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단들의 식생 행태에 대한 조사 보고서 ], 0.600.310.M41

오르도 헤러디쿠스(Ordo Hereticus)와 오르도 제노스(Ordo Xenos)의 이단심문관들이 공동작성함.

“그래서 이게 뭡니까, 주군?”

제 조종석 옆에 놓인 굉장히 두터운 양피지 묶음을 본 미다스 베탕코르(Midas Betancore)가 자신의 드레드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물었다. 그리고 미다스의 어리둥절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질문에 이단심문소의 인장을 목에 건 남자, 그레고르 아이젠혼(Gregor Eisenhorn)이 서보 스컬을 조정하면서 대답했다.

“보면 알잖나, 내 새로운 과업이네. 아직 다 작성하지도 못한 걸세.”

“…이단 버러지들의 식생 따위를 조사해서 뭐에 쓴답디까? 화성에 있는 아치마고스의 지적 유희를 채워주는 용도로 작성된 것이면 딱히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면 오르도 헤러티쿠스 쪽에서 오르도 제노스에 있는 나를 공동조사 명목으로 굳이 끌어오진 않았을 거라네. 미다스.”

아이젠혼의 말에 미다스의 표정이 완전히 구겨졌다. 뭔지는 잘 몰라도 241.M41에 있었던 일과 비슷한 강도의 골치 아픈 일이 또 일어난다면, 언제고 죽을 고비를 계속 넘겨야 할 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그마저도 황제폐하의 가호가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 그리고 그의 표정에서 미다스의 생각을 헤아린 아이젠혼은 서보 스컬의 조정을 잠깐 멈추고, 오래간만에 푸근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말게, 미다스. 커즈 전하와 알파리우스 전하의 지시를 받은 오르도 헤러티쿠스 쪽 이단심문관이 이미 대략적으로나마 현장조사를 다 끝내놨으니까. 나는 그저 오르도 제노스에 소속된 심문관으로서의 의견을 첨부하고 취합해서, 전하들께서 주신 기한 내로 정리하면 될 뿐이지.”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이단이 엮인 시점에서 그리 위안이 되는 것 같지 않은데요, 주군.”

미다스의 말에 아이젠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자네의 말이 맞네, 하지만 그러니 황제 폐하의 종복인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잠깐 말을 끊은 아이젠혼은 그 저주받은 이단들의 식생 실태가 작성된 양피지 묶음을 미다스가 읽기를 바라는 양, 은근슬쩍 그것을 미다스 쪽으로 밀었다.

“…주군?” 의혹과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미다스가 짧게 물었다. 그런 미다스의 걱정을 느낀 아이젠혼도 다시 입을 열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미다스, 내가 이 보고서를 제출하는 대로 우린 오르도 헤러티쿠스로 차출되어, 스카루스 섹터에서 활동하는 저 간악한 이단자들을 추적하게 될 걸세. 알파리우스 전하와 커즈 전하께서 내게 언질을 주었지. 그리고 이단자들이 어떤 작자들인지 낱낱이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제일 훌륭히 저들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겠는가?”

그러고는 아이젠혼은 다시 한 번 그것을 미다스 쪽으로 밀었다. 결국 미다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 양피지 묶음을 펼쳐들었다. 초짜 아말라스파 심문관인 시절부터 그레고르 아이젠혼이라는 남자는 그렇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물러서지 않았으니까.

=

< 조사 1. 블러드 엔젤 워밴드 >

담당관 : 오르도 헤러티쿠스, 유호 틸리카이넨(Juho Tiilikainen)

