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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인류의 주인 22장 (2) - [태양이 떠오른다]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1 16: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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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야는 이미 몇 시간 전에 탄약을 다 써버린 지 오래였다. 토롤렉이 예비로 준비해둔 탄약마저도 모조리 다. 기사의 검 역시 망가져 있었다. 워하운드 타이탄의 허벅지에 드러난 금속 내피를 베어 갈랐을 때 부러진 것이었다. 다른 무기가 모두 망가져버린 상태에서, 아군의 전열을 지키기 위해 자야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대수도원장의 맹공을 이온 쉴드로 막아내며, 부러진 검의 손잡이나 탄약이 고갈된 포완으로 적을 후려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제폰이 자야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자야는 자신의 기사를 억지로 움직여 질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치 세빅이 그리 하였 듯 돌진한 자야의 캐스티게이터는, 비틀거리는 대수도원장을 기체의 무게를 가득 실어 떠밀어버렸다. 그녀가 탄 기사의 등이 굽어 있는 만큼, 자야는 기계교의 창조물과 같은 시선에서 그것을 마주볼 수 있었다. 수류탄이 일으킨 폭발이 남긴 여파가, 부서진 두개골 장갑판 안에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돔형 장갑판 안쪽에 남아 있던 육신의 잔해, 한때 히에로니마였던 것의 두뇌와 척추는 이미 불타 있었으나, 그 잔해는 여전히 불가능한 생명력을 유지한 채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제국의 종말. 정신 속에서 목소리가 울리는 것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경고 벨소리가 익숙한 노래를 울리는 것이 들려왔다. 워프 생명체들이 기사의 무릎 주위로 몰려들어 있던 것이다. 자야에게는 그것들을 물리쳐낼 수단이 남아있지 않았다. 커스토디안들과 침묵의 자매들은 그녀를 도와주기엔 너무 멀리에 있었다.


 자야는 손에 쥔 조종간을 반대로 당겨, 기사를 펄쩍 뛰듯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어색하게 착지하는 기사의 발 아래로 주변에 있던 악마들의 육체가 짓밟혔다. 동체를 짓누르고 있던 캐스티게이터의 무게가 사라지자, 대수도원장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비틀거렸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대수도원장을 향해, 자야의 부러진 검의 남은 부분이 역장에 휘감긴 채 올려 베어왔다. 자야의 어퍼컷은 대수도원장의 망가진 흉갑판을 꿰뚫었고, 기사의 검완(劍腕)은 팔뚝 부분까지 대수도원장의 몸 속으로 파고들었다.


 “세빅의 몫이다.” 자야는 외부 스피커에 대고 그 한 마디를 내뱉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대수도원장에게서 유일하게 돌아온 대답은, 그 자리에 푹 고꾸라져 동력을 잃고 정지하는 것뿐이었다. 몇 초 동안 대수도원장과 기사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죽음의 순간까지, 그 둘은 그렇게 한 데 묶여 있었다. 발 밑의 워프 생명체들이 기사의 망가진 장갑판을 기어오르며 기사를 할퀴고 베어대자, 자야의 조종석은 그 충격에 흔들렸다.


 대수도원장은 기우뚱거리며 넘어지기 시작하였고, 그와 함께 끌려간 기사 역시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 자야는 균형 유지 장치와 균형 보정기를 고정시키며, 자신이 몇 초 정도는 더 똑바로 서있을 수 있게끔 시간을 벌었다. 장갑을 낀 양손은 조종석 사출 장치를 찾아 허우적거렸지만, 최초의 수리 과정 때부터 기능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며칠에 걸친 전투 과정에서 망가진 것인지, 사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머리 위에 달린 해치의 잠금장치들은 풀렸지만, 그녀의 조종석은 여전히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첫 번째 워프 생명체가 캐스티게이터의 외피 꼭대기 위로 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워프 생명체의 손톱이 잠금 장치가 풀린 해치를 잡아 당겨 대었다. 그러나 해치가 뜯겨 나가는 순간,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은 황금빛 안개 속에서 빛에 휩싸인, 피처럼 붉은 색깔의 실루엣이었다. 붉은 인영이 자야를 향해 몸을 굽히더니, 빛이 반사되어 번쩍이는 금속 손을 그녀에게로 내밀었다.


