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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아이젠슈타인 호의 탈출 9장 (2) - [죽음의 방식]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4 18: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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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해봐!" 테메테르가 장거리 복스 장치를 그에게로 내밀고 있는 아스타르테스를 확 끌어당기며 거칠게 외쳤다.


데스 가드 군단의 공습 병력과 이스트반인 방어자들 사이에서는 계속해서 시끄러운 총성이 오갔고, 그 때문에 그가 부하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디에스 이레가 또 한 차례 불칸 볼터를 일제 사격하는 소리가 그들의 머리 위로 울려 퍼졌다. 그 타이탄은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면서 다른 모든 소리들을 덮어버렸다.


"중대장님, 단편적인 신호들을 수신받았습니다! 헌데 그 앞뒤로 뭐라고 하는 건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들리는 거라도 얘기해." 테메테르가 무너진 페로크리트 포좌 뒤로 웅크리고 앉으며 말했다. 그는 적들의 바늘 탄이 내는 날카로운 소리와, 짧게 울리는 진홍색 레이저 빔의 소리를 무시해버렸다.


"궤도상의 부대들로부터는 여전히 아무런 신호도 없습니다." 복스 장치를 든 데스 가드 군단원이 이어서 말했다.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의 루시우스 님으로부터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의 라코스트 분대에게로 전해지는 통신을 하나 방수했습니다."


"루시우스라고? 뭐라는데?"


"잡음이 굉장히 많이 끼어 있었습니다, 중대장님. 하지만 생물학 병기라는 말은 분명히 들었습니다."


테메테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확실한가? 임무 브리핑 중에 이스트반인들이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는데. 게다가 여기는 놈들의 성지다. 놈들이 무엇 때문에 생물학 병기 같은 것을 그런 곳에 배치를"


테메테르는 돌연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계속되는 총성과 포성 등,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는 서로 겹쳐지며 그에게 있어 마치 배경음악과도 같이 되어 있었지만, 돌연 무언가가 변하였다.


그 변화의 정체는 타이탄이었다. 디에스 이레는 테메테르가 웅크리고 있는 곳으로부터 겨우 백여 미터 가량 떨어져 있었고, 테메테르는 빠르게 지축을 뒤흔드는 타이탄의 발걸음 소리에 적응하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거대한 인간형 기계는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제는 그 자리에 마치 거대한 철의 요새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타이탄의 관절들은 쉬익 증기를 뿜어내며 철컥거리고 있었다. 박격포탄이 테메테르와 데스 가드 군단원들의 머리 위로 호를 그리며 날아가 디에스 이레의 동체 흉부를 가격하였지만, 디에스 이레의 동체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고, 타이탄의 승조원들 또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타이탄의 막강한 포대들은 여전히 적들의 전선을 향해 똑바로 겨누어져 있었지만, 지금 그 포대들은 침묵하고 있었다.

"테라의 이름으로, 저 멍청이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테메테르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저 타이탄을 호출해! 프린켑스 터넷한테 복스 통신을 걸어서, 어디 변명이라도 해보라고 전해!"


4중대의 중대장, 테메테르는 자신의 광학 장치로 타이탄의 동체를 훑어보았다. 타이탄을 멈춰버리게 할 만한 수준의 손상은 보이지 않았다. 테메테르는 어째서 그 타이탄이 그냥 멈추어버렸는지를 알 수 있을 만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테메테르의 시선은 타이탄의 동체에 나있는 통로 해치들을 스쳐 지나갔고, 테메테르는 타이탄의 해치들이 모두 굳게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테메테르는 타이탄의 허벅지 부분의 장갑판에 달려 있는 동력부 환기구를 찾아 그것을 바라보았다. 일반적으로라면 그 환기구들은 소모된 냉각용 가스들을 훅훅 뿜어내고 있어야만 했다. 허나 지금 그것들은 가스를 뿜어내는 대신 굳게 봉인되어 있었다. 그 이유를 깨달은 테메테르는 차가운 칼날이 자신을 찌르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디에스 이레와 교신이 되질 않습니다." 통신병이 말했다. "왜 대답을 안 하는 걸까요? 분명 저희 말을 들을 수는 있을 텐데 말입니다!"


"생물학 병기다." 테메테르는 손을 뻗어 자신의 목에 달린 잠금장치를 확인해보았다. 전율의 감각이 그의 등골을 따라 기어오르고 있었다. 테메테르 중대장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그의 시선은 타이탄의 거대한 강철 어깨 너머로 누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테메테르는 하늘 위에서 번쩍이는 빛을 보았다. 반짝이는 물체들은 뒤쪽으로 새하얀 증기의 자취를 그리며, 상부 대기권을 가르고 날아오고 있었다. 그 광경은 테메테르에게 충격을 주어 즉각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다. "전 분대 단위로 통신을 걸어! 지금 당장!!" 테메테르가 고함을 질렀다. "전 데스 가드 군단은 전투를 중지하고 엄폐물을 찾아라! 생물학전 경보!! 서쪽의 벙커 복합지대로 향해라!!"