장소 : 델타 타우 클래스 행성, 론 VIII, 북위 80도에 위치한 이단들의 전초 기지

해당 기지는 1.700.308.M41 당시에 론 VIII에서 발생한 워프 폭풍으로 인해, 한 블러드 엔젤 워밴드가 행성에 침투를 시도할 때 지어진 것으로, 엠퍼러스 칠드런 쳅터의 제12중대와 카디안 제11연대가 주축이 된 성전군이 이들을 행성에서 축출하면서 온전하게 접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가증스러운 반역자들의 기지는 물자를 집적하고, 각종 이단적인 행위들과 블러드 엔젤 특유의 결투를 통한 카오스 의식을 할 수 있게끔 구조와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으며, 이 때문에 상당수의 밀리타룸 병사들이 카오스에 오염되어 부득이하게 우리 오르도 헤러티쿠스가 개입, 이들을 ‘정화’해야 했다. 이런 오염 사례 중 제일 사례가 많은 것은 기지에 남겨져 있던 음식물의 섭취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워밴드는 일견 보기에는 보통의 인간들과 비슷한 식습관을 영위했는데, 이 행성이 추워서 그랬던지 이들은 호밀로 만든 흑빵과 온갖 곳에서 모아온 선지와 지방을 넣어 굳힌 블랙 푸딩, 소시지와 같은 염장식품을 주로 섭취했다. 물론 그들이 남긴 음식들 중에 생고기도 있었지만 염장식품에 비해서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거기에 가능하다면 버섯이나 이끼 등을 넣어 끓인, 고대 홀리 테라의 프랑크인들이 먹었다는 포토푀(Pot-au-feu)나, 일반적인 제국 귀족들에게도 흔한 크림 스튜 등의 요리 등을 흔히 먹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 양이 매우 많았다. 이것은 이전까지의 블러드 엔젤의 행적과 증언들을 통해서 미루어보건대, 이런 음식들은 해당 행성에 암약하고 있던 카오스 컬티스트들에게 은사의 형태로 주어지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빵을 제외한 육류와 주류 식품들은 대개 인간을 원재료로 사용한 것으로, 이들은 포로로 잡힌 폐하의 신민들을 크게 4분위로 분류했는데, 연령과 직업 등에 따라 분류했다.

먼저 0세부터 14세까지의 어린 아이들과 귀족들을 A로, 15세부터 35세까지의 청소년과 청년들, 그리고 광부들을 B로, 36세 이상의 장년과 노인들을 C로, 카오스에 투신한 컬티스트들을 D로 나누었는데, 이들은 이런 분류에 따라 ‘도축’과 조리법을 달리 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A그룹은 대부분 나이가 어려 몸에 근육이 없고, 피나 장기 같은 것이 경화될 정도의 기저질환이 없는 집단군이기 때문에, [데이터 말소]하는 식으로 [데이터 말소]하고, [데이터 말소]하며 주로 [데이터 말소]의 형태로 가공된다. 그리고 A그룹으로 분류된 귀족들은 영양상태가 여타 집단군의 신민들보다 월등히 괜찮은 상태이므로, [데이터 말소][데이터 말소][데이터 말소].

그리고 B그룹의 경우에는 [데이터 말소] 후, [데이터 말소] 하는 형태로 [데이터 말소]되며, 개중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자들에게는 카오스 컬티스트로 타락시키기 위해 [데이터 말소]적인 [데이터 말소]를 시행한다. 이렇게 이들은 D그룹으로 재분류된다. 하지만 여기서 탈락한 이들은 대개 [데이터 말소]의 운명을 강요받는다.

C그룹은 나이가 많고 기저질환이 제일 많은 집단군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살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데이터 말소]의 형태로 [데이터 말소]되고, 곧 [데이터 말소]로 분리되어 [데이터 말소]된다. 그런데 론 VIII는 인구의 기본적인 연령대가 상당히 높은 행성으로, 이 때문에 [데이터 말소]적인 이유로 대부분의 식료의 형태가 염장식품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D그룹은 카오스 컬트에 투신한 이단들로, 그들이 섬기는 [데이터 말소]에게 공양된 후, [데이터 말소]의 과정을 걸쳐, [데이터 말소]하고 [데이터 말소]하며 [데이터 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보아 [데이터 말소]의 형태일 가능성이 농후하며, 더 이상의 타락을 막기 위해 행성에 대대적인 ‘정화’가 필요하다 여겨진다.

.

.

.

[데이터 말소로 인한 하략]

=

그리고 그날 저녁, 미다스는 식사에 손을 대지 못했다. 하필이면 그록스 고기로 만든 토마토 프리카세가 식사로 나와서 더더욱.

+++

아 쓰기 힘들다. 캐붕 최대한 안시키고 글 쓰기가 이다지도 어려웠던가.