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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크하하하! 과연 과연! 참격의 결이 현격히 늘었구나! 재미있어!」
속도뿐만이 아니다.
명확한 공격의 정확성이 더해진 『풍사』의 연속 투척을 앞에 두고서도, 토키나다는 여전히 유열의 웃음을 지으며 그 전부를 계속 피한다.
『풍사』가 날아오는 각도와 위력, 변환자재하게 꿈틀거리는 사슬의 움직임을 정확히 응시하고, 그에 대응할 참백도의 능력이나 형태를 이끌어내 대응하는 토키나다.
하지만, 『풍사』의 속도는 더욱 상승하여, 깨닫고 보니 토키나다를 다다미 한 장 정도의 좁은 범위에 몰아세워, 거기서 한걸음도 나갈 수 없게 참격의 간격을 좁혀 간다.
회전하는 낫이 사슬에 의해 조종되어, 묶이지 않은 채 토키나다의 몸을 점점 봉해가는 모습은, 마치 완성된 하나의 연무와 같았다.
토키나다는 그 움직임을 막기 위해 『차조』로 베어 중량을 더하려고 시도하지만, 그 칼날을 현현시키는 순간에, 『풍사』가 의사를 가진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종이 한 겹차이로 그 참격을 회피한다.
──보이는건가?
토키나다는 의아해하며, 시험삼아 『류인약화』의 불꽃으롤 히사기와의 사이에 벽을 짓고서 『차조』로 참격을 시도했지만, 역시 결과는 같았다.
──내 영압으로는, 참백도를 녹일 정도의 불꽃이 되지는 않는가. 모든 영압을 돌린다 하더라도, 그정도까지 열은 올라가지 않는군.
불꽃의 벽을 뚫어내는 『풍사』의 칼날을 보며, 토키나다는 히사기가 정말로 영압지각만으로 이쪽의 움직음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영압이 야마모토 겐류사이에 아득히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슬슬 대처하지 않으면 주위의 유상무상놈들이 회복할텐데.
전원을 순식간에 불태울 정도의 영압을 담으면, 그만큼 『완전최면』으로 돌리는 영압이 줄어 예상외의 부분에서 빈틈이 생길지도 모른다.
토키나다의 마음 속에서 전칭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대로 천천히 전부 죽여야 할 것인가, 아니면 먼저 8할 정도의 적을 처리하고서 쿄라쿠에게 절망을 주어야 할 것인가.
켄파치에 관해서는, 히코네가 불리해질 것 같으면 물리공격이 통하지 않는 아우라를 상대시키면 된다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서 토키나다가 『얼른 전부 죽인다.』라는 선택지를 망설이지 않고 고르는 남자라면, 애초에 이런 말도 안되는 책모를 꾸미지는 않았을 것이다.
토키나다의 소망은 모든 것을 저버리고서라도 이루어야 할 대의가 아니라, 자신의 왜곡된 마음의 그릇을 유락으로 채우는 것 뿐이니까.
하지만, 그걸로 방심하여 역습당하는 것도 토키나다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히사기의 공격이 격렬해지면서, 그에 맞춰 주위에 있는 자들의 공격도 서서히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풍사』의 공격에 추격하며 쏘는 퀸시들의 활과 아란칼들의 세로.
각각에 대응하는 참백도의 힘을 끌어내며, 토키나다는 그 모든 것을 받아넘기고, 혹은 소멸시켜, 때로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돌려준다.
──과연.
──부대장 정도라곤 해도, 꽤나......
과거에 본 영상보다도 투척된 『풍사』의 기동이 고속화되고 있음을 깨닫고, 토키나다는 몇가지 플랜을 수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참백도의 능력을 끌어내는 것보다도 빠르게, 다음 일격이 엄습해 온다.
──......?
──아직도, 속도가 오르는건가?
상대가 결코 방심할 상대가 아니라 판단한 토키나다는, 그 강자를 굴복시키는 순간을 상상하며 입가를 늘어뜨려, 『천본앵』을 주위에 전개시켜──
다음 순간, 주위 사람들은 보았다.
칼날의 눈보라에 깎이면서도, 그 모든 것을 심상치 않은 회전의 힘으로 날려버리는 『풍사』의 낫을.
그리고, 억지로 열어낸 『천본앵』의 틈새로, 두 번째 낫이 토키나다를 추적해──
『염라경전 』을 쥔 토키나다의 오른 팔을, 하늘 높이 잘라내는 그 순간을.