통신병은 그의 명령을 복스를 통해 중계하였고, 그 와중에도 그와 테메테르는 자신들이 숨어있던 빈약한 엄폐물로부터 이탈하고 있었다.


테메테르는 드레드노트, 휴론-팔이 제자리에서 몸을 돌리는 것을 보았다. [울리스 테메테르!] 그 유서 깊은 전사의 합성 기계-보더는 크고도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게냐?!]


"지금은 대답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오랜 친구시여!" 테메테르는 달려가며 말했다. "그냥 부하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세요! 지금 당장!"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테메테르의 머릿속 일부는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로 인해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폭탄들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폭탄들을 떨어트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사람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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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와 데시우스는 승강구를 올라, 병영 구획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창문 달린 회랑 위로 제 시간 안에 올라왔다. 그들은 워마스터의 함대에 소속된 전함들이 이스트반 Ⅲ를 향해 포문을 여는 것을 보았다. 거의 맨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수많은 은빛 빛줄기들이, 코랄 시 상공의 저궤도에 정박해 있는 아이젠슈타인 호와 다른 배들 위로, 그리고 그 주변으로 물밀 듯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떨어져 내리는 빛줄기들은 거의 잔상만이 남아 있었지만, 가로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그것들을 자세히 쳐다볼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공대지 기능으로 전환되어 있는 아틀라스급 대형 탄두들과 서비터 유도 미사일 폭탄들, 그리고 다수의 충격 관통탄들이었다. 보아하니 63번 원정함대의 모든 주력함들이 이 잔학행위에 가담하고 있는 와중에, 오직 아이젠슈타인 호의 포대들만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폭탄들은 살인적인 고체의 비가 되어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며, 사전에 목표로 지정된 행성 전역의 목표지점들을 향해 방향을 바꾸어 집중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 끔직한 학살극을 바라보는 신의 시점에서는, 회색과 백색이 섞인 작은 구획 하나가 이스트반 Ⅲ의 주 대륙 위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간단히 볼 수 있었다.


가로는 절망적인 공포에 휩싸인 채, 호루스의 반역의 도구들이 대기권을 뚫으며 붉게 달아오르는 것과, 또 그것들이 자신의 배틀 브라더들에게로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곁에 선 데시우스는 묘하고 기괴한 황홀감에 사로잡힌 얼굴로 그 광경에 열중하며, 이 파괴가 벌어질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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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테르와 휴론-팔은 벙커의 강철 해치 앞에 놓인 얕은 능선 위에 서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친족들에게 뛰고 또 뛰라고,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뛰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테메테르는 자신이 아닌 자신의 부하들 때문에 격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의 부하들은 그의 명령에 완벽하게 반응하였고,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정리하였던 참호선을 따라 밀려드는 적들로부터 물러나 질서정연하게 후퇴하였다. 그들 중 수백 명은 이미 벙커들 안에 들어가 곧 떨어질 폭격을 견뎌내기 위해 벙커를 밀폐시켰지만, 아직도 밖에 남아 있는 많은 이들이 벙커의 입구에 도달할 때까지 살아남지는 못할 것임을 테메테르는 알고 있었다. 테메테르는 다시 한 번 창백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테메테르의 가슴은 찢어져 내렸다. 누가 우리를 배신한 거지? 테메테르는 나이 든 드레드노트의 질문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자문하였다. 무엇 때문에? 테라의 이름으로, 대체 어째서?


[울리스!] 노전사, 휴론-팔이 테메테르의 곁으로 쿵쿵 걸어오며 외쳤다. [벙커 안에 들어가라! 이제 몇 초 밖에는 남지 않았어!]


"안됩니다!" 테메테르가 대답하였다. "제 부하들이 먼저 들어가야 해요!"


[이 멍청이 같으니!] 휴론-팔이 예절 따위는 내던져버린 어조로 으르렁거렸다. [내가 남겠다! 그 어떤 것도 내 외피에 흠집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네가 들어가! 어서!] 휴론-팔은 거대한 기계손으로 테메테르를 떠밀었다. [안으로 들어가란 말이다, 이 망할 녀석아!]