 자야가 그 손을 붙잡자, 블러드 엔젤 군단원은 그녀의 몸을 위로 훅 당겼다. 자야가 겨우 한 번 숨을 들이쉬게 무섭게 제폰의 터빈이 켜지고, 두 사람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전신의 뼈가 흔들리고, 온몸의 근육이 당겨지는 듯한 감각이었다.


 착지 과정 역시 이륙 때보다 부드럽지는 않았다. 제폰의 파워 아머는 단거리 추진 비행에서 오는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두 사람이 최전선의 커스토디안들과 침묵의 자매들 뒤쪽으로 안개 낀 지면에 착지하였을 때, 그렇지 못하였던 자야는 몸속의 무언가가 꺾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제폰은 자야를 놓아주는 대신, 반쯤 끌고 가다시피 하며 볼카이트 포대를 쏘아대고 있는 랜드의 그라브-레이더 전차 안쪽의 어두침침한 탑승 공간 안으로 데려갔다.


 한쪽 팔, 한쪽 다리만 남은 사기타루스가 전차 안쪽 공간을 거의 반절 가까이 차지한 채 바닥 위에 누워 있었다. 사기타루스의 센소리움 중계 장치가 들어 있는 우아한 헬멧이, 깨진 안구-렌즈를 통해 자야를 올려다보았다.


 여명이 왔다. 느릿느릿, 사기타루스가 멍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 말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자야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무언가가….” 아칸 랜드가 시야 창 틈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칸이 피로로 뻑뻑해진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린 육두문자는, 마치 한숨을 내쉬는 듯만 하였다. “톱니의 이빨이시여…!”


 자야는 기술고고학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탐사자의 얼굴을 덮고 있던 병적인 빛은 사라져 있었고, 그 대신 그의 얼굴은 시야 창을 통해 비쳐 들어오고 있는 새하얀 광채에 휩싸여 있었다. 밝은 빛의 줄기에,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오?” 자야가 물었다.


 “나도 모르겠소.” 아칸이 더듬더듬 말하였다. “해가, 뜨고 있는 것 같구려.”


.
.
.

.


 태양이 없는 영역에서, 마침내 태양이 떠올랐다.


 여명의 빛이 라의 갑주 위로, 그의 피부 위로 생생히 비쳤다. 그것은 압력이었다. 타오르는 실재성을 지니고 있는, 하나의 존재감이었다. 적의 무리들은 마치 피부 위에 강산이 떨어진 것처럼 그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워프의 생명체들, 세속적 진리가 무어라 굳게 주장하던 그 본질은 악마인 그 생명체들은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최소한의 질서마저도 잃어버렸다.


 아나테마!! 악마들이 고통으로 미쳐 날뛰는 목소리가 정신의 가장자리를 긁어대 듯, 라의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아나테마가 온다!! 태양이 떠오른다!!


 그의 용모는 고대 유라시아의 야생의 땅에서 태어난 이와 같았다. 그 피부는 청동색과 그을린 적갈색이 한데 섞인 테라인의 색이었고, 두 눈은 그 피부색보다도 더욱 검었으며, 머리칼의 색깔은 그 두 눈보다도 더 검었다. 검은 폭포처럼 떨어지는 그의 장발은 금속 이파리로 이루어진 소박한 관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검은 사자 갈기 같은 머리칼을 얼굴 뒤쪽으로 넘겨, 그가 싸울 수 있도록. 그것은, 왕의 관이라기보다는 보다 실용적인 무언가였다.