「컥......!?」
「토키나다 님......?」
고통의 소리를 지르는 토키나다에게, 아우라가 눈을 부릅 뜬다.
「말도 안된다...... 「천본앵』의 벽을 뚫다니......윽!」
고통에 찬 외침과 동시에, 토키나다와 아우라를 감싸고 있던 천본앵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 후에 나타난 광경──토키나다가 팔꿈치의 끝을 누르는 것을 본 자들은, 이것이 천재일우의 찬스인 것처럼,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핫! 참백도를 팔 째로 떨어트렸구만! 꼴 좋다!」
캔디스가 재빨리 가르바노 쟈벨린을 내리친 것을 계기로, 퀸시들의 하일리히 프파일이 그 몸을 관통했고, 그림죠의 세로가 그 신체를 감쌌다.
「한번 무너지니, 시원찮구만.」
몸 여기저기를 결손시키고, 땅에 쓰러진 토키나다를 보고서, 마다라메가 시시하다는 듯이 『귀등환』의 긴 자루를 어깨에 짊어진다.
「뭐, 아무리 같은 참백도를 쓸 수 있다 해도, 아이젠과는 격이 달랐다는거지.」
유미치카가 그리 중얼거리지만, 경계는 풀지 않는다.
그들도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기력으로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토키나다는 쓰러뜨렸다 해도, 아직 수수께끼의 풀브링거 같은 여자가 건재하기에.
아우라의 주위를 둘러싼 사신들을 두고서, 히사기는 고동하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속도로 풍사를 계속 조종한 반동일까, 히사기는 자신의 영압이 몸 속에서 거세게 물결치는 것을 느껴, 전신의 세포가 찢어지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해치운......건가?」
조금 전까지 있던 토키나다의 영압이 소실된 것을 느끼고, 안도하여 어깨를 가라앉히는 히사기.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암울한 응어리가 남는다.
자신은 결국, 복수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긴 것이 아닐까.
토센에게 절망을 주고, 미래마저 빼앗은 남자를, 자신은 그저 증오에 맡긴채 베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할 겨를이 없어, 남은건, 아우라와 히코네를......
억지로 마음을 돌리기 시작한 히사기였지만──
──「네가 안고 있는 것은 증오가 아니야.」
문득, 머릿 속에서 과거에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사라진 토센 카나메와 그 족적에 대한 감상에 지나지 않아.」
과연 그것은, 누구의 말이었을까.
──「기억해두거라.」
──「아무리 강한 결의를 그 몸에 지니더라도──」
혹은 그것은, 히사기가 쌓아 올린 사신으로서의 경험이, 경고의 의미로 그의 뇌리에 되살아나게 한 기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실의 소시로서 무구루마의 노성이 히사기의 귀에 닿는다.
「! 어이! 조심해 슈헤이! 여자가 그쪽으로 갔다고!」
──윽!
──아우라인가!?
아우라는 영압이 희박해, 영압자긱으로는 감지할 수 없다.
히사기는 상대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황급히 눈을 떴다.
방금 전부터 마음에 와닿는 말의, 최후의 조각을 떠올리면서.
──「단순한 감상으로는 강자를 쓰러트릴 수는 없다는 것을.」
그것이 아이젠의 말이었다는 것을 히사기가 깨닫는 것과──
천천히 눈을 뜬 그의 정면에서 칼날이 부숴지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
「!?」
히사기의 눈 앞에서 『경화수월』의 시해가 발동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무구루마와 요루이치의 눈에 비쳤던 세계가 부서지고, 진실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때까지 쓰러져 있던 토키나다의 몸이, 아우라라 불리던 여성의 것으로 바뀌어──
히사기의 앞에 선 아우라의 모습이, 토키나다로 바뀐다.
기묘한 외투를 두른 토키나다의 모습을 보고서, 요루이치가 혀를 찼다.
「영압차단의 외투인가......!」
우라하라 키스케가 개발한 그 외투를 보고서,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즉시 이해했다.
토키나다는 『천본앵』으로 자신들을 감싼 순간, 아우라와 바뀌면서 『완전최면』을 발동시킨 것이다.
스스로의 모습을 아우라로, 아우라의 모습을 토키나다로 오인시키기 위해.
『풍사』에는 『토염』으로 만들어낸 흙덩어리를 절단시켜, 그에 맞춰 괴로워하는 소리를 질렀을 뿐, 실제로는 한 순간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주위 자들에게 『아우라가 히사기에 다가간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히사기에게 일부러 경고하게 한 것이다.