울리스 테메테르는 비틀거리며 뒤로 한 걸음 밀려났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하늘 위를 향하고 있었다. "싫습니다!" 테메테르가 말했다. 그 순간, 번쩍이며 터져 나온 밝은 빛이 한낮을 백색 빛으로 뒤덮어버렸다.


머리 위의 고고도에서 바이러스 탄두의 첫 제파가 연달아 폭발하였다. 공중에서 벽을 이루고 일어난 폭발은 즉시 파괴의 검은 비를 내렸다. 초고속 돌연변이 능력과 거의 기하급수적인 성장률을 지닌 바이러스들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스트반 Ⅲ 행성의 토착 박테리아들을 포식하였다. 얇고 검은 죽음의 구름이 만발하며 코랄 시 상공으로 퍼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두 번째 제파가 떨어져 내렸다. 두 번째로 떨어진 포탄들은 지면을 강타하고 나서야 폭발하였고, 폭발은 도시의 구획들과 탁 트인 벌판, 그리고 참호선들을 파괴적인 바이러스 안개의 흐름으로 뒤덮어버렸다.


생명 포식자 바이러스는 그것이 설계된 대로 활동하였다. 바이러스 분자가 유기물과 접촉할 때마다 바이러스들은 즉시 부패와 죽음을 퍼트렸다. 코랄 시의 살아있는 모든 것, 모든 인간과 동물, 식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기체들은 바이러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바이러스들은 단 일 초 만에 종(種)의 경계를 뛰어넘어, 이스트반 Ⅲ 행성의 생명을 불태워버렸다. 살은 썩어 문드러지고, 피는 몸으로부터 새어나왔다. 뼈는 갈가리 찢겨나가며 먼지로 변하였다. 이스트반인들과 아스타르테스들은 똑같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나갔고, 멈출 수 없는 미생물들에 의해 그들은 죽음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테메테르는 전사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다가 죽어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전사들은 진흙탕 위에 쓰러졌고, 그들의 시체는 살이 곤죽이 되어 붉은 고깃국으로 변하였다. 그들의 파워 아머의 틈새로부터 끈적이는 액체들이 배어져 나왔다. 테메테르는 자신이 시간을 너무 오래 허비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온 힘을 다해 외쳤다. "해치를 닫아라! 어서 닫아!!" 벙커 안의 부하들은 테메테르의 지시대로 행하였고, 그 순간에도 테메테르는 입 속에서 피의 맛을 느끼며, 자신의 피부에 돋아나는 상처들로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금속 문이 쿵 하고 닫히며,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압력 폐쇄 장치가 작동하였다. 그를 바깥에 내버려둔 채로. 테메테르는 부하들이 충분히 빨리 문을 닫았기를 바랐다. 운이 좋으면, 저들은 바이러스를 자신들과 함께 벙커 안으로 들이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 테메테르는 비틀거리며 간신히 두 발자국 정도를 내딛고는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그의 두 다리의 근육들은 고통으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휴론-팔이 테메테르를 붙들었다. [내가 그래서 뛰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 어리석은 녀석아.]


테메테르 중대장은 고통스러운 마지막 저항의 몸짓으로 자신의 헬멧을 벗어버렸다. 바이러스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호흡기 필터를 뚫고 그의 폐들 속으로 들어온 이상, 헬멧은 더 이상 쓸모가 없었다. 테메테르의 손은 허공을 휘적이다가 드레드노트의 금속 동체 측면을 붙잡았고, 그는 거기에서 검은 액체가 작은 시내를 그리며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테메테르는 고통 중에서도 진실을 깨달았다. 이 고대의 전사의 세라마이트 외피에는 작은 흠집이 나있었던 것이었다. 그 흠집은 전장에서 그를 누그러트리지는 못하였지만, 그것은 바이러스가 드레드노트의 동체 내부로 침투하여 그 내부에 남아있는 살점들을 물어뜯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틈새였다. "거짓말을.... 하셨군요."


[고참병의 특권이지.] 휴론-팔의 대꾸가 돌아왔다. [그럼 저승길을 함께 가도록 할까?] 휴론-팔은 테메테르의 몸을 감싸 안으며 묻고는, 재빨리 벙커로부터 떨어져 걸어갔다.


테메테르는 남은 힘을 모두 짜내어 간신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테메테르는 이제 눈이 멀어버렸고, 그는 자신의 안구 조직들이 타오르며 그의 머릿속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테메테르의 입술과 혀의 부드러운 살들이 녹아내렸다.


휴론-팔의 시스템들은 거의 작동이 정지되어가고 있었고, 그는 안전한 거리까지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나서야 미끄러지듯 멈추어 섰다. [이 죽음은.] 휴론-팔의 보더가 거친 소리를 내었다. [이 죽음은 우리들만의 것이다. 우리가 죽는 방식은 우리가 선택하겠다. 우리는 너희의 승리를 부정하겠다.]