 마치 한 명의 인간이 움직이듯, 그 또한 그렇게 움직였다. 혹사당한 호위병들의 대열 사이를 두 발로 걸어가며, 그들의 지친 몸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지금처럼 그의 호위병들이 즉각 본능적으로 그의 옆으로 도열하지 않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가 황금을 입고 있듯이, 그의 호위병들 또한 황금으로 입고 있었다. 테라의 통합과 제국의 고귀함을 상징하는 문장들이 호위병들의 갑주에 새겨졌 듯이, 그의 갑주 위에는 그와 같은 문장들이 세 배로 더 많이 새겨져 있었다. 그가 입은 갑주의 관절들은 대량생산된 군단병들의 갑주들처럼 거칠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았고, 보다 오래되고 보다 순수한 기술의 노래를 부르며 가르랑거리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붉은 망토가 펄럭이고 있었고, 검은색과 청동색으로 번쩍이는 화려한 볼터 한 자루가 간소한 끈으로 망토 위에 매달려 있었다. 그의 손에는 한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다. 그 검은 승리를 기념한 벽화들과 삽화로 그려진 사가들 속에 묘사된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테라의 군주들과 왕들의 기준에서도 그 검은 명백히 아름다운 것이었으나, 하나의 종족 전체를 지배하는 지배자의 손아귀에서, 그 검은 보다 소박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의 손아귀 안에서, 그것은 찬미를 받기 위한 장식품이 아닌 다루기 위한 무기, 피를 흘리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다. 그 검신 위에는 불가능하리만치 복잡한 회로들이 격자 무늬를 이루고 있었고, 너무도 깨끗하여 거의 푸른빛이 감돌 정도인 은빛 검신 위로 그 회로들은 검은색과 청동색의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다른 세계들에서 있었던 다른 전쟁들에서, 그는 자신의 커스토디안들에게 섬세한 텔레파시를 통해 인사하곤 하였다. 전투를 치르기 전 그들의 사이를 지나며, 그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그는 보다 차분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아는 척 한 번 건네는 일 없이 격전 중인 전열을 향해 걸어갔다.


 불생자들의 대열에서 몇몇 불생자들이 대열을 이탈해 도주하였다. 그들의 사악한 주인들의 이 겁 많은 파편들은 자신들에게 파멸이 찾아왔음을 알고 있었다. 어떤 불생자들은 서로를 공격하며, 임박한 파멸의 앞에서 제 힘을 불리기 위해 동족들을 포식하였다. 또 어떤 것들은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약간의 물질성마저도 잃고, 검을 쥔 군주가 전열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 형체가 녹아내려 소멸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불생자들은, 그 자의 존재라는 죄악 그 자체에 분노하였다. 바람 한 점 없는 대체 현실의 허공을 뒤흔드는 게슈탈트적 노호성을 지르며, 강대한 대악마들은 자신들의 대적에게로 다가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라는 황제의 우편에 서있었다. 창을 휘두르며, 라는 여러 개의 입들로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는 푸른색 워프 생명체의 부정형 몸을 꿰뚫어버렸다. 무더운 투구 안쪽에서 땀방울이 얼굴 위로 굳어졌다. 근육 속을 흐르는 혈류는 녹아 내린 납보다도 더 무거웠다.


 “무엇을 명하시겠나이까, 폐하?”


 황제는 양손으로 검을 쥐고 들어올렸다. 두 주먹이 꽉 죄어지는 순간, 검신을 따라 지도처럼 새겨진 회로들이 불타오르며, 전기성 불길을 내뿜어 검신을 화염으로 감쌌다.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전사들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검이 떨어져 내리고, 웹웨이가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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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


아 씨발ㅋㅋㅋㅋㅋㅋ 마지막 부분 뽕 개차오르넼ㅋㅋㅋㅋㅋㅋ

진짜 이 부분 번역하면서 근 반 년간 최고의 뽕이 찼다.

아ㅋㅋㅋㅋ 지금 바로 황제 폐하 찬양하러 간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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