망연한 채 자리에 서 있는 히사기와는 상관 없다는 듯이, 토키나다인 척 하던 아우라가 천천히 일어선다.
「끔찍한 짓을 하시는군요, 토키나다 님.」
실제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공격을 받은 아우라는, 옷에 조차 흠집하나 없는 상태다.
「어차피 참격도 세로도 통하지 않더냐. 허수아비가 된 정도로 불평하지 마라.」
토키나다의 목소리가 히사기의 귀에 울린다.
움직이지 못하는 토키나다의 눈을 보고서, 토키나다는 즐거운 듯이 입을 열었다.
「이거야 원, 동료가 이리 단순하다니 불쌍하구나.」
아우라의 곁으로 돌아가며, 토키나다는 다시금 『류인약화』의 불길을 흔들며, 가까이 오던 주위의 사람들을 견제한다.
「아이젠이라면, 이 정도의 장치는 간단히 간파하고 있었겠지. 아니, 애초에 토센정도의 조심성이 있었다면, 섣불리 네게 눈을 뜨게하는 말은 하지 않았겠지.」
쿡쿡 웃으면서, 일부러 히사기를 도발하는 단어를 골라 던진다.
그리고, 하늘에서 격렬한 칼부림을 계속하고 있는 켄파치와 히코네를 올려다보며, 곁에 있는 아우라에게 말을 건넨다.
「그럼, 히코네가 자력만으로 『켄파치』를 이길 수 있다면 문제 없지만...... 일단 여기있는 녀석들을 몰살해둘까. 아니면, 저기 기자만은 산 증인으로 남겨둘까?」
어깨를 움츠리며 아우라에게 물어보는 토키나다였지만, 문득 떠올려, 다른 것을 다시 묻는다.
「그러고보니, 네게 맡겨놨던 풀브링거 녀석은 어떡했지? 그 긴죠 쿠우고도 왔을 터다.」
「어라, 당신정도 되시는 분이잖아요. 이미 파악한 것 아닌가요?」
「감시충들의 유사뇌수의 보고로는, 녀석들이 분열했다고 하던데...... 무슨 수를 쓴거지?」
「유키오 사장의 수완이에요. 그의 능력을 제가 증폭시킨 결과죠.」
그러자, 아우라의 등 뒤에서 공중에 노이즈가 달리며, 한 명의 소년이 얼굴을 내밀었다.
「......간단한 이야기야. 내 『과거』에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책갈피를 끼운 츠키시마를 크랙시켜서 되돌려줬을 뿐이야.」
「호오, 애송이. 네 풀브링은 그렇게까지 만능인가?」
「리로스가 있다면, 프로그램의 개조같은 건 숨 쉬는거나 마찬가지야. 그 후에는, 츠키시마가 다른 두 사람의 과거에도 같은 바이러스를 끼워 넣었을 뿐이야.」
그 말을 증명하듯이, 긴죠들이 노이즈 속에서 차례차례로 나타난다.
마치 감정을 없앤 듯이, 인형 같은 무표정으로 서 있는 긴죠들을 보고, 토키나다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과연 과연. 쿠로사키 이치고에 가까운 『영왕의 후보』였던 몸이니, 삼계를 유지할 쐐기의 힘을 도울 정도는 되겠지.」
그리고 토키나다는, 천천히 참백도의 자루를 긴죠들에게 향한다.
주위의 사신들이나 아란칼, 퀸시들은, 다시금 발현시킨 『아악회랑』의 군세에 의한 자동포식능력으로 계속 견제하고 있었다.
「만일을 위해서다. 놈들에게도 『경화수월』의 시해를 보여줄건데, 상관 없겠지?」
「예에, 부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는 아우라의 말에 맞춰, 토키나다는 경화수월의 『시해』를 발동시키려 했지만──
「응......?」
『경화수월』의 시해가, 발동되지 않는다.
눈썹을 찌푸리고서, 자신의 손목을 본 한순간의 틈.
그것은──긴죠가 움직이기에,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말 없이, 최소한의 동작으로 쏘아붙인 거합과 같은 일격.
크로스 오브 스캐폴드.
손 아에 쥐어져있던 팬던트가 순식간에 대검으로 변해, 『참월』과 같은 참격을 토키나다를 향해 달리게 했다.
토키나다는 그것을 『참월』로 받아내려 했지만──
만들어진 『참월』의 도신은 긴죠의 참격을 앞두고 산산조각이 나, 그대로 참격이 토키나다의 가슴을 대각선 형태로 상처입혔다.