단 한 번의 타오르는 신경 자극과 함께, 드레드노트 심장부의 전사는 소형 융합 발전기의 제어 통제장치를 자신의 정신으로부터 분리시켜, 그것이 과부하되도록 하였다. 잠시 후, 코랄 시 외부의 상처 입은 평원에서 작은 별 하나가 생겨났다. 그것은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사람의 죽음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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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는 죽어가는 행성 전역에서 피어나는 어둠으로부터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부하를 노려보았다. "이제는 내 말을 믿겠느냐? 네 눈앞에서 저 행성의 생명이 일소되는 것을 보고 나니, 이제는 이 광기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다고 느껴지느냐?"


데시우스는 경외심에 차올라 중얼거렸다. "이건.... 이건 굉장하군요. 저만한 파괴의 힘이라니...."


가로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는, 한 손을 뻗어 회랑의 두꺼운 강화유리창 위에 올려놓았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 살육이 끝나기까지 또 한 번의 공격이 가해질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전 행성을 집어삼키고 있잖습니까.... 모든 곳에서, 모든 생명을요! 워마스터님이 저기에 또 무슨 파괴를 가져다줄 수 있단 말입니까?"


가로의 목소리는 공허하였으며, 또한 지쳐있었다. "저토록 많은 이들이 저토록 빠르게 죽었으니, 생명 포식자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소진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남긴 대량의 시체들은 붕괴하며 썩어가겠지." 가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 잔해들은 썩고 부패하여 가스가 되겠지. 상상해보거라, 솔룬. 전 행성이 거대한 납골당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 대기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들의 악취로 가득 차겠지."


저 바깥에서 함대의 전함들은 이동을 개시하고 있었다. 함대의 대형이 갈라지며, 단 한 척의 전함이 미리 예정된 포격 위치로 이동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 단 한 척의 전함은 빛나는 칼날의 모습을 한 워마스터의 기함, 벤지풀 스피릿 호였다.


"그러면 그렇지." 가로는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루스다. 호루스가 직접 최후의 일격을 가하게 될 거야. 당연히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지." 가로는 두 눈을 감고 시선을 돌려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시선을 돌리는 모든 곳마다 그가 저 아래 행성에 내버려두고 온 이들의 얼굴들이 따라 붙었다. 가로는 테메테르와 타비츠의 얼굴을 보며, 그들이 저 학살극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그는 그 두 사람이 첫 제파 속에서 살아남았기를 바라며, 심지어는 기도까지 하였다. "이제 저들은 마지막 일격으로부터도 살아남아야만 할 것이다."


천천히 표류해 나아가던 벤지풀 스피릿 호는 제자리에 멈추었고, 위엄 있게 방향을 돌려 이스트반 Ⅲ를 향해 그 함수를 위협적으로 가리켰다. 침묵 속에서, 벤지풀 스피릿 호의 측면을 따라 달린 그 전함의 트윈 랜스 캐논들의 아가리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눈부신 화염 줄기들은 행성을 둘러싸고 있는 대기층과 접촉하였고, 검은 구름 속에서 새로운 색깔이 피어났다. 타오르는 듯한 주황색의 화염폭풍이었다.


"부싯깃에 성냥을 가져다 댄 격이로군요." 데시우스가 숨이 멎는 소리를 내었다. "부패한 시체들로부터 발생한 가스에 불이 붙었습니다. 전 행성이 불타오를 거예요."


"전부 다 호루스의 손에 벌어진 일들이지." 가로가 마음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억지로 내리누르며 말했다.


두 사람은 한참동안 그곳에 서서 화염이 대륙을 건너 도시들을 파괴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시간은 거의 수 시간은 되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워마스터의 기함은 그 모든 광경 위에서, 이스트반 Ⅲ의 파괴를 조정하는 심판자처럼 홀로 궤도상에 떠있었다.


마침내, 아이젠슈타인 호의 함내 복스 넷을 통해 실내에 정적을 깨는 시끄러운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로 중대장님은 함교로 와주십시오.] 낮고 단조로운 그 목소리는 카리야의 것이었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나타니엘은 결국 유리창으로부터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데시우스는 눈을 반짝이며 잠시 그곳에 남아 있다가, 자신의 지휘관을 따라잡기 위해 그의 뒤를 따라 뛰어갔다.



──


진짜 충성파들은 왜 저리들 멋지냐. 지 혼자 살겠다고 부하고 전우고 친구고 다 팔아먹은 루가놈과는 비교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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