 17장은 워낙 분량이 짧아서, 굳이 안 나누고 이렇게 한꺼번에 올렸음.

그러고보니 위에서 말카도르가 떡밥을 하나 던지는데, 켄델이 들어가는 거 보면 그나가 아니라 인퀴지션 떡밥인 거 같기도 하고.

p.s. 퍼라이어인 시오사도 겁 먹고 덜덜거리는 말카도르 사이킥 클라스. 그나저나 말카도르가 아무래도 가로 머릿속을 읽은 거 같은데, 그럼 말카도르가 가로가 황제교 빠돌이가 되어서 엠퍼러 프로텍트! 외치고 다니는 거를 용인했다고 봐야 하는 건가? 아니면 어차피 나중에 죽을 장기말이니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p.s.s. 저렇게 전역한 보옌은 결국.... 안습.
p.s.s.s. 아 그러고보니 앞에서는 프마들이 말카도르한테 존대하는 방향으로 번역 잡기로 했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말카도르가 돈을 부를 때 앞에 Lord 자로 경칭을 붙여서 그걸 반영해서 번역했음. 아마 하급자들 앞에서 얘기하는 공적인 자리라서 존칭을 붙인 것이리라,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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