「뭐야, 상상했던 것보다 딱딱한데.」
긴죠로서는 양단할 기세로 쏘아낸 참격이었지만, 토키나다의 영압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던건지, 상처의 깊이는 갈비뼈 직전에 멈춰있다.
한편, 『참월』을 사용하지 못한 토키나다는, 그 상처를 『호환』으로 치유하며 혼잣말한다.
「......이거야 원, 태어난 경위가 특별한 『참월』은, 아무리 『염라경전』이라도 외견정도밖에 비출 수 없었나.」
「진짜를 썼어도, 사용자가 네놈이라면 내가 이겼겠지.」
평소의 대담한 웃음을 지으며, 긴죠가 대검을 움켜쥔다.
토키나다는 다시 『경화수월』을 발동시키려 했지만, 역시 무언가에 저해되고 있는 듯, 『경화수월』이 시해의 모습으로 부숴지지 않았다.
「──『경화수월』을 무력화시키는 방법, 기억하고 계신가요?」
아우라의 미소에서 새어나오는, 감정 없는 목소리.
『경화수월』은, 한번 발동한다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하는 강력한 참백도다.
하지만, 그렇기에 약점도 존재했다.
발동 전부터 대상이 칼날에 닿아 있는 한, 『완전최면』을 발동 시킬 수 없다.
혹은 아이젠이라면, 시해 상태로 주위의 자들에게 『시해의 순간을 보여준다』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젠 이외의 사람이 사용했을 경우, 또 하나의 약점이 생긴다.
토키나다의 영압은 아이젠에 아득히 미치지 않고, 그렇기에, 보.다. 강.한. 영.압.에. 의.해, 시.해.로.의. 변.화. 자.체.를. 봉.쇄.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토키나다를 넘는 영압을 가지고서, 그런 기예가 가능한 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수고를 들여 쿄라쿠나 요루이치와 같은 강자에게 시해의 순간을 보여줄 틈을 만들어 낸 것이다.
현재 이 자리에서 토키나다에 필적, 혹은 상회하는 영압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완전최면에 걸리지 않은 자는 한정되어 있다.
우부기누 히코네에 자라키 켄파치, 긴죠 쿠우고.
그리고──미치바네 아우라.
토키나다가 그녀에게 시선을 향하는 순간, 이미 그녀는 행동을 마쳐놨다.
자신의 몸이 구속되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그가 쥔 『염라경전 』의 무늬가 다른 것이 전해져왔다.
지금, 이 공간에 현현시키고 있는 모든 종류의 칼날이, 누군가에 의해 만져지고 있다는 것을.
「분열......? 어째서......?」
나나오의 눈에 비친 것은, 조금 전 쿄라쿠의 공격을 가로막은 『문양의 촉수』가, 토키나다의 전신에 얽혀있는 광경이었다.
「방심하지 않는게 좋겠어. 이것도 『완전최면』이 보여주는 환각일지도 몰라.」
조금 전의 불길이 아직 넘실거리는 곳 사이에 선 토키나다와 아우라, 그리고 긴죠들을 보고서, 눈을 가늘게 뜨며 쿄라쿠가 조용히 고한다.
「그저...... 환각이 아니더라도, 너무 낙관적으로 파악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
미치바네 아우라는, 결락되어 있다.
무엇이 결락되어 있는가, 라 묻는다면, 그녀 자신에겐 대답할 수 없었다.
호로라는 존재가 자신의 가슴에 빈 구멍을 채우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면, 그녀에겐, 그 무언가를 채우려는 욕망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
그것이야말로, 그녀에게 결락된 감정이었다.
모든 것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유소기 시절부터 주위에서 말하는 것을 익힐 뿐인 나날들.
세상 모든 것에 애착이 없어, 유리병과 같은 방에 갇혀 있던 아버지와의 날들을 떠올려 봤자, 지금은 아무런 감회도 없다.
애착이 없기에 희망도 없었고, 역으로 죽음을 바랄 정도의 절망도 품지 않았다.
세계라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톱니바퀴로서 그저 계속 돌아가는 나날.
그걸로 상관없다 생각했다.
자신의 몸이 썪어 스러질 때까지, 그저 밖에서의 흐름에 맞춰 계속 돌기만 하면 된다고.
그런 『톱니바퀴』에 변화가 생긴 것은, 불과 반년 정도 전이었다.
토키나다의 명을 받아, 갖가지 혼백과 육체의 파편을 모아, 한 사람의 『사신』을 만들라 말을 듣는 순간에도, 그녀 안에 아무런 감회도 혐오감도 솟아나지 않았다.
하지만──아무리 그녀라도, 본래 양립할 수 없는 요소인 사신이나 퀸시, 그리고 『영왕의 조각』이라 불리는 특수한 소체를 조합해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업이었다.
태어나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 집중하여, 비로소 『그것』이 사신으로서 생명의 박동이라 할 수 있는 영압을 만들어 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미소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주어진 일을 무사히 마무리 한 것에 대한 안도의 미소가 아니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에, 이유없는 애정을 품은 것이다.
단순한 톱니바퀴였던 그녀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돌아간다.
그것이야말로, 그녀에게 있어 진정한 의미로 유리 케이스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동시에 그것은, 그녀가 두려움을 품은 순간이기도 했다.
이 생명은, 그녀가 아는 상식으로 생각해보아도 제대로 된 존재라 말하기 어려웠다.
생명에 귀천이 없다는 사회통념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귀족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이 소울 소사이어티에 있어서 그 이념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 아우라는 알고 있었으니까.
츠나야시로 토키나다가, 이 생명을 어찌 이용할 생각인지를.
영왕의 대신으로서, 오직 세계 속에 계속 군림하는 존재.
소울 소사이어티와 현세와 웨코문드, 삼계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움직이는 연료로, 그저 토키나다의 말을 수행할 뿐인 생명으로서 태어난 그 『차기 영왕』을 앞에 두고, 아우라의 세계는 아주 쉽게 새로이 칠해지고 말았다.
아니면, 지금까지 백지였던 세계에 처음으로 색채가 깃들었다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얼마 후, 히코네라 이름이 붙여진 사신이, 스스로의 말로 아우라에게 말을 걸었을 때, 그것은 더더욱 현저해졌다.
──「당신이 아우라씨군요! 제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 토키나다 님께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머니라는 것은 잘 알지 못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천진난만한, 정말로 한 조각의 악의도 없는 눈빛.
그것이, 어린 날에 본 유리벽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같다는 것을 깨닫고──
아우라는, 과거, 갇힌 공간에서 아버지와 보낸 나날들이야말로 행복이었다고, 스스로의 마음을 충족시키던 시간이었다고 깨닫고 말았다.
하지만, 과연 그것은, 옳은 일이었을까?
부친이 자신을 감금했던 것은, 부모로서의 애정인지 독점욕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이유로부터인지, 그것은 이제와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밖에 나가서도 깨닫지 못했던 것을, 새삼스럽게 들이밀여졌다.
애정이라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그동안 그것이 결락되어 있던 스스로의 왜곡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아우라는, 자신이 그 상태로 있는 것은 상관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 낸, 천진난만하게 웃는 히코네가 자신과 같은──아니, 그것보다 더 심한 상황에 빠져, 그것이 세계를 보다 훌륭히 유지하기 위해 미래영겁 계속된다는 것은, 지금의 아우라에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마음 속으로 은밀히 결의하고 있었다.
토키나다의 손에서, 히코네의 미래를 구해내겠다고.
『토키나다가 하는 말을 듣는 쪽이 행복했다』라 욕할지도 모른다.
『어째서, 쓸데없는 짓을 한건가.』라 히코네의 혼백이 썩을 때까지 원망받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에고에 의해 자신을 가둔 것과도 같이──
자신 또한, 스스로의 에고에 의해 히코네에게 넓은 세계를 가르치려 하고 있으니까.
어느 쪽이 행복인지 불행인지, 그것은 아우라도 알 수 없다.
단지, 그녀는──스스로가 만들어낸 히코네라는 존재에게, 주고 싶었을 뿐이다.
넓은 선택지를 주고서, 그것을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할 권리를.
우부기누 히코네의 영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대답을 비추는 빛을.
그럼에도 토키나다를 따르겠다며, 자신을 원망한다면 그럼에도 좋다 생각했다.
히코네가 선택한 길 앞에 기다리는 것이 행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비록 토키나다의 인형으로서 영겁을 지내는 것이, 길 중간에 쓰러지거나 굶어 괴로워 할 가능성이 있는 길보다 훨씬 안전했다 하더라도──
그녀는 단지, 히코네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래로 펼쳐지는, 무한한 길을.
그렇기에 그녀는, 토키나다를 멈추겠다 결의했다.
비록 이 자리에서, 자신의 의지로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이 스러 없어지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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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망했는데 정치얘기 하는게 가장불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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